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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Sep 12. 2022

남은 2022년도 저전력 모드로 운행합니다

새해의 다짐을 기억하나요? 

컨디션이 좋다고 오바를 했습니다. 빡빡한 외부 미팅에, 미뤄둔 친구들과의 만남. 정신을 차려보니 이 날씨 좋은 계절에 다시 침대 위에 뻗어 있습니다. 


몇 년째 1월이 되면 마음에 되새기는 문장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욕심 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또 잡을 수 없는 태양을 향해 달려가겠지만요.

깜냥과 욕심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지속될 때 번아웃이 온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아도 잘 되지가 않습니다. 본디 그릇이 크지 못한 걸 알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앞서 나가곤 합니다. 아차- 싶을 때 멈춰도 되었을 텐데. 그게 잘 되지 않았습니다. 10대 때부터 수없이 설레발을 쳤고, 여전히 가진 것 이상을 욕심내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가 시작할 때, '저전력 모드로 운행하기' 말고 모든 다른 목표를 지웠습니다. 모든 것에 있어서 무리하지 않을 것. 일이든, 사람이든, 돈이든 나 스스로를 들들 볶고 닦달하지 말 것. 오래가는 법을 익히기 전까지 함부로 뛰지 말 것. 이미 여러 차례 무력감으로 약해진 나에게 이 감정을 만성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체력도 이십 대 같지는 않을 테니까요. 좀 더 노련하고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겠지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지 않는 삶을 위하여, 남은 2022년과 다가올 2023년도 같은 기조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보려고 합니다. 날이 좋아 그런가. 밖으로 나가 사람도 좀 만나고 일도 벌이려고 했는데 몇 번 해보니 안 되겠습니다.


나가고 싶은 날엔 도시락을 싸고, 커피를 내려 집 앞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반쯤 누워서 시간을 보내보겠습니다. 같이 있어도 혼자 있을 때처럼 저자극의 무해한 사람들을 잠깐씩 만나겠어요. 그래도 에너지가 남아 일을 벌이고 싶은 날엔 돈이 아니라 나를 벌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겠습니다. 아마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쓰고, 요가를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정도겠지요. 가끔 산을 타거나 배드민턴을 치고 수영을 하고 기절해버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렇게 쓰고, 움직이고 나 자신에 집중해 살다 보면 어느 날 충전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을 받게 되겠지요. 벌써 그날이 기다려져서 순간 또 움직일 뻔했습니다. 휴, 다행히 이번엔 잘 참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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