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그리고 실직
나의 생계를 지키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월급. 해고로 인해 월급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러니 실직은 나에게 사망 선고와 같았다. 회사에서의 성공이 인생 목표였던 나에게 해고는 너 앞으로 살 가치가 없다는 내 심장에 대목을 박는 사망 선고와 같았다. 해고로 나의 삶이 한순간에 막을 내렸다. 갑자기 찾아온 인생 위기. 해고라는 큰 사건이 내 인생을 무자비하게 흔들어 놓았다.
난 내가 주어지는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했어도 무능력하지도 않지만, 정리해고의 벽은 넘을 수가 없었다. 그 누구보다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많은 희생을 하면서도 지켜왔던 커리어의 실이 매우 짧은 순간에 끓어져 버렸다. 회사 밖으로 쫓겨나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내 회사 계정은 바로 차단되었고 8년 이상 다니던 동료들과 작별 인사도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사라져 버린 나의 존재.
불안감과 무기력감이 몰려들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을 열심히 해도 언제나 해고를 당할 수 있었다. 나는 단지 회사의 한 부분의 부속품이었음을, 하찮은 존재였다. 나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노력의 배신
얼마나 미친 듯이 일을 했던가. 주말도 없이 아니 내 삶이 없었다. 내 인생이 회사, 회사가 내 인생. 나의 성공과 발전을 위해 일에 매달렸지만 정말 나의 전부는 회사였다. 회사에서의 성공이 내 성공이었고 내 성과로 받는 인정이 내 욕구를 채워주었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왔고 그만큼 나의 실력도 늘었다. 노력의 과정과 결과가 월급의 액수. 월급을 받으면서 금융 치료가 되었다. 근데 내 시간과 노력이 배신을 당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불필요한 존재라고 날 버렸다. 한순간 나의 노력과 회사에서 보낸 시간이 부정당했다.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나. 난 회사에 배신을 당했다. 난 나의 노력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해고 사유는 불필요한 존재.
몇 년을 두세 사람 일의 업무량을 혼자서 묵묵히 해내던 내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으니 나가란다. 장황한 설명도 없다. 당신이 필요가 없다. 이 한마디가 한순간에 내 존재를 부정당했다. 그동안의 회사 일로 보냈던 시간이 송두리째 사라진다. 난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이 많은 일들을 혼자 감당했던 것인가. 가족의 희생까지 바라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나가란다. 필요 없으니 나가란다. 헛웃음이 나온다. 모든 게 부정당했다. 그렇게 많은 업무량을 견뎌내면서 번아웃이 오면서까지 일을 했는데 갑자기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 해고 사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고 언제나 대체가 되는 기계였으니. 나만 이해를 못 하는 해고 사유. 타당한 이유를 듣고 싶어서 상사에게 질문을 거듭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당신이 필요 없습니다‘.
사망선고
회사로부터 받은 사망선고(?)를 받은 후, 내 삶의 이유를 다시 찾아야 했다. 갑자기 회사 일을 못 하게 되었으니 내 일상이 무너졌다. 회사 일로 시작하던 나의 아침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계 걱정으로 시작되었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어두컴컴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강제 휴식. 꿈에서도 단 한 번이라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해고라는 사망선고를 받고 난 후 난 며칠, 몇 주 동안 분노와 슬픔에 내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인생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 아무리 준비하고 계획해도 한순간에 모든 게 사라질 수 있다. 이번에 해고를 통해 직접 경험한다.
그리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다. 이 속담은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인내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닌 절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고생해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온 나에게 보상은커녕 좌절과 불안감만 남겨졌다.
내 인생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타인의 힘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