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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Sep 12. 2022

제주, 함덕에 왔습니다 3

2022.08.22

여행을 오면 아침 일찍 카페에서 커피와 책을 즐기는 낙이다.

오늘 아침 카페는 '에이바우트'로 정했다.

어제 방문했던 '델문도'가 언덕 위 통나무집 같은 분위기의 카페라면,

이 곳은 '모던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에이바우트


위 사진 처럼, 모든 자리에 콘센트가 좁은 간격으로 구비되었다. 심지어 무선 충전기가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시원한 풍경에 갖가지 편의 시설까지. 혹시 제주에 워케이션을 온다면 이 곳도 적절할 것 같다. 가격은 합리적이고 커피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 가족 각자 가져온 책을 읽고, 커피와 디저트 몇가지를 즐겼다.


함덕 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서우봉오름'이 있다. 나는 제주에 올때마다 올레길을 걸었는데. 코스 중 반드시 오름이 있었다. 제주의 오름은 일반적인 '산'과는 달리 걷기에 힘들지 않고, 올랐을 때 탁트인 경치가 아름답다. 이번 우리 가족 오름 산행은 미리 예약한 가이드분과 함께 한다. (서우봉 오름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해 주셨다.)


구름 한점 없는 날씨가 아주 뜨거웠으나, 오름은 중간중간 숲으로 그늘을 만들어 우리를 달래주었다. (하지만 선글래스는 필수다.) 아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불평없이 씩씩하게 올라주었다. 고맙다.


오름 중간에서 바라본 함덕해수욕장


서우봉오름에는 많은 동굴이 있다. (제주에는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이 많다.)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전쟁을 위해 만들어둔 땅굴이다. 일본인들은 우리 민족의 정신 뿐만 아니라 국토 여기저기에도 많은 상처를 냈다.


일본이 미국에게 핵폭탄을 맞고 패망한 후, 식민이 끝난 우리나라는 큰 실수를 했다. 바로 친일청산에 실패한 것이다. (1946년 경찰간부 중 82%가 일제 경찰 출신이었다고 한다. 친일파들이 그대로 대한민국 경찰이 된 것이다.) 친일세력들은 그대로 극우로 변신하여 세를 이어갔다. 제주의 큰 아픔, 4.3사건은 이러한 배경으로 시작되었고, 수많은 제주도민의 희생이 있었다.


4.3사건 당시 제주도민들이 도망쳐 이 동굴들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그냥 '땅굴'이었으므로 목숨만 근근이 유지하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선량한 시민들이 좁은 땅굴에서 두려움에 떨며 음식도 없이 숨어지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서우봉오름의 동굴 중 하나. 직접 들어가서 찍어보았다. 어두운 동굴에 촛불을 세웠던 흔적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서우봉오름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고 다시 하산했다. 동굴에 관련한 역사를 듣고나니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숙소까지 걸어가다가 너무 더워서 편의점에 잠시 들렀다.

얼음컵에 음료수를 하나씩 담아 마셨다.

알록달록 음료수


점심은 숙소 바로 옆 식당에서 회정식을 먹었다.

광어회, 초밥, 튀김, 매운탕 등이 조합된 메뉴다. 이 가격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구성이 알차고 싱싱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향했다.

집에서 가져온 스노쿨링 장비를 챙겨, 물고기를 보기 위해 바위 지역 근처로 돌았다. (바위 근처에 물고기들이 많다고 해서) 결론적으로, 한 마리 잡아보겠다는 아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구경은 많이 했다. 그걸로 만족한다.


들어와서 씻었다.

TV를 보고 각자 쉬다가 저녁 먹으러 출발했다.

오늘 저녁은 '숙성도' 라는 고기집이다. 갔더니 웨이팅이 68번이다. (아내의 이야기로는 인기가 제법 많은 맛집이란다.) 안내판에는 <20번일 경우 40분~1시간 소요된다>고 써있다. 68번이니까 3시간인건가. 아무튼 기왕 먼길 왔으니 기다리기로 한다.

2층이 바로 숙성도


실제로는 한시간 정도 웨이팅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웨이팅 포기자가 많고, 테이블 회전이 빠르다.

자리에 앉았더니 순식간에 셋팅이 끝난다. 이 곳의 서빙은 마치 군대처럼 일사불란하다. 직원 모두 정해진 규칙과 프로토콜에 따라 군더더기 없이 움직인다. 이렇게 운영하니 테이블 회전을 빠르게 돌릴 수 있겠지. 손님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백김치, 명란젓, 멜젓, 고사리 등 다양한 사이드와 함께나온 고기는 상호처럼 '숙성'해서 그런지 맛이 깊고 부드럽다. 우리 가족 모두 "맛있다"를 연발하며, 저녁을 즐겼다.

무슨 고기 시켰었는지는 기억 안난다. '맛있었다'라는 건 기억난다. 사이드에 놓인 명란젓 등이 정갈하다.


배부르다. 만족스럽게 먹고 나왔다.

숙소로 걸어오다가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레인보우샤베트와 애플민트로 고기의 느끼함을 닦아냈다. 역시 배가 불러도 아이스크림은 맛있다.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

미리 준비를 간단히 하고 잠들었다.


3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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