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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28. 2022

제주, 함덕에 왔습니다 1

2022.08.20


조금 늦은 여름 휴가를 가족과 다녀왔다.

목적지는 제주 함덕.


아침 6:15 비행기는 처음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떠냐야했다.

4시 기상, 4:30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어설프게 시간을 예상하면 반드시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면 문제가 생긴다.


이번 가족여행에서 캐리어는 제외했다.

각자 자신의 짐을 백팩에 넣어 떠나기로 했다.

스스로 짐의 무게를 깨닫고, 불필요한 물건은 제외하여, 가볍게 한발 한발 걸어나가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미니멀리즘이 지구에게, 또 인생에도 적절하다.

전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들었다.


4시. 알람이 울린다.

어제 준비를 잘 해놓은 덕에 지체없이 출발했다. 졸릴텐데 투정 없이 자기 짐을 챙기는 아들이 든든하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을까. 새삼 놀랍고 고맙다.


간밤에 비가 많이 와서 습하다.

다행히 차는 많지 않았다.(아침 5시 전이니 당연한건가)

강남-김포 50분 소요를 예상했으나, 35분 정도 걸렸다. 역시 차만 없으면 어디든 가깝다. 이래서 새벽에만 이동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새벽 김포공항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새벽 공기가 차다.

공항 주차장에는 벌써 차가 가득하다. 조금 돌면서 자리를 찾았다.

주차를 마치고 공항건물로 들어와 티켓팅을 한다. 요새는 키오스크에서 처리가 가능해 아주 편리하다.

이번 여행은 캐리어 없이 백팩으로만 움직이기로 해서, 수하물을 부치기 위해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시간낭비 없이 아주 편리하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 모두 스스로의 짐을 각자의 배낭에 짊어지고 움직인다.

이제 아들이 많이 커서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다행이 아들은 씩씩하게 잘 따라주었다.

덕분에, 짐을 부치기 위한 긴 줄을 뒤로하고 던킨에서 커피와 도넛을 사서 즐길 수 있었다.


탑승했다.

제주는 금방이다. 착륙 직전에 신입 승무원의 실수가 있었다.

“이 비행기는 곧 대구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라고 방송해버린 것이다.

대구? 우리 제주 아니었어? 기내는 웅성웅성.

사람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꼼히 쳐든다.

곧 정정 방송이 나왔다. 신입이 많이 혼나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힘내세요. 그럴 수도 있죠.


비행기에서 바라본 제주는 날씨가 좋다.

도착.

다행히 날씨가 좋다. 조금 덥지만 쾌적하다. 습하지 않아서 그런가.


출출하다. 아침을 먹고 숙소로 가는 게 좋겠다. 우진해장국으로 가보자. 맛집이라는데, 해장국을 워낙 좋아해서 기대가 크다. 공항 앞에서, 365번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했다.


왔는데, 글쎄 대기가 수십팀이다. 아침 7시인데? 해장국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역시 한국은 뜨끈한 국물의 나라다.


30분 조금 넘게 기다려서 입장했다. (우진해장국은 대기를 위한 건물이 따로 있더라. 뙤약볕에 길게 줄을 서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고사리 육개장과 몸국을 한개씩 시켜서 나눠 먹었다.

고사리육개장은 걸쭉한 고기탕으로 몸보신 느낌이 강했다. 개인적으로는 고사리육개장이 내 스타일이었다. 몸국은 조금 더 바다맛이었고, 상대적으로 가벼웠다. 재방문 의사 있음. 다시 온다면 육개장을 선택하겠다.


사진 왼쪽이 몸국, 오른쪽이 고사리육개장


숙소가 있는 함덕해수욕장으로 버스를 타고 40분 이동했다. 큰 캐리어가 없으니 대중교통으로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

아직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아내와 아들은 카페에 있고, 나는 근처에 있는 조천읍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다.

한 15분쯤 걸어갔다. 덥다.


도서관은 잘 정비되어 있는 깔끔한 곳이었다. 관리하시는 분들이 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도서관 직원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 와서는 주로 소설을 읽는다.

추리 소설을 즐긴다.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가장 좋아한다. (작가에게 다작은 큰 능력이다.)

이 도서관에는 유난히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많더라.

함덕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많이 모여있는걸까.


한 섹션이 거의 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었다.


책을 빌려 돌아오니 체크인 시간에 알맞았다.

체크인 후 얼른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나왔다. 그 유명한 함덕 해수욕장이 바로 앞이다.

(엄밀히 말하면 '함덕 해수욕장'은 5분정도 걸어가야 하는 곳이지만, 숙소 앞쪽의 해변이 더 좋았다.)


날씨가 흐리흐리하다. 뙤약볕이 없어 놀기엔  좋다.

모래가 곱다.

바다 색이 투명하고 맑다.

물은 적당히 따뜻해 편안하다.

저 중간 모래톱이 썰물에 드러났다가 저녁엔 사라진다. 저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노쿨링 장비도 가져와서 아들이랑 재밌게 놀았다. (역시 물안경보다 성능이 좋더라)

실컷 웃고 떠들고, 모래놀이도 하고 돌아와서 씻었다.

숙소 들어가기 전, 외부에 있는 간이 수돗가에서 먼저 대충 씻고 모래를 털어냈다.

수영복 구석구석 여기저기서 모래가 계속 나왔다. 이곳 모래는 산호와 조개껍데기가 작게 부서져 만들어진 것으로 함덕의 바다색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 모래 때문이라고 한다.


들어와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에 몸이 노곤하다.

낮잠을 잤다. 아니 기절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역시 4시 기상은 힘들다. 게다가 물놀이까지 했으니.)


한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들은 피곤해서 다시 나가기 싫다고 했다. (의견을 존중한다.)

저녁도 포장해 올 겸 근처를 잠시 걸었다. 숙소 근처 탐방을 좋아한다.

새로운 사람들과 독특한 지역색이 어우러져 낯선 곳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결국 피자를 포장해서 돌아왔다. (페퍼로니 피자. 요새 아들의 최애 메뉴다.)


먹고,

책 읽고(히가시노 게이고는 여전했다),

잠들었다.


1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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