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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Sep 25. 2022

사랑이 뭐 그렇게 대단한가요

대단히 새롭고 특별할 수는 없다고 해도 이렇게 평범할 필요 있나요

<사랑할  누구나 최악이 된다> 제목부터 아찔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를 지켜보는  마냥 기가 쭉쭉 빨렸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 이름도 몰랐던 사람에게 마음의 민낯을 보여주는 . 감당하지 못할 우연을 잡아당겼지만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애써 눌러온 마음의 둑을 무너트리는 . 순수하게 사랑을 믿는 시절에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특별했던  번의 사랑과 이별이 지나갔고, 이제  이상 소리치며 싸우지 않습니다. 서운한 일이 생겨도 잠깐의 침묵과 기시감 속에 희미해집니다. 그 사람과 내 삶의 단계가 어긋나는  망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종종 눈물이 차오르기도 하지만,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니 우선  두어야 합니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말과 함께 어색한 하루가 끝이 납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된 건지, 빠르게 포기하는 법을 배운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해소하는 법도 나름대로 스킬이 쌓입니다. 괜히 싸울 바에야 애초에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는 쪽을 택합니다. 상대방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연애들에서 최악을 보여주며 몸에 익은 스킬이 빛을 발휘합니다. 대충 서로가 불편한 지점을 파악하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은 미리 피해버립니다. 아차! 이미 늦은 싶은 순간에는 빠르게 사과를 하고 상황을 마무리합니다.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관계는 없으니 내 모든 걸 공유하겠다는 마음을 고이 접어둡니다. 함께 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게 생기고,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다른 일과 관계에서 채우는 법을 배웁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정말 사소한 순간에 이 사람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분명 난 이전 사랑에서 겪었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어느새 영혼 없는 경력직 직장인이 일을 쳐내듯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주말 중에 하루를 함께 보내고, 자기 전에 짧은 통화를 하고. 회사에서는 영혼 없이 넵! 을 외치고, 연인에게는 습관적으로 사랑한다는 말과 하트 이모티콘을 남발합니다. 어느새 일과가 되어버려 더 이상 최악도, 최고의 날도 선물해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이  삶에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알고 시작했지만, 결국 대단히 새롭고 특별한 사랑은 없다는 사실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사랑인데,  이렇게까지 평범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도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인데, 언제부터 이렇게  이별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걸까요. 다시  익숙한 혼자만의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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