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Dec 21. 2021

영끌해서 집사고 미쳐버린 20대 직장인 이야기

초조하고 불안한 회사원을 버티게 하는 책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

저는 정말로 퇴사하기 싫어요. 가만히 있을 때 내가 얼마나 불안해지는 사람인지 잘 알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어떻게 하죠?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는 걸요. 그저 제시간에 잠에 들고 제시간에 눈을 뜨는 것조차 버거워요. 끼니를 챙겨 먹는 것도, 자리를 지키는 것도 숨이 턱턱 막혀요. 그럼 얼른 탈출 준비해서 나오라고요? 이직을 하든 투잡을 하든 뭐라도 해보라고요? 그럴 힘이 있었으면 애초에 이 상태까지 오지도 않았겠죠.




이 회사는 나를 왜 고용했을까. 여기서 나는 회사의 매출 성장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한 지도 어언 1년 하고도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아무리 들이부어봤자지. 난 이미 첫회사에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이직을 했다. 첫 퇴근을 하던 밤부터, 아니 어쩌면 겨우 정신을 붙들고 이곳으로 이직을 염두할 때부터 간절히 쉬고 싶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매년 자산과 소득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비빌 언덕 없는 애매한 청년이 한번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다. 아빠의 사업 실패에서, 나의 입시 실패에서 그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29년 간의 빅데이터가, 내 마음에 새겨진 흉터가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내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남이 주는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동안은 어쩔 수 없다. 어떻게든 회사 안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를 꿈꿀 기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잠깐 쉬는 사치? 그런 게 주어질 짬이 아니다. 이런 가난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4년을 버텼다. 첫회사와 두 번째 회사 사이에 쉬는 기간은 단 이틀. 한 푼 두 푼이 귀했다.


누릴 거 다 누리고 스물여섯에 사회생활에 첫발을 디딘 이제 고작 4년 차가 뭐 그렇게 빡세게 이야기하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발 담근 이 세계는 이보다 더 냉혹했으면 냉혹했지 조금도 더 따뜻하거나 낭만적인 적이 없다.


아무튼 그냥 그만두는 건 내 옵션에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몰라. 그래서 일단 돈을 모았다. 백은 못 만들어도, 나 하나 자존감 지키며 살 돈은 어떻게든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금리고 나발이고 난 투자는 모르겠고요. 내 작고 소중한 원금 한 푼도 잃을 수 없어. 내게 실패는 허락되지 않은 사치재야. 하지만, 그것도 2-3년이지. 처음 목표한 금액에 가까워질수록 더 이상 감흥이 없어졌다.


나를 회사에 묶어두기에 이 족쇄가 너무 헐거운 걸까? 이직하고 1년을 채우지 못한 어느 날이었다. 이대로 있다간 그냥 퇴사하게 될 것만 같아서 나는 불장 중의 불장에서, 누군가는 상투라고 말하는 곳에서 지금까지 모은 돈을 탈탈 털어 경기도 어딘가에 집을 샀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에 집을 사버렸는데도,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먼지 나게 털렸는데도, 잔고가 살면서 처음으로 0원이 되었는데도. 월급이 꽤나 절실해졌는데도 여전히 그냥 그만두고 싶었다. 계약서에 찍힌 인주가 마르기도 전에, 마약쟁이가 된 마냥 더 강력한 궐기를 찾았다.


이번엔 아파텔 분양권이었다. 가본 적도 없는 동네에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먼 미래의 자격을 나는 생에 첫 대출을 받아 샀다. 그야말로 영끌이었다. 한도를 풀로 당겨 썼다. 역시 이번에도 뭘 알고 산 건 아니다. 서울이라는 말에, 투룸이라는 말에, 무이자 대출이라는 말에 안 되면 내가 들어가서 살지 뭐!~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질렀다. 이제 안전하겠지. 이제 그만두고 싶은 마음,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겠지. 이러면 진짜 그만둘 수 없겠지.


불안이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시점에는 집값이 더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오를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내가 공부해서 산 게 아니니까. 내가 왜 거기를 샀는지, 싸게 산 건지 비싸게 산 건지 여전히 모른다. 올라도 내려도 불안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불안은 끝이라는 게 없어서 그 뒤로도 나는 돈이 생기면, 마구잡이로 도박을 했다. 그동안 눈길도 주지 않던 이름 모르는 코인도 사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믿을 수 없다고 호언하며 코로나 기회도 관망했던 내가 국내 주식에도 손을 댔다. 무기력했고, 무망하게 투자라는 이름으로 투기를 했다.


지금도 집에 가면 하고 싶은 게 없는데, 퇴사를 해서 뭐하나. 시간이 생기면 뭐하나. 그냥 앉아서 돈이나 벌지.라는 말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심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존재적으로도 위험한 상태인 걸 알면서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자산(?)만 샀겠는가. 그렇지도 않다. 이미 집을 사기 전에 옷도 사보고, 생전 타지 않던 택시도 타보고(택시는 아직도 탐...), 피부과도 끊어보고. 소비생활도 다채롭게 했다. 뭘 사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운동으로도 채워보고, 책으로도 채워보고, 사람으로도 메꿔보았으나 여전히 나는 텅- 빈 소리가 난다.


일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목적도 목표도 없이 열심히 버티고 쳐내다 보니 마음은 물론 몸도 하나둘씩 고장 나기 시작했다. 코피를 쏟고, 위장이 뒤틀리고, 이유 모를 두통에 시달린다. 자야 할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일어날 시간에 하루를 시작할 수가 없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는데. 내가 어떻게 이만큼 버텼는데.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기어서라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누가 보면 혈혈단신 배신과 욕망으로 점철된 암투극의 주인공인 줄 알겠지만, 그런 건 전혀 없다. 그냥 평범한 2021년 대한민국 직장인일 뿐이다.


왕창 저지르고 수습할 자신은 없는 극도로 불안한 몸과 마음. 차마 에너지를 내서 변화를 꾀할 자신은 없고, 그저 이불속에서 경제 유튜브를 찾아보고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뼈를 맞았다. 실패한 그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였다. 자기 기준도 없이 공부도 안 하고 남의 말을 듣고 투자하고, 가격이 싼 지 비싼지도 모르고, 일희일비하며 조급하기만 한 사람들. 스스로를 자꾸만 고립시키며 계속해서 자기를 잃어가는 사람들. 다 나잖아?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의 뼈 때리는 문장들


1. 결국 '나' 말고 아무도 대신 사줄 수도, 살아줄 수도 없다


돈 걱정 없이 살아가려니 월급만으로는 부족해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얼마나 부족한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사람들. 내가 그랬다.


나는 겨우 은행의 통장 거래내역을 엑셀로 다운받아 두어 번 살펴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행동에 변화는 없었고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그 2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반등했고 나는 수없이 많은 투자의 기회를 모두 놓쳤다.


상황을 인지하고 이제는 빤한 미래를 바꿔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면, 본격적으로 그 방법을 배우기 전,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집중해야 할 부분에 하나의 포인트를 찍는 것과 같다.


50세에 은퇴하려면 약 40억 원이 필요했다.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적어도 1억 원 정도의 수익을 안겨줄 부동산을 40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35세에 처음 투자를 시작해 50세에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에, 투자 기간을 15년으로 잡았다. 아울러 연간 3,000만 원가량을 저축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라.


미래를 예측하는 건 인간의 능력 밖이다. 따라서 좋은 투자란 사는 순간 버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현재 가치 대비 싼 것을 산다면 가능하다.


그러니, 당신도 기준을 지켜라.


‘아는 것’에 그치지 말고 ‘행동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 불안은 사람을, 투자를 어떻게 망치는가


투자 시장에 들어와서 첫 투자를 통해 돈을 벌었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것이다. 다만 이런 행운이 매번 찾아오는 건 아니라는 걸 명심해라.


투자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내가 가장 먼저 말하는 건 조급함을 누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투자하지 않아도 망하지 않는다.


과속이 위험한 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규정속도를 준수하지 않았다. 그 속도로 차를 몰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는데, 지나치게 속도를 높였다. 그래서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했고,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조급함을 버리고 10년 이상을 봐라. 돈이 부족하면 당연히 투자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기간 성과를 내려하지 말고, 뜸 들이듯 기다릴 수 있다면 가능하다.


물가가 오르듯 부동산의 가격도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는 결국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만약 당신에게 어떤 일이 쉽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그전부터 그것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그저 그 일을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조급함을 통제할 방법이 없을까? 내 경험 상 가장 좋은 방법은 ‘거기 아니면, 여기에 하지 뭐’란 마음이 드는 상황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투자자는 언제 조급해지는가? 내가 알고 있는 투자를 할 만한 지역과 아파트가 하나뿐일 때다.


대안이 있는 사람은 급할 것이 없다.


3. 나의 삶이고, 내 돈이지만 결국 누구와 함께 하는지에 달려있다


단기 에너지인 ‘의지력’을 장기 에너지인 ‘꾸준함’으로 바뀌려면 본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타인의 힘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당신 주변에 비슷한 생각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두라.


4. 직장인으로서 내 몫을 하고, 투자자로 살기 위해 포기할 건 포기해라


그건 회사에 기대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간혹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투자자로서도 엄청난 수익을 거두길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불가능하다고만 말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해내기 버겁다면, 필연적으로 하나를 택해야 한다.


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며 일하면서 최소한의 역할도 해내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직장인 투자자’로서의 투자도 삐걱거리게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회사가 당신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를 적대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내 몫을 다하고 나면 용기가 생긴다.


주어진 시간 동안 주어진 일, 딱 그만큼만은 잘 해내고, 누가 뭐라 하든 퇴근 이후와 주말에는 당신의 일을 하라. 그 시간마저 회사에 바치지 못한 탓에 고과를 잘 받지 못한다고 해도, 상사로부터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툭툭 털어내 버려라. 그것이 직장인 투자자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다.


다만 평소 직장 동료와의 관계는 잘 다져둘 필요가 있다. 동료들과 좋은 감정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들이 당신을 이성과 논리로만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투자를 시작하고 나는 줄곧 세상에 양보했던 내 시간을 되찾아왔다. 그리고 난생처음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덧 13년 차가 된 직장인. 강산이 적어도 한 번은 바뀔 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든다. 환희와 좌절, 기쁨과 슬픔 등 회사 내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경험을 하게 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인의 삶은 초조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민하는 건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 중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더 노력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면 되지만, 내 힘이 미치지 않는 영역의 일이라면 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불가능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 관한 문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인식 전환이 변화의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그렇게 된 원인과 과정, 결과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야겠다고 마음먹길 바란다. 사나운 맹수와 독충이 우글거리는 아마존 열대 우림 속에서 ‘약육강식의 생태계 원리’가 옳지 않다고 외쳐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곳을 떠날 수 없다면, 정글에서 생존하는 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투자의 기본이, 삶의 기본과 그렇게 다르지 않았기에 몰랐던 이야기도,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 그렇지만, 이 책 덕분에 2021년 12월의 후반부를 버텼다. 그리고 2022년의 나는 늘 그랬듯이 그냥 퇴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회사에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대신 내 인생과 투자에 집중할 것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겠다. 회사에서 효율적으로 내 몫을 다하고, 그 이외의 것은 용기를 내어 감내하겠다. 외부 변수에 나의 미래를 맡기지 않겠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거친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책을 읽고 또 글을 쓰고 하루하루 강약을 조절하며 살아낼 것이다. 나와 내가 화해하기 위해, 내가 현실을 넘어설 때까지.


이 책을 읽고 나와 하는 약속 세 가지

1) 2022년 상반기 월급쟁이 부자들 오프라인 강의 참석하기 (3개 이상)

2) 2022년 월급쟁이 부자들 추천 도서 다 읽기 (서른 권)

3) 2022년 끝나기 전에 직접 찾은 3호기 투자하기


요즘 사람들은 마땅히 좋아하는 것이 없으며
그래서 열정을 쏟을 대상이 없다고 말한다.

분명한 건,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호기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난 좋아하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이들은,
필요한 것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좋아하게 된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래서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이전에,
필요한 것을 좋아하는 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매진해보라고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