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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r 30. 2023

제주에선 의자를 갖고 다녀요 3 (마지막)

2023.03.26

어제 맥주를 많이 마셔서 그대로 일찍 잠들었었나보다.

일어나서 샤워했다.


대충 챙겨입고, 카페 도렐로 간다.

일요일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따뜻한 기운이 온 몸에 퍼진다.


조용한 광장을 바라본다.


도렐에서 바라본 플레이스캠프의 광장


나는 왜 이 폐쇄된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걸까.

중세 도시의 성당 앞 광장처럼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는 오픈된 공간, 나는 그 배치 자체가 좋은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혹시 집을 짓는다면 이런 배치가 좋겠다.


R,K와 카페 도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의 주제는 영화, 치매, 농구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의 현 위치와 상황에까지 이어졌다. K는 요새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빠져있으며 ‘시’의 여주인공 윤정희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여 그녀의 히스토리를 새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아,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블런드스톤의 부츠를 신었다. 거친 환경에서 테스트 해보고 싶어서 착용했다. 나는 걷기를 좋아하는데, 눈이오나 비가오나 흙길에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믿고 착용할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라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좋아한다. '컬럼비아'는 거친 환경에서 자사의 제품을 강하게 밀어붙여 테스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것을 'Tested Tough'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블런드스톤의 'TESTED TOUGH' 를 진행한 셈 치자. (어디까지나 개인적이다) 


컬럼비아의 테스티드 터프를 알고싶다면 아래 영상을 보면 된다. 영상 속 여자는 컬럼비아 회장, 자동 세차장으로 들어가는 남자는 그녀의 아들이다. 친아들을 세차장에 넣을 정도로 제품에 자신이 있나보다. https://youtu.be/by4jgF64k7Q


아무튼,

제주에 도착한 첫 날 비가왔고, 성산일출봉의 젖은 돌을 밟고 올랐고, 해변에도 다녀왔고, 오름의 거친 흙길도 다녀왔다. 하루종일 해당 신발을 신고 걸었는데, 만족스럽다. 따뜻하며, 튼튼한데다가 방수능력도 괜찮아보인다. 무엇보다 많이 걸었는데도 발이 편하다. 조금 더 신어보며 살펴보기로 했다. 제주말고 조금 더 거친 곳에서 ToughTest를 한번 더 해봐야겠다.

블런드스톤의 부츠를 신고 여행했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다시 한번 잘 지내다 간다.

안녕 플레이스캠프. 또 올게. 


떠나는 날, 하늘이 맑다.


택시로 인천공항까지 간다.

이번 여행에서는 주로 택시로 이동했는데, 전기 택시가 꽤 많다.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반납머신도 그렇고. 아무래도 제주는 친환경에 진심인 듯 보였다.


아 그리고, 혹시 스타벅스 담당자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컵 반납 머신이 1개씩 반납 받도록 한 정책은 조정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카페라는 특성상 한 팀당 적어도 3~4개의 컵을 들고 올텐데, 한 개씩 천천히 처리하다보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약간의 어뷰징을 감수해서라도 다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고민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시도 자체는 정말 좋았습니다.


제주공항으로 이동하는 한시간 가량 가상화폐와 chatGPT 관련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R은 가상화폐와 연관된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인 코인에 대해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chatGPT는 IT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역시 요새 가장 핫한 관심사였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과연 어떤 미래가 앞으로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제주공항은 인산인해다.

출발 전 공항 내 식당에서 냉면을 먹었다.


아내와 아들에게 줄 마음샌드를 샀다.

마침 시간이 맞았다. 운이 좋았다.


모닝캄으로 줄 안서고 탑승했다. 다시 한번 R 덕분에 편하게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서울로


이번 여행에서, 괴팍한 내 성격을 이해해주고 참아준 두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는데, 그들은 혹시 참고 견딘걸지도 모르겠다. '쟤 또 왜 저러나?' 싶기도 했을텐데 말이다.


여행은 서로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기도 하고, 좋았던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나는 과거 여러 번의 패키지 여행에서 그런 모습들을 봐왔다. R과 K는 나의 어떤 민낯을 보았을까. 궁금증을 가진 채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한다.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두 분,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끝.


https://brunch.co.kr/@dontgiveup/169

https://brunch.co.kr/@dontgiveu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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