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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Dec 23. 2021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유독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차피 안될꺼 왜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그냥 대충 공무원처럼 지내시면 돼요.'

'괜히 들쑤셔서 일 만들지 말고, 적당히 보고서 올리고 마무리 합시다.'


그래도 IT를 혁신하겠다고 모인 팀에서 저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뿌리부터 흔들어야 하는 이 판국에, 비참한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

실무는 이런 분위기인데, 임원은 '미국에도 먹히는 대단한 글로벌한 서비스를 만들자.' 고 외치고 있다. (임원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공수표 남발, 이 이야기는 내 예전 글에서 많이 했으니 이 정도로)


합류하면서 전혀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대기업식 상명하복 , 복지부동 문화는 남아있겠지. 라는 걱정.

하지만 혁신을 위해 모인만큼 개선의 의지는 다들 충만하겠지, 라는 기대.

걱정과 기대가 공존했지만, 잘 해보자는 열정을 가진 채 업무에 임하기로 했었다.


설마,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저런 태도가 온 회사에 만연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적당히 하고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이렇게 동화되는 건가. 소름끼친다.)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 혁신적인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합류한 경력 입사자의 면면을 보자.

'45세, 전 회사에서 개발팀 관리자, 이직사유 : 정년까지 채울 곳을 찾아옴'

'45세, 전 회사에서 기획팀 관리자, 이직사유 : 적당한 워라밸과 정년보장'

'44세, 전 회사에서 기획팀 관리자, 이직사유 : 실무보다는 관리를 하고 싶음'


거의 대부분, 현 임원의 지인. 정년을 채우고 싶어 찾아온 인생의 마지막 회사.

(이건 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이가 어느정도 있지만, 열정을 가진 존경할만한 훌륭한 시니어들이 IT 세계엔 여전히 많다.)

실무를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관리자 하고싶은' 사람들만 모인다. 이렇게 되니, 자꾸 없던 직책이 생긴다. 실장/팀장/그룹장/파트장/셀장 등등 너도나도 보직을 달라고 하니 그럴  밖에. 나도  파멸의 나선에 적당히 편승해야 하나?


하지만, 그렇게 따뜻한 대기업 맛을 보며, 적당히 지내기엔 도메인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다.

잘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눈에 자꾸 들어오고, 고치고 싶다. 조금만 손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울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생겨먹었나보다.


며칠 전 본 영화에서 비슷한 내용을 찾았다. 대사를 듣고 있노라니 공감이 됐다.


영화 포드 v 페라리 중

하고픈 일을 아는 자는 정말 운이 좋은 겁니다.
대부분은 일을 하지 않고 삽니다.

극소수의 어떤 사람들은
(이게 운이 좋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해야 할 무언가를 결국 찾아냅니다.

집착할 무언가.

그 일을 못하면
미쳐버리게 되죠.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인  세상에서, 본인의 꿈을 향해 미친듯 달리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회사에 새로 합류하는 동료들에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ㅇㅇ님은 꿈이 뭐에요?'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대충 지내다 정년 채우고 싶어요.'

'가늘고 길게 가려구요.'

아직까지 본인의 서비스에 대한 목표와 열정을 드러내는 대답은 한번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더 나은 도메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 프로덕트를 멋지게 만들꺼에요."

나는 위와 같이 대답할 준비가 되었을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는걸까?

나도 시나브로 동화되고 있는건 아닐지 모르겠다.

오늘도 역시나 남 뒷담화로 채워지고있는 팀 채팅방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등골이 서늘해진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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