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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04. 2022

‘태도’와 ‘지능’의 연관성


회사에 합류 후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개발자 'K'

처음 만나는 개발자였다. 연차가 제법 되는 시니어라던데, '굉장히 열정적인' 분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나중에서야 할게 되었지만.


소위 말하는 '기획 리뷰' 자리였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회의 초반 나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이유로 이렇게, 저렇게 해서 그렇게 구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설명이 끝나고 '그' 개발자분과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 라는 질문에

그건 그렇게 생각했고, 저건 어떤 목적으로 구상했던 것이다 등등의 답변을 했다.


그 때부터 슬슬 그 '열정적인' 개발자분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풀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소리를 질렀다는 표현이 좀 애매한데, 흥분한 얼굴로 침을 튀기며 높은 음으로 꽥꽥 하는 걸 '소리지른다' 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잠시 멍하게 그를 쳐다봤다.

'이건 꿈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이 생각한 방식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자, 그는 그런식으로 폭발한 것이다.

얼굴이 벌개진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10분이상 소리를 질러가며 무언가를 설명하는 그를 보고 있는데,

솔직히 무슨 소리하는지 하나도 못알아 들었다. (그 정도로 흥분할 주제라면, 그는 당연히 맞는 말을 했을꺼다.)


단 하나 '아, 저 사람이 화가 났구나' 라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네네,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의합니다. 방금 설명하신 그 방식으로 진행하시죠' 라고 말했다. 그래도 전혀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면, 그 프로젝트는 전혀 '싸울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기에,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도 문제가 없었다. 나는 그의 의견대로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그는 흥분한채로 자리에 앉고, 갑자기 웃으며 그럼 그렇게 협의된 걸로 알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웃는 모습을 보고 살짝 공포를 느꼈다.)

나는 회의록을 정리해서 공유하겠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 고 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 '열정적인 개발자'의 보스에게 다음부터는 그와 협업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피드백은 적당히 둘러댔다.) 다행히도 다음 프로젝트 부터는 다른 분과 일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회의실에서 고성을 내는 그의 목소리를 오며가며 자주 들을 수 있었지만, 나와 직접적으로 협업하는 건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내가 과민했던 건가? 내가 혹시 무례하게 굴었던걸까? 만약 내가 실수했다면 반성하고 고쳐야했다. 회의 참석자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한 편, 'K'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봤다.

사실 그는 연말 동료 다면평가 때마다 안좋은 평가를 받았던 인물로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나는 입사한지 얼마 안되어 소문을 들을 만한 형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개발은 잘한다.'는 대체적인 평이었다. (여기서 잘 한다는 건, 천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목표일에 맞춰 산출물을 낸다는 뜻이다.)

개발은 잘 하지만, 저런 태도로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다시 같이 일하고 싶은가요?' 라는 질문에 '아니오' 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회사는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개발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니

슈퍼스타가 아니어도 대부분 맡은 몫은 잘 해내는 동료들이 대부분이었다.

소위 말하는 '인재밀도'가 높았다. 그래서 협업의 범위도 넓고, 다양한 분들과 일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다양한게 문제였지만.) 그래서, 단순히 '개발을 잘 한다'는 그다지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았다. 모두가 개발을 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한 개발 능력'보다 더 높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얼마나 천재급으로 똑똑하고 스마트한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로켓 사이언스를 하지 않는다. 모두가 원하는 바를 올바르고 효율적으로 같이 구현할 소중한 동료가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개발의 천재라고 해도, 그렇게 붉은 얼굴로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과 협업할 수는 없다.


태도,

모든 건 태도의 문제다

바른 말을 한다고 다 맞는 건 아니다.

상대방이 맞게 느껴지게 올바른 태도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곤란하지 않을지 한번 더 생각해보고 입에서 말을 꺼내는 자세. 배려하고 공감하는 태도. 그것이 오히려 요즘 시대의 '지능'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도 실수를 한다. 실수 후에 상대방이 '그러면 안된다고' 피드백을 주면 받아들이고 고치고 성장한다. 그렇게 더 높은 '지능'을 갖게된다.

하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나한테 감히? 니가? 그런 충고를?' 이라고 발끈하고 충동적인 감정을 그대로 표출한다. 발전도 없고 성장은 꿈도 꿀 수 없으며 퇴보만 있을 뿐이다.


'지능'이 낮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모든건 '태도'의 문제다.

나는 또 다른 이름의 'K'가 아닐지, 오늘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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