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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Feb 15. 2024

기절초풍왕순대, 이름 한 번 잘 지었네


볼 일이 있어서 낙성대에 왔다. 여긴 처음 와본다. 동네가 정감있다.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이 근처는 잘 모른다. 좀 걷는다. 어우 추워.

이렇게 쌀쌀한 날은 국밥생각이 난다. 나는 국밥을 좋아한다.


맛집을 찾는 방법은 잘 모른다. 그럴땐 네이버를 믿는다. 앱을 열어 ‘근처 국밥집’을 찾았다.

검색창 상단에 조회된, 제일 가까운 곳으로 일단 걸어간다.


와보니, 상호가 독특하다.

‘기절초풍 왕순대’란다. 여기 괜찮은건가.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와서 다른 데 찾긴 귀찮다.

그냥 들어가자.

기절초풍왕순대


들어가니 점원분들이 바쁘시다.

눈이 마주친 분께 인사를 하고 “한 명이요.”라고 말했다.

“저기 앉으세요.”

“순댓국 하나 주세요.”

메뉴판


기본 반찬이 바로 나왔다.

양파가 통째로 나왔다. 신기하네. 왜 잘라주지 않는걸까. 들고 뜯어먹는 야생의 거친 매력, 뭐 그런건가.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국밥엔 어쩐지 김치보다 깍두기가 손이 간다. 한 번 먹어보니,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다. 모자라면 셀프로 가져다 먹으면 된다.

기본 반찬


나왔다. 순댓국.

오, 여기는 맵게 끓여 나온다.

바로 이거야!


내가 찾던, 매운맛이 기본인 순댓국이다.

여타 순댓국집처럼 하얀 국물에 다진 양념을 따로 넣어 맵게 먹는 것과 좀 다르다.

맵게 팔팔 끓였기 때문에 좀 더 깊고 진하게 매콤할 것 같다. (이게 말이 되나, 암튼)

기본이 매운 스타일. 마음에 든다.

기철초풍왕순대 순댓국


순대는 당면순대가 아니다. 좋다. 요샌 당면순대 넣는 순댓국집이 너무 많더라. 물론 당면순대도 매력이 있다. 하지만, 피순대가 조금 더 본격적이고, 진지한 느낌이다.

순대


오! 곱창도 들어있다.

운이 좋다. 곱창 들어간 순댓국을 먹고 싶었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곱창 덕분인지 국물이 더 진하다.

(곱창 순댓국의 대표주자인 여의도 화목순댓국도 꼭 맛보고싶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곱창


사진에는 잘 표현되지 않았는데, 고기가 진짜 많이 들어있다.

성인 남자 혼자 먹기에도 양은 충분하다.


맛있다. 최근에 먹은 순댓국 중에 제일 맛있다.

매콤하고 깊은 국물에, 쫄깃쫄깃 고소한 곱창의 식감이 더해지니 먹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나는 밥을 잘 말아먹는 편이 아닌데, 이번엔 밥까지 말아서 싹싹 다 먹었다.


이런 맛집이, 집 근처에 있으면 정말 좋겠네. 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들른 가게 음식이 맛있으면 어쩐지 횡재한 기분이다. 오늘이 그렇다.

배도 부르고 기분이 좋아서, 돌아오는 길에 사당역까지 룰루랄라 걸었다.


이 집은 꼭 또다시 방문하고싶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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