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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r 01. 2024

청와옥, 푸른 기와 아래서 즐기는 뜨끈한 한 끼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청와옥에 순댓국을 먹으러 왔다.


어쩐지 내 브런치가 점점 국밥 기행이 되는 것 같은데. 문득 브런치의 정체성에 의문이 든다.

하지만 맛있는 걸 어쩌랴.

청와옥


'놀면 뭐하니'에서 유 본부장이 혼밥했던 곳으로 유명한 순댓국집이다. 여러 곳에 분점이 있어서 가까운 곳에 방문하면 된다.

MBC, '놀면 뭐하니'


대기가 좀 있다. 5팀. 이 정도면 양호하다. 괜찮다. 좀 기다리지 뭐.

오, 바로 입장이다. 혼자오니 자리가 금방 난다. 혼밥의 장점이다.

꽉 찬 매장


“순대국밥 하나 주세요.” 라고 말하며 점원분이 가리킨 자리로 갔다.

자리에 가니 밑반찬이 이미 깔끔히 세팅되어 있다. 정통 한정식집 분위기가 나는 그릇하며, 어쩐지 정갈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주방 안쪽도 체계적으로 운영될 것만 같다. 무생채, 깍두기. 오호, 부추도 나왔네. 이따가 순댓국에 넣어서 먹어야겠다. 어디선가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부른다지.

기본 반찬


어리굴젓이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게 재미있다.

먹어보니 신선하다.

근데 난 생굴을 별로 안좋아하니 맛만 봤다.

어리굴젓


순댓국이 나왔다.

빠르다.

바글바글 끓는 모습이 아름답다. 가끔 끓지 않는 모습의 국밥을 내주는 가게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밥은 모름지기 끓고 있는 모습으로 제공되어야 마땅하다.

청와옥 순대국밥


슬쩍 뒤적뒤적 해보니, 건더기가 푸짐하다. 순대는 피순대. 순대 이외에는 내장의 비중이 적다. 고기 위주의 구성이다.

푸짐


근데 안맵게 나왔는데? 나는 매콤한 걸 좋아하는데. 양념을 달라고 해야하나. 조금 실망하며, 숟가락으로 휘적휘적 해보니, 안에 다대기가 있다. 오예. 풀어보니 매콤하게 변신 완료.

부추도 올렸다


국물 한 입 호로록 떠먹으니, 으아 뜨끈하고 매콤짭짤하다.

문득 소주 한잔 하고 싶다.

“여기 소주 하나 주세요.”

딱 세잔만 마셔야겠다


순댓국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잡내라고 하나) 없다. 묵직하기보다는 가벼운 느낌. 아무래도 내장이 아닌 고기 위주의 구성이라서 그런 것 같다. 쫄깃한 고기의 식감이 좋다.


국물이 담백하고 매콤하다. 조미료 맛이 안난다. 그래서 찐득하지 않다. 들깨가루가 조화롭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계속 먹게된다.



깍두기가 새콤한게 얼큰한 국밥과 잘 어울린다.

치킨에 치킨무가 있다면, 국밥엔 깍두기가 있다.

깍두기


다 먹었다.

완료


소주는 반병만 마셨다. 나는 이 정도가 기분좋게 딱 적당하다.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 넘치면 항상 후회할 일이 생긴다. 나는 후회하는 삶을 살고싶진 않다.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둡다. 어느새 해가 졌다. 나는 어디서든 혼밥을 하고 식당에서 나왔을 때 어둑어둑해 진 분위기를 좋아한다. 따뜻하게 배를 채운 포만감. 하루를 온전히 잘 보낸 것 같은 뿌듯한 기분.


늦은 추위에 사람들이 바삐 움직인다.

나도 이제 돌아가야겠다.


따뜻하게 잘 먹었습니다.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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