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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Mar 16. 2022

차가운 이별


 우리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것에 익숙지 않다. 손바닥을 펼쳐 작은 인사를 보낸 후의 남겨진 고요한 공기는 낯설기만 하다. 소설가 리차드 바크가 그랬다. 재회에는 작별이 필요해. 허나 기약 없는 작별 인사에 누군들 두렵지 않을까. 떠나보내는 그 몇 초의 순간이 우리의 모든 기능을 멈춰 세운다.


이별은 언제나 시리다. 상대가 누군들 내가 사랑했던 이에게 더 이상 손을 뻗지 못함의 슬픔은 그리도 속절없다. 언제가 마지막인지 우리는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가 나를 불러주는 마지막 부름에도, 우리는 깨닫지 못하였다. 그리 하여 이별이란 차갑고 정적이다.


보내준다는 것의 정의를 어찌 함부로 내릴까. 향방을 알 수 없는 그의 뒷모습에 푸념밖에, 막연한 기도밖에 내려놓을 수가 없기에 우리는 초라했다. 이제는 닿지 않는 사과와 감사의 말이란 예전만큼 뚜렷한 형체가 없다. 작은 눈송이가 바닥에 닿아 사라지듯 우리는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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