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녕

떠나보내야 할 것들에게

by 김진성


머리는 텅 비고 손 줌에는 가진 것이 없어

그 틈을 비집고 온갖 벌레들이 들끓었다.


기어 다니고 때로는 치부를 쑤시며

골 깊은 상처가 자리 잡아 흉이 되었다.


다른 무언가로 나를 채우지 않으면

굳어버린 딱지가 떨어지기에는 기약이 없기에.


책 한 권을 들어 무수한 언어를 삼키며,

커피 담긴 잔을 들어 목구멍의 때를 씻어 내리며,


나의 삶에 칼집을 내던 것들에게

적당히 건조한 손바닥을 펼치어 안녕을 표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외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