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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r 27. 2023

제주에선 의자를 갖고 다녀요 1

2023.03.24

친구들과 제주도에 간다.

편의상 그들을 R과 K라고 부르겠다.


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사이. 지금은 모두 이직하여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젠 직장 동료 라기보단 동생들이다. 나와는 10살 가량 차이가 난다. 언제나 나에게 신선한 자극과 인사이트를 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퇴근 후, 짐을 챙긴다.

이번 여행은 짧다. 짐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의자'는 각자 꼭 챙기기로 했다. 각자 '의자'를 펴고 멍하니 앉아있어야 한다. 제주는 어딜가도 앉으면 풍경이 그림이 되고, 사색의 배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다른 건 놓고 와도 된다. 하지만 '의자'는 꼭 챙겨야 한다.


실제로 우리는 이렇게 어딜 가든 의자를 펴고 앉았다. ('백약이오름'에서)


신논현역에서 모여 9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했다. 금요일 오후 9호선은 인산인해다.

대한항공으로 이동하는데, R의 모닝캄으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탑승 우선권도 부여되고, 편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고맙습니다 R


라운지 입구
라운지 내부
라운지 스낵바


한시간 가량 라운지에서 쉬다가, 탑승했다.

비행기는 지연 없이 제 시간에 출발했다.


정보제공 화면의 글자 폰트는 누가 결정한건지 모르겠다.


비행기 좌석에 비치된 잡지를 읽었다. 읽던 중, 인상깊은 사진과 문장이 있어서 찍었다. 나는, 업무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 저 분은, 단호한 얼굴로 자신의 Priority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과연 'THIS IS OUR PRIORITY'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원칙을 갖춘 사람일까?


제주에 도착해 공항 밖으로 나오니 이미 11시가 넘었다. 어둡다. 버스는 끊겼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이동 수단은 택시 뿐이다.


비내리는 제주


택시를 타야 되는데, 줄이 길다. 일단 섰다.

나는 누군가와 여행을 같이 하기 위한 전제 조건에 '투덜대지 말자'가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투덜대지' 않았다. 비가와도, 배고파도, 버스가 끊겨도, 늦어도. 개그가 마음에 안들어도. 아무도 짜증내지 않았다. 그 덕에 우리는 불편함 없이 같이 움직일 수 있었다.


택시 줄이 길다. 괜찮다. 기다리면 된다.


밤이 늦었지만 배가 고팠다. 택시를 타고 근처 국수집으로 이동했다.

R과 내가 이것저것 많이 시키려고 하자 K가 제지해주었다. K는 이번 여행에서 모든 예약과 진행 스케쥴 관련 섭외를 묵묵히 도맡아 담당했다. 머뭇거리지 않는 추진력과 적절한 픽으로 여행의 퀄리티를 높여주었다. 고맙습니다 K

비빔국수, 수육은 맛있었다. (많이 시켰으면 남길뻔 했다. K의 판단이 옳았다.)


비빔국수
수육


자정 쯤 국수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플레이스캠프로 이동했다.

한시간 가량 비내리는 제주를 달렸다.

택시 안 시계는 12:44를 표시중이다.


이동하면서 최근에 인상깊게 본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인공 콜름의 끔찍한 괴팍함이 나와 닮은 듯 해서 의견을 물어봤는데, R은 적절하게 답변을 피해갔다. 영리하다. 이번 여행에서 R은 택시로 이동할 때 주로 내 옆에 앉았다.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귀에서 피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니셰린의 밴시'가 궁금하신 분은 관람을 추천합니다. 재밌어요.

https://youtu.be/tUl_YGXT-js


새벽 1시 쯤 도착했다.

숙소는 나의 제주 최애인, 플레이스캠프.

몇 년 전 그대로라 더 반가웠다.

체크인했다. (이렇게 늦은 밤인데 프론트에 손님들이 있다)

체크인 중


오랜만에 다시 찾은 플레이스캠프, 비가 내린다.


반갑다 플레이스캠프.

여전하구나.

변하는 건 역시, 나 뿐인가보다.

(2년 전, 첫 플레이스캠프 여행은 아래 글에 정리했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https://brunch.co.kr/@dontgiveup/36



방 컨디션
방 컨디션
도렐 뷰를 받았다. 연장자라 배려해주었다.


좁고 감옥같은, 아무 장식도 없는 콘크리트 박스 그 자체인 이 방이 왜 이토록 좋은걸까.

방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많이 늦게 도착했지만,

성산일출봉에 일출을 보러 가야 한다.

의자를 들고.

계획했으면 진행한다.


일출 시간에 맞춰 성산일출봉 정상에 도착하려면, 이동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4시간 정도 잘 수 있겠다.

씻고 잠들었다.


https://brunch.co.kr/@dontgiveup/170

https://brunch.co.kr/@dontgiveu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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