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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Dec 10. 2022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에게

아직 그 길을 가보지 않아 조심스러운 친구가 보내는 축사

안녕하세요. 저는 신랑의 대학 후배이자 신부의 절친한 친구 김영아입니다. 2년 전 겨울, 두 사람을 소개해준 인연으로 이 귀한 자리에서 축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아버님들의 말씀과 배고픔에) 귀한 시간 내어주신 하객 여러분이 너무 지루하지 않으시도록 최대한 짧고 굵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정은 언니, 언니는 내가 아는 마음이 여린 사람 중에 가장 속이 단단한 사람이야. 종문 오빠, 오빠는 내가 아는 강인한 사람 중에 마음이 가장 따뜻한 사람이고.


그래서 7년 전 두 사람과 각각 알게 되었을 때부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참 좋은 짝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언니가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속마음을 오빠가 잘 들여다봐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오빠의 세심하지만 예민한 모습도 언니가 잘 안아줄 거라고 생각했거든. 물론 둘 다 당시에는 자기 스타일 아니라고 거절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렇게 다시 인연이 닿아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내가주인공도 아니지만 약간 홀가분하기도 하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처음 두 사람을 소개해준다고 했을 때 울산에 계신 언니 어머님이 영상 통화로 말씀하셨지. “영아야, 이상한 놈이면 책임지고 a/s해라~. “라고.


어머님, 저 이만하면 책임 다 했지요?
번듯한 사위 마음에 드시죠?


오늘로서 공식 보증기간은 끝났으니 고장 나지 않게 지금처럼 서로를 소중하고 귀하게 대하면서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래. 다시 한번 결혼 축하하고, 나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늘 언제나 곁에서 두 사람의 편이 되어줄게. 대신 사제 수리는 비싸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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