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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Aug 22. 2020

무언가에 쉽게 질리지 않는 방법

"아웃 포커싱(Out Focusing) 하라"

나는 뭐 하나에 제대로 꽂히면 닳을 때까지 물어뜯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핸드폰으로 노래를 들을 때에도, '전곡 반복' 기능은 몇 번 써본 적이 없다. 그냥 꽂힌 노래를 틀고 '한 곡 반복'으로 설정해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그 노래만 듣는다. 본 적 없는 새로운 영화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5번이고 10번이고 다시금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수십 번을 들어도 들리지 않던 악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미세하게 지나가는 베이스 소리, 수많은 소리에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첼로 소리, 희미하게 들리는 코러스와 화음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번 본 영화를 다시 보다 보면, 특별한 생각 없이 그냥 다시 튼 것뿐인데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말하는 주인공 위로 보이는 평범하지만 산뜻한 하늘, 바쁘게 뛰어가는 인물들 뒤로 보이는 멋진 건물.


나는 이러한 것들을 '바깥 것'이라 부른다.


그렇게 들리고 보인 모든 '바깥 것'들은 내가 그 노래와 영화를 다시 듣고 보고 싶어지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3~4분 흐르는 노래에서 고작 그 베이스 소리를 다시 들어보려고, 2시간 걸리는 영화에서 그 파란 하늘 한 번 또 보려고 나는 그렇게 또 물어뜯는다.


때때로는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물론 노래와 영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나의 삶은 항상 '○○에 빠져 사는 사람'으로 수식될 수 있는데, 뭐 하나 끝나면 다른 것에 푹 빠져 몇 년 동안 파고, 또 그게 끝나면 다른 것을 또 미친 듯이 파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 무엇에 푹 빠지든 간에, 그것을 몇 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전부 동일했다는 것이다. 그냥 똑같이 하고 있었던 것뿐인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그에 따라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


무언가를 할 때마다 그런 '바깥 것'들을 우연히 접함에 따라 즐거움이 커지는 경험을 하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 그러한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똑같은 것을 너무 똑같이 하고 있진 않은가.'


최근에 취미로써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글쓰기인데, 아직 조금도 질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로운 종류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의 <사과 파는 남자>, <오늘은 비가 안 온다면서>와 같은 글은 나의 작은 도전들 중 하나였다. 내가 가진 생각과 뜻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다.


비록 그 글들은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그 글들을 쓸 때 느낀 새로운 재미는 앞으로의 글 쓰는 시간을 더욱 기대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조금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사소한 일이든, 중대한 일이든, 그 일의 '바깥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 


이 과정은 며칠이 될 수도, 몇 주가 될 수도 있겠으나, 무언가의 지속과 발전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삶의 모든 것에 아웃 포커싱(Out Focusing)을 시도해보길 권한다.





*<오늘은 비가 안 온다면서> (https://brunch.co.kr/@donping/25)

*<사과 파는 남자> (https://brunch.co.kr/@donping/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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