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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Aug 17. 2020

중소기업 20곳 떨어지고 대기업 1곳 합격한 이유

"자기소개서에서 자기소개를 할 것"

나에게는 '취준생' 시기가 크게 2번이 있었다. 작년 하반기, 그리고 올해 하반기. 두 번 모두 진지한 각오로 임했지만, 그 방법이 조금은 달랐고, 결과가 크게 달랐다.


작년에는 중소기업 위주로 수십 개의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단 한 개의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면접 한 번 보지 못 하고 서류 전형에서 시원하게 떨어졌다. 반면 올해는 공기업과 대기업에만 5개의 지원서를 넣었다. 그중 3개의 서류가 붙었고, 2번의 시험과 면접에 응시했으며, 한 기업에서 최종 합격을 받게 되었다. 사실상 두 번의 취업 준비는 결과의 성패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이 달랐던 것이다. 스펙이 거의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가 생긴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고, 가장 큰 차이점을 하나 꼽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자기소개서에서 '자기소개'를 했다는 것이다. 무슨 당연한 소리냐 싶지만, 사실 요즘 대기업들의 자기소개서에서는 대부분 자기소개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원자의 알맹이가 아닌 포장지를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겨난 신조어가 '자소설'이라는 단어다. 물론 수백~수천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증빙도 될 수 없는 부분에 MSG를 가미하는 것은 거의 관례에 가깝다. 나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MSG를 뿌리긴 했지만, 나는 이것이 중요한 무기는 아니었다.


나는 없던 일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그저 '글'을 잘 쓰고자 힘을 쏟았다. 작년에 나의 자기소개서는 '나 이런 사람입니다. 대단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면, 올해는 '나 이런 사람인데, 이해가 되시나요?'라고 말했다. 나의 역량과 전문성의 어필보다는 독자(인사담당자)에 대한 공감 유발과 설득에 중점을 둔 것이다. 경험과 가치관 등에 대한 어필은 설득의 주 무기가 아닌 설득의 과정 중 하나로 보았다. 이를 위해 내용을 부풀리기보다는 개별 문장들의 구조와 문장 간의 논리를 다듬고, 결론을 향해가는 방향이 자연스러운 직선이 되도록 하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쓰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이번에 내가 진정 가고 싶은 기업과 직무만을 골랐고, 반대로 내가 소설을 써야만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은 아무리 근사해 보여도 지원하지 않았다. 내 전공이나 실제 관심사, 실제로 가지고 있는 역량과 관련된 기업과 직무만을 선택해 지원한 것이다. 이것이 '글'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다른 선택지로는 '50-3-1의 법칙'에 도전해보는 것이 있다. 50개의 기업에 지원하면 3개의 기업의 면접을 볼 수 있고, 그중 1개의 기업에 최종 합격을 할 수 있다는 요즘 취준생들 사이에서의 신조어이다. 이렇게 양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나 자신을 속여가며 들어간 기업에서 잘 버틸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관심 분야의 기업에 쏟아부은 나도 한 달만에 퇴사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나는 똑같이 불합격을 맛보더라도 '자기소개 없는 자기소개서'로 자신의 가치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결국 운이 많이 따른 거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스펙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작년과 큰 차이가 있었으니, 어쩌면 이것이 정답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많은 취준생들이 어두운 불경기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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