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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짧은생각 #6 : 나의 2023년을 돌아보며

by 지원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 한 해를 되돌아본다. 상반기는 새로운 곳에 응하느라, 하반기는 쏟아지는 일들을 쳐내느라 정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벌써 1년, 유독 빠게 느껴진다. 나의 2023년은 어땠나, 2023년의 나는 어땠나, 이번에는 행복이라는 관점으로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행복하려고 하면 안 된다. 행복은 그저 따라오는 것." 아직 얼마 살지 않은 주제에 삶을 다 깨우친 현자마냥 말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지금까지 느끼기에는 그렇다. '행복하다'는 동사라기보다 형용사다. 성취의 대상도, 노력의 대상도 아닌 그저 나의 상태다. 비싼 레스토랑에 간다고, 멀리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행복을 얻는 것도 아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할 때,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누워서 조용히 음악을 들을 때, 보통 그런 순간 나는 행복하다.




그런 의미로 나의 2023년은, 2023년의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고, 만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했으며, 주어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냈다. 언제 올지 모를 특별한 순간만을 기다리기보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즐기고 사랑하고자 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지만, 지나간 날에 대한 후회보다 다가올 날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것 아닌가.


나태주 시인의 「행복 2」라는 시가 떠오른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정말 그만한 게 없다. 저마다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는 이미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세잎클로버가 '행복'을 뜻하는 것은 생각보다 깊은 의미를 가진다. 내년에는 또 어떤 세잎클로버들을 찾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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