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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Sep 03. 2022

제주, 함덕에 왔습니다 2

2022.08.21

어제는 조금 흐렸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다.

파란 하늘이 에메랄드 색 바다와 잘 어울린다. (완벽한 조합이다.)

가볍게 아침을 먹으러 간다. 


가는 길에 느낀 몇가지.

걸어가는 길에 갖가지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함덕해수욕장 근처는 아름답고 고요한 바다와는 달리 이런저런 가게들로 번잡하다. (근처에 각설이? 품바? 공연장도 있었다. 노래방 기계에서 부르는 노래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어제 저녁 관광객들이 길거리에서 마신 술병과 일회용 안주 그릇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베스킨 라빈스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길바닥에 떨구고 그대로 갔는지 바닥이 분홍파랑 화려하게 끈적끈적 난리다. 관광객들이 몰리면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조금 더 길게 보고 근처를 개발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우리는 조금 더 시민의식을 기르고 쌓아 갖추었으면 좋겠다. 나도, 우리 가족도 더 노력해야겠다.


디저트가 맛있다는 카페 '델문도'로 향했다.

델문도에서 바라본 바다
몇가지 빵과 커피를 주문했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다. 그래, 하와이 같다.

이쪽에서 바라본 바다색과 하늘, 그리고 건물하나 없는 초원의 언덕들이 하와이의 그것과 비슷하다.

크로아상과 시나몬롤을 커피와 먹었다. 베이커리를 직접 한다. 갓 구운 따끈한 빵이 커피와 잘 어울린다.


카페 건물, 이 곳이 예전 이승만의 별장이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들었다.


숙소에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바로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물놀이 복장으로 갈아입고 근처 '해녀김밥'으로 향했다.


독특하지만 맛있다. 이걸 김밥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다. 하지만 네이밍은 주인의 고유권한이니 이건 김밥이 맞다. 라면은 갖가지 해산물로 바다내음이 진하다. 웨이팅이 좀 있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다. 프렌차이즈보다는 이런 다양한 가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바깥 좌석에서 드시는 분들은 자동차 매연을 그대로 흡입하시던데, 웬만하면 안에서 드시는 걸 권합니다.

해녀김밥의 김밥과 라면 (정확한 메뉴명은 기억 안난다)


김밥을 먹고 바다로 갔다.

여기는 바다가 맑고 투명해서 좋다. 나는 어두운 바다가 싫다. 검은 바다는 무섭다. 제주의 북쪽이 이런 바다색을 가졌다니, 앞으로 자주 오고 싶다.

오늘은 날씨가 좋다. 하지만 그만큼 뜨겁다. 오래 놀면 새까맣게 타겠군.

물이 따뜻하다.

모래톱에서 신나게 놀았다. 아들은 물놀이보다 모래놀이가 더 재밌는 눈치다. 성도 쌓고, 댐도 만들면서 많이 웃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했다.

아내와 나는 출출해서 뭐라도 먹을까 아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들은 쉬고 싶단다. (의견을 존중한다.)

아내와 나, 둘이서만 나와, 근처에서 물회 한 그릇을 먹었다. 달고 시원하다.


돌아와서 아들을 데리고 전이수 갤러리(걸어가는 늑대들)로 향했다.

바닷가로 휴가와서 미술관에 간다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 못했지만, 색다르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전이수 갤러리 '걸어가는 늑대들'


'전이수'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활동을 해온 분으로 (사실 현재도 어리다.) 독특한 그림체와 나이답지 않은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 작품들을 가지고 있더라. 그림을 그리는 실력보다는 순수하고 솔직한 그 마음이 와닿았다. 여기 몇가지 작품을 소개한다. (그림 아래에, 작가가 직접 손글씨로 쓴 설명을 읽고 감상하면 더 좋습니다.)



관람 후, 

걸어서 돌아오는 길은 해가 뉘엿뉘엿했다.

하나둘씩 건물에 불이 켜지고, 바다는 조용히 파도 소리만 울린다.

새삼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방파제가 운치있다.


맥주 한캔을 사서 들어왔다.

마시고 잠들었다.


2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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