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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25. 2022

우리가 헤어진 이유

환승연애를 보니 떠오르는 희미한 사랑의 기억

타고나길 겁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 나다움을 잃고 평범해지는 것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혼자가 되는 . 지극히 달라 보이는  가지 두려움이   안에서 우열을 다퉜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와 타인의 시선.   너무 강력해서 어느 곳을 향해서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저 내내 나를 들들 볶으며 데리고 살다 지쳐 쓰러지고. 결국   없이 다시 일어나 걸어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뭘 해도 중간 이상은 하는 아이의 투정과 욕심이라고 말했다. 가끔 이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내 마음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마음이 끝나면 관계도 끝이 났다.




우리는 내가 스무살에 만나 4 동안   만나고,   헤어졌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때면 오빠를 찾았고,  모습을 잃는   무서워지면 오빠를 떠났다.  두려움의 우위가 만남과 헤어짐을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7년도  지났지만 기억  오빠는 나를 정말 사랑했다. 비록 내가 원하는 섬세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자리에 있었다.


오빠 덕분에 처음으로 그저 나라서 사랑받고 있다는 걸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사랑 덕분에 나는 학교와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엄격한 기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진짜 나를 찾을 용기가 생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오빠 덕분에 생긴 용기가 우리를 헤어지게 만들었다.


오빠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꽤나 견고했다. 내가 그 그림 안에 존재하는 동안은 누구보다 이해심 많은 남자 친구였지만, 오빠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려고 하자 나를 다그쳤다. 조금 더 외롭더라도 나다워보고 싶다고 말하자 내가 철이 없다고, 세상을 모른다고, 내가 틀렸다고 했다. '오빠가' 나를 고쳐주겠다고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오빠를 떠나던 그때에 내가 되고 싶었던 나는, 오빠 말대로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외국물을 먹은 후 잠시 그려본 막연한 환상 같은 거였다. 실제로 지금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은 오빠가 그렸던 견고한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적당히 열심히 일하고,
가족과 가까운 사람을 챙기고 챙김 받으면서,
꽤나 생산적인 취미와 휴식을 즐기는 삶

내가 나를 부양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고,
한결같은 사랑과 안정감을 주는 사람과
가끔 크게 웃고 몰입하는 그런 삶


어쩌면 모두 그 오빠 옆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오빠 말대로 오빠가 맞았고, 나는 틀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때는 종종보다 더 자주 이별을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면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오빠 울타리 안에 있는가 아닌가 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빠가 보인 태도였다. 오빠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했지만 나를 가두고, 묶어두려고 했다. 바꾸려고 했다. 결국 조금 더 느슨한, 또 다른 방식의 사회이고 부모님이었다.


더 이상 오빠 곁에서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한번 시작된 생각은 점점 확신으로 굳어 갔다. 이십 대 초반의 전부였던 사람을 잃는 것이 너무나 힘들지만, 나를 잃는 것보다는 외로워도 혼자인 것이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다. 오빠의 사랑 덕분에 내가 너무 강해졌나 보다. 혼자 남을 용기가 생길 만큼 단단하게 성장했나 보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존중해줄 수 없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두려워졌다. 언제라도 내가 당신의 시각과 다른 세상을 보면 내 손발을 자를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순수할 때에 만나 너무 솔직하게 서로 사랑하고 상처 입히며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2016년 가을에 쓰고, 2022년 가을에 편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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