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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통과,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이 말은 꼭 하고 싶어서 #3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by 지원

드디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다.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열흘이 지나서야,

2번의 표결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의 승리를 두 눈으로 지켜봤다.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며,

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출처 : 조선일보


지난 7일, 탄핵안 1차 표결이 결국 불성립되어

많은 국민들이 좌절하고 분노한 것을 기억한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며

아무런 헌법적 근거도 없는 망언으로 우리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이후에도 뱉은 말에 아무 책임도 지지 못한 반면,

진짜 '질서'를 보여준 것은 바로 시민들이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왔지만

그 어떤 사고도, 논란도, 심지어 쓰레기 하나도 남기지 않고

탄핵 집회는 매 순간 놀랍도록 질서 정연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집회 때는

하필 훈련병이라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수 있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탄핵 집회의 가장 특이한 점은,

이른바 MZ 세대가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2030 세대, 그리고 10대 학생들까지

콘서트에서 쓰던 응원봉을 가지고 거리에 나와

K-POP 떼창을 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방탄소년단, 엑소, 뉴진스, 세븐틴, 지오디까지

세계를 놀라게 한 K-POP의 힘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이런 평을 본 적이 있다.

“어두운 나라를 밝히기 위해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온 젊은이들”


사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다니며

온전히 덕질할 수 있는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한데 모일 때, 그 힘은 정말 강력하다.


처음에는 20대인 나에게도 낯선 모습이었지만,

어느 순간 고정관념이 깨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뻘, 할머니뻘 되는 어른들도

서툴지만 노래를 따라하며 응원봉을 드는 모습은

극심한 세대갈등을 뒤로하고 모두가 하나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출처 : 조선일보


한편 2차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국회에서는 김상욱 의원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탄핵안을 부결시킨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동료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1차 표결 이후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던 그는

당 내에서 배신자라는 욕을 먹을 것을 각오하고

'보수의 배신자는 윤석열'이라는 팻말을 들었다.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바로 보수의 가치이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서로 삿대질하고 소리 지르는 이들과 달리

당론을 반박하고 소신을 지키는 결연한 표정에서

나는 충분히 진정성이 느껴졌다.


지나가던 윤상현 의원과 나눈 이 대화를 보고

김상욱 의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크게 와닿았다.

김 : 대통령께서 지난 보름간 해오셨던 행적들은 사실 저로 하여금 저의 입장에서는, 저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입니다. 보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보수의 배신자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보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 : 내가 얘기했잖아, 윤석열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고 했지? 윤석열을 지키는 게 아니야. 대한민국 체제와 미래와 후손을 지키기 위한 거야.

김 : 그 대한민국 체제가 헌정질서입니다, 선배님.

윤 : 그걸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 잘못한 것 모르나? 알아. 윤석열 대통령 잘못했어. 그래, 비상계엄? 나도 상상을 초월해. 정당화될 수가 없어. 그래서 탄핵을 해서 그 후과로, 예를 들어서 몇 개월 안으로 대통령 선거가 이뤄지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김 : 저는 진영 논리보다 중요한 게 헌정 질서고, 누구를 대통령으로 세울지 선택하는 것은 국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재명이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국민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도 어떻게 보면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진영논리를 극복을 못 하면 서로가 서로를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상황만 반복될 겁니다. 그러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똑같이 또 우리한테 줄 수 없다고···.

윤 : 나는 개인적으로 진영논리를 떠나서 정치하고 싶은 사람인데, 상욱아. 나는 적어도 이분들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행태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5년하고는 게임이 안 될 정도의 무도한···.

김 : 저희가 이번에 비상계엄을 하는 바람에 모든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재명이 여러 죄가 있지만, 비상계엄 같은 국가의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이 죄가 많다면 선택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 결국 헌법기관은 자기의 소신과 양심대로 하는 거야. 그건 어쩔 수 없어.

김 : 저는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걸 윤석열 대통령께서 정면으로 침해했다고 보기 때문에, 또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탄핵을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헌정질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답은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다음과 같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이 조항을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본인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니고서는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반면 김상욱 의원은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물론 자신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안에서 대통령이 나오는게 좋겠지만

윤석열이든 이재명이든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선택은 국민들의 몫이고,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정질서라고 말한다.


당연히 사람마다 이념과 가치는 다를 수 있지만

김상욱 의원 같은 사람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민주주의, 헌법정신, 진보와 보수에 대한 그의 의견에 십분 동의한다.


그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바로 퇴장해버린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달리

한동안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쥐는 모습이 주목을 받았는데,


한 사람의 국회의원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진정성 있게 고뇌하는 모습은

이전에 봐왔던 여느 정치인들과 사뭇 달라 인상적이었다.



출처 : 한겨레신문


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주목을 받은 또 한 사람.

영국 BBC 카메라에 포착된 1947년생 이승방 할아버지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자

그는 눈물을 흘리며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덩실덩실 몸을 흔들었고

머리가 하얗게 센 처음 보는 할아버지의 눈물에 나도 코끝이 찡해졌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오롯이 지켜본 세대로서

이번 비상계엄으로 그가 느꼈을 공포와 충격을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동시에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지켜낸 순간

젊은이들과 노래하며 흘린 그 눈물의 무게 또한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과거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세대와

오늘날 가장 평화적인 방식으로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지켜낸 세대,


그리고 앞으로 이 나라를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탄핵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윤석열과 동조자들이 합당한 벌을 받는 날까지

일어나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고 정신을 차리자.



다음은 야구 응원가 '영광의 순간'의 가사 일부다.

영광의 순간이 오는 그날까지
우리는 언제나 외친다
그 어떤 고난과 시련이 온다 해도
우리는 언제나 외친다
최! 강! 롯! 데! 승! 리! 한! 다!


롯데 우승보다 계엄령을 먼저 봤다는 농담에

자이언츠 팬으로서 꽤나 마음이 아프지만

이 글을 쓰다가 문득 야구장에서 부른 이 가사가 떠올랐다.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듯,

그 어떤 고난과 시련이 온다 해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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