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묵묵히 반복하면 반드시 성장합니다

by 이서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 검소한 환경, 매일 하는 독서, 퇴근 후 몇 글자라도 채우는 글쓰기, 정해진 경로를 따라 걷는 산책. 나는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이 루틴들을 반복한다. 매일매일.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지혜롭고, 초연하며, 유의미한 인간이 되리라는 기대를 품고서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꾸준함의 대가는 종종 ‘허탈함’이다. 노력의 총량은 매일매일 쌓이고 있지만, 정작 ‘과연 어제보다 나아진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면 나는 망설여진다.


쉽게 답할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노력의 투입량과 체감되는 결과 사이의 간극은 벌어지고, 마음속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회의감이 그림자처럼 드리운다. (서장훈 아님)



이렇듯.

루틴이란, 어쩌면 열심히 하면 할수록 허탈해지는 이상한 역설을 품고 있다.


이러한 허탈함은 우리의 의지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성장의 형태를 ‘직선적(Linear) 일 것’이라고 잘못 예상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투입한 시간과 노력만큼 비례하여 결과가 우상향 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자주 우리의 기대를 배반한다. 우리는 이전에 겪었던 비슷한 종류의 슬럼프를 다시 겪고, 한때 숙달되었다고 믿었던 지식이나 기술이 다시 낯설게 느껴지는 '후퇴'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감정적 경험과 실제 발전 사이의 비선형적 관계를 명쾌하게 시각화하여 설명해 주는 통찰이 필요하다. 바로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리즈 포슬리엔'(Liz Fosslien)과 '몰리 웨스트 더피'(Mollie West Duffy)가 제시한 '성장의 나선(Growth Spiral)' 개념이다.


그들이 제시한 핵심 명제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


성장은 직선이 아니라, 나선(Spiral)의 형태를 띤다.


이 이론을 시각화한 유명한 이미지는 우리의 내면 풍경을 두 축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하나는 '내가 느끼는 것(What I Can Feel)'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What's Actually Happening)'이다.


나는 이 그림을 좋아한다.


위 그림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What I can feel like_내가 느끼는 것 (감정의 영역)

본질을 보지 못하고, 사건을 평면적으로 바라볼 때 생길 수 있는 전형적인 착각이다. 빙글빙글 매일매일 똑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돌고 있는 것 같다. 원을 그리며 돌다 보니, 우리는 필연적으로 과거의 어려움이나 감정과 매우 유사한 지점을 다시 만나게 된다.


글쓰기 루틴을 지키다가도 다시 막막한 무기력함에 빠지고, 독서를 해도 머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같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에게 정체, 후퇴, 혹은 수평적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 지점에서 보통 대부분의 사람은(나 포함)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What's actually happening_실제로 일어나는 일 (발전의 영역)

그러나 본질을 보자. 입체적으로 사안을 관찰하자. 내가 원을 그린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은 나선이었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나선의 움직임은 원을 그리면서도 항상 미세하게 위로 상승하고 있다. 당신의 '느낌'과는 상관없다. 느낌 따위는 무시하라. 당신의 성장은 누적되고 있다.


당신이 과거의 문제와 유사한 상황에 다시 직면했을 때, 당신은 이미 이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 노하우, 그리고 단련된 회복 탄력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기를 갖고 있다. 조금 더 위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 당신은 이전처럼 며칠 동안 포기하는 대신, 하루 만에 털고 일어나는 힘을 갖게 되어 있다. 시나브로 그렇게 되어 간다.




이것이 나선의 진실이다.


당신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더 높은 곳에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루틴은 지루하고 무의미해 보이지만, 사실은 나선형 궤적의 각 '바퀴(Cycle)'를 완성하는 행위이다.


묵묵함이 가져오는 상승의 가치를 믿자.


우리가 열심히, 꾸준히, 묵묵히 노력했지만 체감되는 변화가 없었던 그 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성장의 나선’이 한 바퀴를 돌아 상승을 준비하는 과정이었으며, 비약적인 도약을 위한 힘을 응축하는 시간이었다.


나선형 성장의 진리를 깨닫는 순간, 우리의 루틴은 더 이상 허탈한 반복이 아니다. 미미할지라도 방향은 언제나 '상승'에 맞춰져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불안정한 감정의 굴곡에 흔들리지 않고 다시 한번 발을 내디딜 용기를 얻는다.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그것을 옛 성인들은 '구도'라고 불렀다. 꼭 수도원이나 절에 들어가야만 '그곳'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있는 현재 그 위치에서도 충분히 깨닫고 각성할 수 있다.


느껴지는 변화가 없다고 해서 발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노력하라. 매일 반복하라. 묵묵히 걸으라. 당신의 궤적은 결코 수평적이지 않으며, 그 속도가 미미할지라도 당신의 노력은 반드시 더 높은 차원의 자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믿고, 그저 해내시라.

루틴은 가장 강력하고 조용한 형태의 성장의 증표가 될 테니.


부디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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