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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17. 2022

여름방학이 여름휴가가 되는 동안

달라진 건 딱 두 글자뿐인데 모든 게 변했다.

2016년 8월


학교 앞에서 나시고랭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2호선, 이제 한강 다리 하나만 건너면 헤어질 시간이다. 강변역에서 지하철이 멈춰 서고 문이 열렸다. 왜인지 오늘이어야 할 것 같아서, 문이 닫히기 직전의 순간에 그를 데리고 뛰어내렸다. 술도 한 모금 마시지 않았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온 건지.


역에서 나와 잠실철교를 걸었다. 지하철로 2분, 걸어서도 20분인 강변역과 잠실나루 역 사이에 잠깐 멈춰 섰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 나오는 아이들은 상행 열차와 하행 열차가 만나는 순간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둘 다 그 영화를 좋아한다는 핑계로, 강변역을 향하는 열차와 잠실나루를 향하는 열차가 만나는 장면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그 시간을 잡아두고 싶었나 보다.


어? 그런데, 이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기다린 지 3분 만에 반대방향으로 가는 두 열차가 동시에 왔다. 머쓱해져 다음에 열차가 만날 때까지만 다리 위에 있기로 했다. 그날 우리는 반대방향에서 오는 두 열차가 만나는 걸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아마 평생 가진 소원만큼은 다 보지 않았을까.


잠실나루 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막차는 끊겼고 자정이 지나 8월 5일이 되었다. 그는 나랑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고 했다. 그 말 때문인지 몰라도 그날부터 우리의 시간은 정말로 빠르게 흘러갔다.



2020년 8월


포기하기에는 어리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충분하지도 않은 스물여덟의 여름이 피곤하기만 하다. 다들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는 걸까? 애매하게 비즈니스 매너를 탑재한 사회인들의 미지근한 티키타카. 적당히 짜깁은 보고서처럼 뒤돌아서는 순간 흩어지는 시간들. 집에 빨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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