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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Mar 08. 2022

글은 쓰고 싶은데

머리에 들은 것은 많은데


 생각을 한다. 노트북을 열어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그 상태에서 냉동 인간이 되어 빈 화면을 응시하며 시간을 하나둘 버린다.


키가 1m 남짓도 되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 수영장을 가득 메운 듯, 머릿속을 헤집는 무언가는 많다. 그것들을 꺼내 단지 50cm 앞으로만 가져다 놓으면 되는데, 그것이 참으로 난제다. 1시간 같은 1분이 흐르고, 기어코 공백에 사이 띄기 하나를 내어준 후 한 글자를 올려보려 하지만 손가락은 다시 멈춘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무엇을 하나, 싶다. 글 쓸 거리가 없는 것이 글 쓸 거리라니. 한 문단을 쓸 때마다 이 글을 올려야 하나 싶은 고민을 반복한다. 이로써 브런치는 참으로 훌륭한 공간이다. 소재와 성격의 구속이란 없이 축약과 비약의 연속인 나의 초라한 생각들을 활자로 내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브런치 나우에서 혜성같이 쏟아지는 글들을 보고 있자면 감탄할 적이 많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을까, 하며 말이다. 누군가 나의 글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할까? 누군가 선물한 글자들을 머릿속으로 옮길 때마다 되뇌는 물음이다.


글은 쓰고 싶은데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사고 회로가 극적으로 복잡한 탓일까. 머릿속이 우주가  마냥 떠다니는 것들은 많은데, 그것들을 분간하는 것이 문제다. 내가 떠올리는 모든 것들은 이미   이상의 검수를 마쳤다. 그것이 쓰레기인지, 영감인지. 영감이라  것들은 이미 나의 서랍들에 들어가 있고, 나머지는 일반 쓰레기인지, 재활용 쓰레기인지 다시 검수하여 대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서랍이  뚱뚱해질 테니.


그렇지만 재활용 쓰레기가 적은 것인지, 내가 분리수거를 잘못하는 것인지 나는 일반 종량제 봉투만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자유롭게 꿈꾸는 8시간과 눈을 떠 세상을 엿보는 16시간 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글로써 생각을 내려놓는 것은 1200피스 직소 퍼즐이다. 한순간의 영감으로 그럴듯한 생각을 잽싸게 낚아채어 적절한 단어의 혼합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 퍼즐은 때로는 아름다우면서도, 때로는 머리를 싸매게 하는, 실로 난센스의 존재다.


나는 그 퍼즐을 오늘도 풀고자 하였으나 가히 실패라 하겠다. 다만 미래에도 나는 키보드 앞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을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기기에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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