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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Jul 14. 2020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사람

1.

나는 오전에 글을 쓸 때면, 커피 한 잔을 가져와 괜히 근사한 재즈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


왠지 커피 한 잔을 먹고 있노라면 재즈 음악을 틀어야 할 것 같고, 그래야 무언가가 충족되는 느낌이다.

지금도 내 앞에 라떼 한 잔이 놓여 있고, 유튜브에서 재즈 팝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칭 '커피 좀 마실 줄 아는' 나는 편의점의 설탕 섞인 커피는 거들떠도 안 보며, 아메리카노에 카페 시럽을 쭉쭉 짜 넣는 지인의 모습에 질색하기도 한다.


 "야, 그럴 거면 아메리카노 왜 시켜."




2.

몇 주 전, 동료 강사가 원두 스틱 몇 개를 가져와서는 나에게 커피를 먹으라 했다.


 "예가체프랑 케냐 원두 있는데 뭐로 드실래요?"


 "아, 그...  저는 예가체프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순간 1.5초 정도 동공에 초점이 없어진 채로 스틱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예가체프를 골랐다.


예가체프 원두는 바디감이 무겁고 산도가 높아서, 내 커피 취향에 맞으니까··· 가 아니라, 

그냥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라 골랐다. 무슨 어릴 때 보던 레슬링 선수 이름 같기도 하고.




3.

최근 스타벅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단짝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꽤 비싼 축에 속하는 커피숍인 스타벅스를 찾아오는 손님들 중,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단다.


드립 커피의 우아함보다는 달달한 음료의 짜릿함을, 

스타벅스의 커피 향보다는 스타벅스의 브랜드를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한다.


심지어 카페인은 안 좋아하는데 그저 저렴하게 스타벅스에 앉아있고 싶어서, 잘 마시지도 않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도 꽤 많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페르소나에 속아서는,

누군가는 유행을 좇아 돈을 낭비하며, 누군가는 열등감을 내비치며 감정을 낭비한다. 


그리고 현대의 '빠른 변화'를 핑계 삼아 그러한 외적 가면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고민해봐야겠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품격이 무슨 상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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