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해야 할 일의 목록 앞에서 망설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피하고 싶은 일들은 시간이 지나도 짐처럼 남아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나에게는 최근 치과 치료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치과에 가는 건, 내겐 세상 최고로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잇몸의 시린 통증을 느낀 지 몇 달, 분명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계속 미루었다. 드릴 소리, 날카로운 기구, 그리고 '혹시 엄청 아픈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등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 결국 용기를 내 치과 의자에 앉았다. 잔뜩 긴장하며 치료를 받았다.(사실 지금도 받고 있다.) 응? 근데 예상했던 것처럼 고통스럽지 않았다. 40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첫 치료는 끝났고, 의사 선생님은 오늘은 잘 끝났고, 며칠 후에 다시 찾아오라고 하셨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고작 이 일을 미루기 위해 나는 몇 달 동안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을 끌어안고 살았는가?' 미루는 행위가 치료 자체의 고통보다 더 큰 정신적인 짐이었다는 뼈아픈 깨달음이다.
치과 치료와 같은 건강 문제는 미루는 목록의 대표적인 항목이다. 매년 챙겨야 할 건강검진을 '바쁘다'는 핑계로 건너뛰거나, 눈에 띄게 불편함을 느끼는데도 병원 방문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강 외에도 우리의 일상에는 미루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예를 들어,
복잡하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는 연말정산이나 개인 재무 계획 수립과 같은 재정적 숙제, 불편한 상황이 생길까 봐 꺼리는 부모님과의 진솔한 대화나 친구에게 해야 할 진심 어린 사과와 같은 관계 문제. 또 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흥미를 잃기 쉬운 외국어 학습이나 자격증 준비와 같은 자기 계발, 주말 내내 해야 할 산더미 같은 집안 정리나 골치 아픈 자동차 수리 예약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미루는 일들은 대개 당장의 불편함이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들, 혹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시작하기 두려운 종류의 일들이다.
우리가 이토록 많은 일을 미루는 심리적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심리적 원인 중 하나는 '완벽주의'다. 완벽주의자는 일을 시작하면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하지만 완벽함은 달성하기 어렵기에, 아예 시작하지 않음으로써 실패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려는 방어 기제를 발동한다.
또 다른 강력한 이유는 '불안'과 '두려움'이다. 치과 치료처럼 신체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고, 중요한 프로젝트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또는 그 일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다.
미루는 행위는 당장의 고통이나 불안을 회피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처럼 보인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미루기를 '단기적인 기분 조절'을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스트레스 대신, 지금 당장 편안함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이다.
하루에 한두 가지 하기 싫은 일을 하라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일상에 작은 실천을 더하는 것이다. 특히 "하루에 한두 가지 하기 싫은 일을 하라"는 조언은 미루기의 심리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강력한 원칙이다.
이 원칙은 미국의 작가이자 연설가인 '브라이언 트레이시(Brian Tracy)'가 그의 책 《Eat That Frog!》(그 일을 해내라!)를 통해 대중화한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이 책의 제목은 '아침에 가장 먼저 개구리를 먹어치워라'는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여기서 '개구리(Frog)'란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하며, 가장 하기 싫은 일을 의미한다. 트레이시는 아침에 이 '개구리'를 먼저 처리하면 하루의 나머지 일들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고, 미루기 습관을 타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매일 아침, 의식적으로 가장 하기 싫은 일(치과 예약 전화, 운동 30분, 복잡한 이메일 회신 등 그 무엇이든 좋다.) 중 하나나 두 개를 정하고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미루는 행위가 주는 단기 심리적 쾌감 대신, '해냈다'는 성취감과 통제감을 심어주어 장기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아침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하루 중 언제라도 좋으니, '정말 하기 싫은 일' 한두 가지는 꼭 하고 하루를 마무리해 보자. 나도 할 수 있고, 당신도 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 해봐서, 잘 몰라서, 그래서 걱정되는 거다. 그러니. 단순하게 생각하라, 그리고.
그냥 하시라
결국 우리 모두는 나약하고 두려움이 많은 존재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은 인간적인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 본능에 매번 굴복할 때, 우리의 삶은 미완의 숙제와 막연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게 된다. 복잡한 생각은 삶을 피곤하게 만든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치과 의자에서 깨달았듯, 우리가 미루던 일들은 실제로 부딪혔을 때 생각보다 별것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오늘, 혹은 내일 당신의 '미루는 목록'에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것이 건강검진 예약이든, 어려운 보고서의 첫 문장이든, 혹은 오랫동안 미룬 누군가와의 화해이든 상관없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그냥 합시다.
완벽할 필요도, 두려움을 완전히 없앨 필요도 없다. 그저 첫 단추를 끼우는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 미루는 삶의 무게는 놀랍도록 가벼워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니멀라이프 아니겠는가.
지금 바로 '개구리'를 먹어치우라.
그리고 홀가분한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