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업은 백수입니다

6개월 동안의 백수 생활

by 돈시맘

2024년 11월 1일부터 난 타의에 따른 백수가 되었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았고, 그 부당함에 항의하다가 부당, 정리해고를 당했다.

8년이 넘게 다녔던 회사와의 강제적인 이별, 허무하게 끝나버린 회사 생활.

이러려고 충성을 다하며 바보 같은 짓을 해온 내가 참 한심스러웠다. 회사에서 당한 해고로 인한 혼란, 분노, 자존심의 상처를 치유할 시간도 없이 취직 준비를 시작했다. 먹고사는 일이 시급했다. 월급이 사라진다는 불안감에 어떻게든 이직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당장 취직을 해야 한다는 이 부담감으로 인해 정신은 더욱 피폐해졌다.


회사라는 집단에 다시 소속되어야 한다는 게 끔찍했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이력서를 점검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면접 준비를 하는 내가 사람 같지가 않았다. 이런 현실이 야속했다. 잘못한 거 없는 내가 왜 회사에서 쫓겨나야 하며 생각하지도 못한 이직 준비를 등 떠밀려서 해야 하는 것인지. 회사를 나가야만 하는 로봇? 왜 또 원하지도 않는 일을 타인이 만들어준 인생 진로로 인해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인지.


넌 자존심도 없니? 마음에도 없는 회사에 서류를 제출하고 왜 다니기 싫은 회사를 찾아가 충성을 다하겠다며 면접용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걸까? 면접장에서 웃으며 "이 회사를 꼭 다니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펑펑 울며 거짓말하는 내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해고에 대한 마음의 충격도 보살피지 못하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불안감이 나를 더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돈'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 돈 걱정 없이 월급은 언제나 자동으로 나오는 것처럼 살아왔기에, 준비도 없이 맞은 갑작스러운 해고는 너무나 큰 충격과 짐이었다. 돈 때문에 다시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다 관두고 싶었다.


단지 돈이라는 이유 하나로 다시 일을 하러 나가기에는 나 자신이 인간을 포기한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한구석에 불편한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쫓겨나는 보상으로 받은 퇴직금 6개월 치 월급. 이 퇴직금은 내 뭉겨진 자존심과 맞바꾼 피 같은 돈이다. 6개월의 월급이 적은 돈일 수도 있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위로를 한다. 6개월간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돈이 있으니. 생계 걱정은 우선 6개월 뒤부터 해도 된다고 나를 토닥인다. 6개월은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직장을 구하자고 조바심에 일을 더 그르칠 수 있으니 충분한 휴식과 생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상처받은 마음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였다.


이직 준비 중 번개같이 스쳐 지나간 아이디어. 왜 꼭 당장 회사를 나가야 하는 것일까. 6개월의 월급이 보장되었으니 이 기간에는 출근을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이 기간만큼은 돈 걱정 없이, 내가 살아보고 싶은 인생을 살아보자고 마음먹었다. 이번이 나에게 온 마지막 기회라고 내 마음이 속삭였다.


이번이야. 다음에는 이런 기회가 없을 거야. 놀아. 편안하게 쉬어봐. 그동안 넌 최선을 다했어. 지금 쉬고 6개월 뒤에 다시 직장을 다녀도 돼. 넌 그럴 자격이 충분해. 쉬어.


이번에는 내 마음의 간절한 울림에 귀 기울여야겠다고, 이번만큼은 이기적이더라도 내 생각만 하겠다고, 나도 한 번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자유를 얻고 싶다고 다짐했다. 내게 필요한 것,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를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은 쉬면서 다시 재충전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난 스스로 조건부 백수 생활을 택했다. 6개월이라는 기한. 이 기간만큼은 오직 내 생각과 삶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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