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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 베드로 Nov 06. 2020

글 벗들에게-

會者定離

제가 제일 정겹게 사용하는 화두'회자정리'입니다. 말 그대로 '만나는 모든 사람은 곧 헤어짐이 정해져 있다'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나온 인생 여정에서 숱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그렇게 살아오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는 비단 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어쩌면 하느님께서 진즉에 마련해 놓은 우리 피조물들의 섭리 내지는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우리네 인생사에,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옷깃의 인연에 연연할 것이 무엇이 있고 할지 모르겠지만, 살아보고 스쳐보면 꼭 그렇지마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하루살이가 한해살이와 함께 주어진 하루를 재미있게 놀다가 해거름에 헤어지면서, 한해살이가 무심코 던지던 "우리 내일 만나요" 란 말 중에 '내일'이란 말이 무슨 뜻인 줄을 몰랐다고, 그 하루살이의 삶이 하잘것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세계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내일'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좋은 만남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정말 그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억조창생의 그 많은 무리 중에 나 하나의 존재야 티끌에 불과할지 모르나, 그 티끌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를, 또 온 우주를 형성하고 있지 않습니까? 참 많은 티끌들과 만났습니다.  티끌들이 뭉쳐져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만, 어떤 조우는 때론 조붓하고 데데하여 좋기는커녕 데꾼한 눈으로 상대를 알아보지도 못한  헤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연하게 보이지만, 실팍하게 살아있는 사랑의 고갱이가, 진실을 추구하며 눈을 제대로 뜰 때, 비로소 드러나는 상대의 아름다움에. 우리의 순수한 영혼은 감흥을 받기도 합니다. 그것이 사물이던 사람이든 간에 말입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행복감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만남의 의미에 축복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좋은 만남이 곧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주위에서 좋지 못한 만남으로 인해 자신의 삶은 물론이요, 타인에게까지도 피폐함을 안겨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많이 보아들 왔습니다.


우리의, 또 나의 만남과 이별은 어떠했을까요? 저는 이제 인생의 석양쯤에 와있는 쪼그라진 늙은이에 불과하지만, 내가 만난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충분히 표해야 할 수은자임이 분명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창생들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고, 남은 석훈까지의 여생을 좀 더 뜻있게 살아보려 합니다. 어둠이 나의 생을 덮을 때까지 말입니다.

 

'이두'문자를 정리하고 발전시킨 신라 3 문장으로 불리는 대학자'설총'의 출발은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의 만남으로 시작되었고, 그 작다면 작은 시작이 큰 공헌으로 승화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만남이 비록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나는 작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느낍니다.


몇 날 되지 않았던 하루살이 같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향기가 그리워질 것 같은 예감이 벌써 들려고 합니다. 같이 해주신 여러분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nergy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고 시작한'치유의 글쓰기'가 오히려 더 많은 활력을 충전시키는 날들이 되었고, 나의창을 통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었던 또 한 번의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들 맑은 영혼의 바탕 위에 좋은 글들을 탄생시켜, 타인들의 영혼까지도 정제시킬 수 있는 유익한 존재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아울러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농익은 인연들을 계속 이어나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벗 여러분들!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202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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