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 Nov 26. 2022

네, 터키에 혼자 왔습니다 3

2022.11.07 (안탈리아)


3일차


오늘은 6/7/8 (6시 기상/7시 조식/8시 출발)

5:30에 눈이 떠졌다. 시차때문에 오래 자기 힘들다.

씻고 가방을 정리한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캐리어를 마구 제멋대로 펼쳐놓을 수 없다. 매일 짐을 싸야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만 조금씩 꺼내서 사용하는 것이 정리에 편리하다. 마치 유목민의 삶과 같다. 문득, 과연 내 인생에서 필요한 짐은 얼마나 되며, 나는 얼마나 미니멀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지금은 캐리어 하나로 잘 살아가고 있잖은가.

짐을 정리하고, 조금 일찍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다.


호텔 조식

벌써부터 사람이 많다. 5/6/7인 사람들이다. 어제 먹은 저녁 부페에 그대로 메뉴만 줄었다. 빵이랑 계란을 먹었다. 다행히 커피머신이 있어서 뽑아마셨다. 지난 유럽여행에서 유럽은 커피에 진심이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곳 터키는 홍차에 진심이다. 차는 항상 뜨겁게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단지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고 싶다.


출발 전 잠시 낙타바위에 들러서 사진찍고 콘야로 출발한다.

풍화작용이 낙타 모양의 바위를 만들어냈다.


풍화작용이 이 지역을 먹여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 위대한 자연이여.


터키 사람들은 개를 좋아한다. 그래서 길에 개들이 아주 편하게 많이 돌아다닌다. 엄청 큰 개들이 많다.

큰 개들이 편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장면은 터키 어디를 가도 불 수 있다.


터키석 상점으로 이동하여 쇼핑을 한다.(패키지 필수) 난 터키석에는 관심이 1도 없지만, 패키지라 어쩔 수 없다. 이해한다. 하지만 동남아 투어와 달리 아무도 구매하지 않아도 가이드에게 불이익은 없다고 한다. 다행이다. 가이드분의 설명이 솔직해서 좋다.


버스가 아나톨리아 평원을 지나간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수백킬로미터의 평원. 로마시절에 이 평원을 차지하기위해 많은 전쟁이 벌어졌겠지. 평지같지만 해발은 980m란다. 어쩐지 귀가 먹먹하더라니.


휴게소(atarla)에서 휴식시간 25분이다. 지난 유럽여행에서도 경험했지만, 유럽은 노동자의 권익에 아주 진심이다. 운전기사의 법적 의무휴식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맞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도 노동자가 살기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휴게소. 그냥 휴게소다 정말.


휴게소 커피를 마신다. 25리라 머신커피다. 앙증맞은 작은 컵에 준다.

휴게소 커피


캐래반 사라이. 실크로드를 지나던 상인들이 쉬어가던 숙소다. 아시아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가는 길 한복판이니 이런 곳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캐라반 사라이


이런 숙소를 52km마다 만들어놨다고 한다. 52km는 낙타가 물을 마시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던데, 낙타는 정말 대단하구나. 어떻게 52km나 물없이 걸을 수 있는거냐.

숙소 내부. 저 방 같은 곳에서 상인들이 잠도 자고 했겠지.


캐라반 사라이 옆, 50m지름의 씽크홀이 있더라. 어마어마하다.

터키와 싱크홀은 연관이 없지만, 아무튼 신기하다.


이제 콘야로 이동한다. 버스로 4시간 걸린다.

콘야는 과거 '이고니온'이라 불렸던 11세기 셀주크 투르크의 수도이다. 유목민들이 정착하여 도시를 만들었고, 최초로 이슬람을 받아들였던 도시로 유명하다.


오후 1시, 콘야에 도착해 바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닭고기에 밥. 매콤하게 구운 닭고기에서 불향이 났다. 날아다니는 밥과 잘 어울렸다.

콘야에서는 밥만 먹고 바로 안탈리아로 이동한단다. 패키지 여행 설명서에 '콘야 경유'라고 되어 있었는데, 밥만 먹고 정말 '경유' 하는구나. 나는 '콘야를 봤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이 정도면 그냥 '콘야'는 상품 설명서에서 빼도 될 것 같은데 말이지.

케밥이다. 밥,빵,닭고기,야채


안탈리아로 4시간 이동한다. (정말 하루 종일 버스만 탄다.)

토로스 산맥(안탈리아를 부채처럼 둘러싼 거대한 산맥. 덕분에 안탈리아는 늘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다)을 넘어간다.


어마어마한 산맥을 넘기 전 휴게소에 들린다. 옛날 시골 터미널 느낌이 난다.

휴게소에서 이제 곧 넘어갈 토로스 산맥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어본다. 거대한 자연.

저 높은 산맥을 보라


산맥 넘어서 안탈리아로 왔더니 날씨가 완전히 바뀌었다. 여기는 지중해성 기후. 후덥지근하고(현재 19도) 비도 내린다. 야자수도 보인다. 나는 어제까지 분명 사막에 있었는데 말이지.

안탈리아는 고대 로마시대의 항구도시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오늘 묵을 호텔에 도착한다.

클럽 사이드 코스트 (펜션에 가깝다)


방 컨디션은 지금까지 중 제일 좋다. (이 때까지만 해도 밤새 꽝꽝 음악이 울려 퍼질 줄 몰랐다. 휴양지다보니 24시간 클럽을 운영해서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마침 대형 스피커가 내 방 옆에 있더라.)

방 컨디션


저녁은 부페다. 수백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늘 그렇듯 종류는 많지만 먹을게 없다. 참 이상하다. 아마 내가 도전정신이 부족해서 그럴수도. 뭔가 요상한 음식 (갈아놓은 고기에 야채를 잔뜩 섞어 끓이고 식혀놓은 까만 것) 을 같이 쳐다보던 독일 아주머니가 음식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나에게 what’s this? be careful! 이라고 말하고 떠났다. 동감이다. 조심해야지. 그 이후로 나는 아는 음식만 먹었다. 숯불에 구운 닭고기는 맛있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아이스크림은 인기가 많았다.(어린이들에게) 꼬마들이랑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먹을 수 있었다.


먹고 방으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책을 읽었다.

이번 여행의 친구 ‘잭 리처 시리즈 61시간’. 잭 리처 시리즈는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읽기에 좋다. 다 읽고 나서 아무 기억이 안나는 것도 마음에 든다.(심지어 읽었었는지 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책을 읽는데,

옆 클럽의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신경이 거슬렸다.

'아 이러다 밤새 잠 한숨 못자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https://brunch.co.kr/@dontgiveup/130


매거진의 이전글 네, 터키에 혼자 왔습니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