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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Aug 08. 2020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6계명

 "아이고, 이렇게 선하게 생겨서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나?"


 2년 전, 미용실 아주머니가 내게 한 말이다.

 나는 (좋게 말하면) 선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살면서 적을 만든 적은 거의 없지만, 그만큼 나는 어딜 가나 '만만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려니 했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왔을 때 나는 이것이 꽤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했다. 나를 막 대하는 이들에게 '그냥 좀 웃어주고 말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내 자존감이 벌레 먹은 사과처럼 파여있었고, 무엇이든지 내 탓을 하는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 시점에서 나는 이러한 내 모습에 A/S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외모를 사나워 보이게 고칠 수도 없고, 돈이나 권위를 당장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떻게 이를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랐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는 결과적으로 꽤 당당해 보이는 사람이 되었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 방법은 '외적 인상(Impression)을 고치는 것'이었는데, 다음은 그에 이르게 된 나의 생각과 그 결론을 텍스트화한 것이다.



 
 인상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는 지겹도록 들어왔다. 외모부터 작은 손짓과 눈빛들까지 그 사람의 인상을 형성하고, 형성된 인상은 그 사람의 내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커다란 준거가 된다. 다시 말해, 상대가 나를 '만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은 나의 외모나 말투, 행동에 기인한 것일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나 조직 내 위치, 연령이나 성별 등의 다른 요소들도 존재하지만, 이것은 '만만하게 보는 것'의 준거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김 부장이 말단 사원인 나를 무시하는 언사를 보인다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알고 보니 김 부장이 모든 사원에게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여전히 기분은 나쁘지만). 김 부장이 '나'를 만만하게 본 게 아니라, 사원이라는 '직위'를 만만하게 본 것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상을 의식적으로 개선하는 것만으로 자존감을 상당 부분 회복하고, 타인들 속의 자신의 위치를 확립할 수 있다. 여기서의 요점은 '의식적인 개선'이다. '이제 뻔뻔한 사람이 되겠어'와 같은 막연한 결심과 대조되는 것으로, 비교적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개선점을 마련하여 예상치 못 한 상황에서도 어리바리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하며,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 개선점을 찾고 실제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6가지의 체크리스트이자 지침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습관화시켜 장기적으로 인상을 개선할 수 있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을 장담한다. 참고로 이것들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이나 스피치 스킬 등의 관점과는 무관함을 알린다.




1. 바꿀 수 있는 외모는 바꿀 것
 우리는 적어도 어깨와 허리를 피고, '후줄근'한 옷차림을 지양하는 등의 노력은 일상 속에서 생각이 날 때마다 할 수 있다. '날개뼈 사이에 블랙홀이 있다고 생각하기', '괄약근에 힘주고 걷기' 등의 방법도 좋고, 서로 욕을 일삼는 친한 지인에게 본인의 평소 옷차림 평가를 부탁하는 것도 좋다.


2. 상대방의 눈을 맞출 것
 하물며 강아지들도 눈빛 싸움으로 서열을 가른다. 아무리 자신 있게 말해도 상대방의 눈을 맞추지 않고 먼산을 쳐다보는 행위가 많이 보이면 위축된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민망하면 상대방의 미간에 초점을 두거나, 중간중간 본인의 얼굴을 만지거나 옷을 가다듬는 등으로 주눅 들어 보이지 않게 시선을 피할 수도 있다. 


3. '다'와 '요'는 크게 말할 것
 말을 잘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말끝'이다. '다'와 '요'를 또박또박 말하는 것만으로 말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의사가 분명하다'는 인상을 형성한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이것은 그저 '올바른 말하기 습관'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주관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 사람만큼 만만해 보이는 사람은 없는데, 상대방에게 '저 사람은 흔들 수 있겠다'란 상대적 자신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관이 뚜렷한 상황이 아니라도, 말끝을 뚜렷하게 하는 것만으로 심리적인 침투를 방어할 수가 있다.


4. 말할 때 손을 가만히 놔둘 것
적절한 손짓(Body Language)은 구두 소통에 유효하지만,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도, 우리는 본인의 말에 자신이 없으면 손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것은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자연스러운 부분이지만, 우리는 이를 의식하고 손을 묶어볼 필요가 있다. 면접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라도, 굳이 내가 하는 말의 신뢰성을 무의식적으로 떨궈 '왠지 반박하고 싶은 말'이 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5. 목소리 톤의 표준을 정할 것
많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화하는 상대방에 따라 목소리 톤이 무의식적으로 조율된다고 한다. 상대방이 나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인지,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인지, 만만한 사람인지에 따라 목소리의 높낮이를 바꾼다는 것이다. 특정 감정을 드러내는 때가 아니라면, 목소리 톤의 '표준'을 정해 모두에게 편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느낌을 전달하고, 내가 낮은 위치에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적당히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톤 정도가 되겠다.


6. 무례함과 당당함을 구분할 것
우리는 흔히 '당당한 사람'이라 하면, 하고 싶은 말 다하고, 높은 사람에게 고개를 조아리지 않으며,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사람을 떠올린다. 사실 그것은 당당한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무례함이 될 수도 있는 반사회성이다. 이 구분은 6가지 항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개별 상황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 했고, 상사에게 고개를 조아렸고, 손해를 감수했다고 해서 만만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그 반대의 경우에 당당한 사람이 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상사에게 폴더폰처럼 인사하지만 고개를 들면 어깨를 쭉 피고 다니는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은 다 못 하지만 말끝을 흐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으며, 우리가 때때로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만만하게 보인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인 계산의 결과'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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