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코로나에 걸렸었다.
방에서 나가지 못하고 격리하던 중에, 뭔가 든든한 게 먹고 싶었다. 아프니까 몸 걱정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 배달앱으로 둘러보다가 그냥 정말 우연히 국밥 하나를 시켜 먹었었다. (아재 특, 든든한 거 = 국밥) 후기, 리뷰, 이런 거 안 보고 즉흥적으로 고른 식당이었다.
배달 온 국밥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 맛은?!! 바로 내가 찾던 그 맛이었다. 가게 이름을 다시 한번 찾아봤다. 얼큰하게 한 그릇 뚝딱하고 나는 기력을 회복했다.
그 후로 종종 주문해서 먹었다.
바로 ‘3일한우국밥‘
여기는 배달, 포장만 한다. 오늘도 시켜 먹으려고 배달앱으로 봤더니 엥? 최소주문금액 19,000원. 원래 이랬었나. 게다가 배달비가 3,000원 이란다. 배달비는 과연 어디까지 오를까? 일반 사용자들이 납득하는 배달비의 심리적 마지노선에 거의 다다른 것 같은데. 배달대행앱들은 언제까지 자영업자들을 쥐어 짜내려 하는지. 이제 비즈니스 모델 추가 발굴이 필요한 것 아닐까?
배달비 3,000원에 오기가 생겼다. 에라 모르겠다. 직접 가봐야지. 무작정 걸어갔다.
도착했다. 소문난 맛집 ‘영등포 우거지 한우국밥’이라고 붙어있다. 무슨 관계지?
들어가 보니 진짜 테이블 없이 포장만 하는 가게다.
한우국밥을 하나 포장했다.
신난다.
집에 와서 얼른 펼쳐봤다.
이런 구성이다. 일회용 숟가락젓가락은 빼달라고 했다.
김치, 깍두기다. 배추가 크다. 중국산 김치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내주는 건 아닌 것 같다.
직접 담그는 건가.
국물부터 한 숟가락 맛본다. 와우. 진하다. 기름기도 많은데, 이게 소고기에서 배어 나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찐하게 맵고 짜다. 자극적이다.
먹어본 국밥 중에 손에 꼽게 맛있다.
이런 걸 장터국밥이라고 부르려나. 우거지와 큼직한 소고기가 많이 들어있다.
밥은 반만 말았다. 일종의 진리.
후추도 좀 넣었다.
깍두기는 달콤 매콤한 싱싱한 맛이다.
아주 밍밍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양념범벅도 아니다.
적당해서 진한 국물과의 조합이 괜찮다.
생각보다 맵다. 그래서 좋다. 땀이 난다.
고기가 이렇게 큰 덩어리로 꽤 많이 들어있다.
상호가 ‘3일 한우국밥’이니까 당연히 한우겠지?
고기만으로도 이 국밥은 훌륭하다.
여기 김치가 맛있다.
겉절이와 신김치의 중간쯤 된다.
적당히 익었다.
먹으면 든든해진다는 건 이런 기분인가 보다. 보양을 한 기분이다.
양이 많아서일까, 아니 푸짐한 고기 때문인 것 같다.
정신 차려보니, 다 먹었다.
나처럼 혼밥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겐, 이렇게 포장만으로 판매하는 가게도 좋다. 매장 운영비용을 아껴, 더욱 질 좋은 재료와 음식에 투자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인테리어와 마케팅보다 진한 국물 쪽에 한 표를 주고 싶다. 그게 국밥의 본질이며 에센스니까.
국밥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것들에 본질이 숨어있으며, 인생은 그런 근원적 의문을 해결해 가는 짧은 여행이다.
국밥 한 그릇 잘 먹고, 또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