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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04. 2022

어서 와, 통영은 처음이지 1

20220520

통영은 정말 생소했다.

아내가 '통영에서 2주 살기'를 한다고 선언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통영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 곳인지 머릿속 지도에서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다.

거제와 여수는 그래도 이런저런 주변 사람들 여행담도 듣고, 밤바다를 노래한 인기 가요 제목 등을 통해 익숙했다. 통영? 뭐가 있더라.

그렇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서 한산도대첩을 승리로 이끈 바로 그 곳이다.


저 쯤이다.


아내와 아들은 며칠 전에 먼저 출발해서 이미 통영에서 지내고 있다. 통영 2주 살기.
나는 회사 일로 모든 일정을 같이 소화하기는 힘들어 오늘에서야 출발한다.

금요일 저녁 일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준비한다.


짐은 며칠 전부터 백팩에 대충 싸놨다.
많이 덥다니까 티셔츠 몇 벌.

바지는 두 벌.

해가 쨍쨍이라니 챙 넓은 모자.
숙소에 침대가 하나 뿐이라 바닥에서 자야 하니 침낭.
그래도 혹시 몰라 바람막이 등등


백팩을 메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서 고속버스터미널로 걸어간다. 40분쯤 걸으면 된다. 미리 여행 기분도 내고 좋다. 백팩을 메고 걸으면 이미 여행을 온 듯 행복하다. (근데 배낭이 무겁다. 꽤 덥다.)

고속터미널에 도착. 지하 식당가로 왔다. 저녁을 먹고 출발해야 한다.
뭘 먹을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선택한 건 매운 수제비. 맛없다. 고추장 푼 국물에 밀가루 반죽 몇개가 들어가있다. 당연히 터미널에 맛집이 있을리가 없겠지. 이 곳은 오고가는 여행객들이 일회성으로 들르는 장소가 아니던가. 애초에 다시 방문할 손님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퀄리티의 음식이 나올 수 있나보다. 아무리 그래도 여행자를 위한 곳인데? 그 옛날 주막은 이러지 않았을 것 같다.


일찍 와서 버스 출발까지 한시간 정도 남는다.

금요일 저녁 고속버스터미널 안 카페가 이렇게 인기가 좋을 줄은 몰랐다. 브랜드 마다 빈 자리가 없다. 스타벅스로 간다. 인테리어, 커피 맛, 손님들의 분위기, 모두 일관된 장소니까 믿을 수 있다. 저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는 가격도 가장 싼 편에 속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가져온 책을 꺼내 읽는다. 두권 챙겼는데 읽을 수 있을라나.


버스가 출발한다. 만석이다. 통영은 인기가 좋구나. 대부분 잠든 승객을 태운 버스는 어두운 고속도로를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간다. 2시간 정도 달려 휴게소에 멈춘다. 금산인삼휴게소였나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버스는 15분을 정차하고 다시 어두운 고속도로에 올라탄다.


4시간 넘게 걸려 통영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미 11시가 넘은 시간으로 터미널은 깜깜하다. 거리는 인적이 없다.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숙소까지 걸어서 20 정도인데 너무 어둡고 조용하다.

그래도 걷는다.

언제 또 이런 밤늦은 시간에 통영 거리를 걸어볼 수 있을까.

어두운 통영 거리. 지나는 사람 한 명, 차 한 대 없다.


네이버 길찾기 지도를 따라 걷는다.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 나같은 사람도, 이 늦은 시간에 초행길을 걸어 목적지까지 쉽게 갈 수 있다니. 새삼 기술의 발전이 놀랍고 고맙다. 지도 한장 들고 여행했던 과거의 선배님들에게 존경심이 생길 지경이다.


사진이 잘 안나왔다. 통영 어딘가 나이트클럽에 탁재훈님이 온다는 홍보 차량과 포스터가 엄청 많았다. 거리에 사람은 없는데 홍보차에서 탁재훈 님의 노래만 외로이 쩌렁쩌렁 울렸다.


밤이 늦어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향이 진한 걸로 봐서 해안에 가까이 온 듯 하다. 내일 살펴봐야겠다.

초행이라 조금 돌아서, 30분 정도 걸려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구했다.)

너무 늦고 피곤해서 짐만 내려놓고 일단 잠들었다.


통영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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