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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Aug 27. 2022

온실 구축 중인 화초

내가 살려고 쓰고 붙드는 문장들 (1)

나는 너무 유약해서. 나를 지켜줄 거대한 온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람일지, 직업일지, 자산일지, 습관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영원히 변하지 않고 단단한 것.


그런데 현실적으로 아무도 내게 그걸 줄 수 없으니, 내가 존재할 수 있는 크기의 온실을 구축할 때까지만 강해지자고. 나를 붙들어 맸다.


그런데, 좀 살만해진 건지. 요즘 내가 원한 건 세상 거친 풍파와 어려움 속에 나를 지켜줄 온실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힘겹게 온실을 구축하면 그 안에는 무엇이 남을지. 텅 빈 시간과 텅 빈 나 자신만이 남는 건 아닌지. 생존한다고 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나는 대체로 유쾌하고 유연하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쳇. 꽤나 주제넘고 사치스러운 고민일지도. 이런 고민일랑 넣어두고 우선 온실이든 화분이든 살아남기나 해 보자고! (?)라고 말하는 걸 보면 난 꽤나 강한(?) 사람일지도. 화초인 줄 알았는데 잡초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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