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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18. 2022

어서 와, 통영은 처음이지 2

20220521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바다가 코앞이다.

창문에서 그대로 다이빙하면 될 정도다.

남해는 맑다.


간단히 정비를 하고 아내와 아들, 오랜만에 모인 완전체 가족의 모습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기왕 왔으니, 차를 렌트해 조금 더 멀리 가보자.

(아내는 운전을 못한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버스 혹은 도보로만 이동했다고 한다. 아내의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근처 쏘카 거점 주차장을 찾아본다. 마침 터미널 근처에 있다. 걸어가면 10분. (물론 어젯밤에는 피곤하고 초행이라 좀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이제는 길을 아니까) 내가 걸어가서 차를 빌려서 숙소로 돌아오면 아내와 아들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통영 터미널 옆, 쏘카 주차장에는 차가 몇대 없었다. 캐스퍼가 있네? 그래 한 번 타보자. 라고 생각하고 앱을 켰는데 예약이 되었단다. 아쉽네. 결국 모닝을 빌렸다. 굳이 큰 차를 탈 필요는 없다. 서울에도 작은 차 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차 외관을 촬영해 업로드하고, 결제를 하니 디지털키가 활성화 된다. 차에 앉았다. 깨끗하다. 아무것도 없는 내부가 아주 마음에 든다. 의자를 조정하고,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맞춘다. 여러 버튼과 레버가 손에 익도록 조금 조작을 해보고 바로 숙소로 출발한다.


아내와 아들을 태우고 어디로 갈지 의논했다. 기왕 통영에 왔고, 차가 있으니 조금 멀리 가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럼 거제도지. 거제도로 출발. 통영 시내는 차가 많지 않고, 운전이 얌전하다.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선선해서 사람들이 순한 것일 수도 있겠다. 거제도 '바람의 언덕' 에 도착했다. 탁 트인 바다 풍경이 마음까지 깨끗하게 닦아준다. 숨을 깊게 들이쉬니, 서울의 미세먼지가 모두 씻겨 내려가는 듯 하다. 옆에 있는 유명한 맛집이라던 '바람의 핫도그'는 위치를 옮겼단다. 바람의 언덕에 있어서 유명해진 핫도그 같던데, 아무래도 또 여러가지 이권 이슈가 있었던 듯 하다. '바람의 언덕에 바람의 핫도그는 없습니다.'


바람의 언덕


유람선을 타러 이동했다. 나는 뱃멀미가 심하다. 몰디브로 갔던 신혼여행에서는 전통 배를 타고 낚시를 나갔다가 뱃멀미 때문에 통으로 하루를 날렸던 경험도 있다. (숙소에 누워서 사경을 헤맸다.) 그래서 멀미약을 사서 먹었다. (물론 아들과 아내도 같이 먹었다.)

유람선은 단층짜리 였고 내부는 스타벅스 매장 정도의 사이즈였다. 앞쪽은 선장님이 운전을 하고, 외부는 구경할 수 있도록 레일이 둘러진 단체 관광을 위한 배다. 많은 손님들이 승선했다. 배가 기울어지니까 한쪽에 몰려있지 말라는 선장님의 방송에도, 즐거운 관광객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있다.

선장님은 멋쟁이다. 잘 다려진 와이셔츠에, 자켓, 구두가 아침에 광을 낸 듯 반짝반짝하다. 물론 촌스럽다. 세련된 최신 패션은 아니다. 하지만 신경을 많이 쓰신 건 잘 알 수 있다. 멋을 아시는 분이다. 깔끔하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진 사람은 촌스러울지언정 힙하다.


멸치를 말리고 있다. 반짝반짝 눈이 부시다.


배는 바다를 향해 슬금슬금 움직였다. 속도를 내면 파도에 올라타 위아래로 1m씩은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순신 장군은 이런 거친 바다에서 외로운 전투를 홀로 치렀구나. 새삼 감사하다. (나는 뱃멀미의 위협을 느꼈지만, 드러누울 정도의 고통은 없었다.)

이런 저런 바위와 괴석에 대한 설명은 선장님 몫이었다.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 직원의 랩에 버금가는 구성진 가락으로 주변 바다와 섬들에 대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해주셨다. KBS예능, 1박2일에 나왔다는 '십자가 모양 하늘'을 보게 된건 정말 운이 좋은 거라며, 친히 좁은 섬 사이로 배를 밀어넣어 보여주셨다. (이 때, 선장님의 운전 실력에 감탄했다.)


유람선 내부


배는 외도에 도착했다. 여기 하선해서 2시간의 자유시간을 갖고 다시 배를 타고 거제로 복귀한다.

2시간 자유시간. 꽤 넉넉한 시간을 주셔서 쫓기지 않고 섬을 둘러볼 수 있었다. 개인섬이라는데 관리를 잘해놨더라. 친일파가 소유하고 있다는 춘천 남이섬 생각이 나서 좀 찝찝하긴 했지만, 일단 도착했으니 잘 쉬고 돌아가기로 한다. 산책하고 커피도 마시고 팥빙수도 먹었다. 다시 말하지만 섬은 꽤 괜찮다. 카페도 깔끔하고, 쉴 곳도 여기저기 잘 마련해놨다. 2시간이 훌쩍 지나, 다시 멋쟁이 선장님의 배를 타고 복귀한다.


섬은 이런 식으로 꾸며놨더라.
섬에 있던 카페에 앉아서 바라본 바다 (팥빙수가 맛있었다.)


거제에서 통영으로 돌아왔다. 다음 차례는 케이블카. 예매를 하고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탑승했다. 유명한 '산이 있는' 관광지에는 늘 케이블카가 있는데. 나는 궁금했다. 케이블 카 회사들이 '산'이 있는 주요 관광지를 돌며 영업을 열심히 뛴 결과인건지. 아니면 지역 공무원들의 숙원 사업 중 '케이블 카' 설치가 유행했던건지. 요새는 케이블카를 공사하는 광광지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 하다. 환경보호의 영향인 걸까. 아무튼. 케이블카는 없으면 섭섭한 그런 액티비티가 되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후두둑 비가 떨어진다. 케이블카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으로 비가 쏟아져 들어온다. 얼른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비내리는 케이블카도 색다른 경험이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아내는 비가 오니  걱정이다. 아들은 높은 크게 무서워하않는다. 나는 무섭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에 도착해, 30분정도 등산을 조금 더 해본다. 그럼 정상에 갈 수 있다. 나무 계단으로 잘 만들어놔서 크게 어렵진 않았다. 지상에서부터 걸어서 등반했다면 몇시간 걸렸을테지. 케이블카 덕분에 높은 곳에 편하게 잘 왔다.

내려올 땐 다시 화창해졌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왔던 '톳 김밥'을 먹으러 왔다. 톳이 많이 들어가있다. 식감이 독특하다. 양이 많다. 맛도 있는데다가 직원분들도 친절하다. (보통 유명세를 탄 집들은 불친절한 경우가 많은데, 여긴 달랐다.)


양이 많고 맛있다.


루지를 타러 간다. 루지는 처음 타보는데 꽤 재밌다. 예전 놀이공원에 있던 범퍼카 같은 허술한 액티비티를 예상했었는데, 아주 잘 정비된 깔끔한 곳이었다. 무엇보다 아들이 즐겁게 잘 타서 좋다. 루지는 혼자 타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야 하는 데, 잘 탄다. 언제 이렇게 컸지, 라는 생각이 새삼든다. 내 앞쪽으로 루지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며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아들과 조금 더 친하게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늘 아깝고 소중하다.


루지타는 곳(?)은 잘 정비되었고, 직원분들도 친절했다.


돌아오면서 아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맛있다고 예찬한, ㅇㅇㅇ 떡볶이로 왔다. 떡볶이를 포장해서 숙소에 가져가서 먹을 예정이다. 주인할머니가 아들이 예의가 바르다고 내가 혼자 기다리고 있던 차에까지 나오셔서 칭찬을 해주신다. 아마 내가 오기 전에도 자주 찾아왔었나보다. 공부 잘한다는 칭찬보다 훨씬 뿌듯하다. 예의바르고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내가 조금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들이 나를 보고 실망하지 않고, 따라 걸어올 수 있도록.


돌아와서 차를 반납했다. 150km정도 움직였다. 엄청 많이 돌아다닌 것 같은데 생각보단 많이 안달렸다. 쏘카를 타고 여행해보니, 편하다. 개인 소유의 차가 정말 필요할까 라는 고민이 더 깊어진다. 공유차량 이라는 개념이 이미 과도하게 포화상태인 주차장과 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공유차량+자율주행 이라면 금상첨화. 기술의 발전, 통영과 거제의 환경에 감탄하며 즐겁게 여행했던 2일차를 마무리했다.


통영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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