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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찬이 속였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서버에 접속한 거야!"
일경이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나타나 다그쳤다.
"서버에 접속하지 않는다고,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네 말이 맞다면, 내 신경계를 믿는 게, 최선이지. 적어도 내 몸은 날 속이지 않을 거 아냐. 그렇게 Toxs가 확장하는 걸 막고 싶다면, 어서 날 도와. 마스터 승인자 권한을 지정하는 섹터의 주소는 어디야."
"/mnt/layer8/core/auth/root.vol:0x8FF00-MASTER"
"SOC가 마스터 권한을 삭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 뒤."
"어떻게 해야, 거기로 갈 수 있지?"
"넌 지금 레이어 1에 있어, 마스터 섹터로 가기 위해선, 8층까지 내려가야 해. 가장 빠른 길은 자유낙하하는 거야. 층을 하나씩 돌파할 때마다 과부하가 걸리겠지만."
아샤는 눈을 감고 다리 아래에 감각을 집중했다. 무너뜨리는 거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역시, 생각만 한다고 그대로 되는 건 아니구나.
"지금 당장 공간을 왜곡하긴 무리야. 그대신 네 몸에 집중해. 에라22의 코인을 응축시킨다음 모두 질량으로 변환시킨다고 생각해 그럼, 아래로 꺼질 수밖에 없을 거야."
아샤는 지갑 속에 있는 에라22 코인을 물리적으로 떠올렸다. 550억 데이터의 결정이 온몸을 가득 채웠고,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옆을 바라보니, 빠른 속도로 층을 부수고 내려가는 거대한 SOC 뭉치가 보였다.
저기 안에 트로이목마가 있다. 지금 등록된 마스터 승인자를 밀어내고, 지리가 비워지면 곧바로 튀어나와 필린의 계좌 ID를 집어넣을 것이다. 그러기 전 낚아채야 한다.
3층,
4층,
층을 통과할 때마다, 뇌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아샤는 의식이 찢어지지 않게, 최대한 집중하며 방향을 SOC 근처로 틀었다.
5층,
SOC가 거대한 드릴처럼 회전하기 시작했고, 주위로 데이터 조각들이 휘감겨 돌아갔다.
6층
몸이 거의 닿을 듯, SOC 더미와 가까워졌고, 코인들은 이빨을 딱딱거리며, 데이터를 씹어댔다.
7층
이제 도착한다.
8층
굉음을 내며, SOC가 바닥에 구멍을 냈고, 사방에 [CAUTION] 경고창이 떴다. 충돌의 후폭풍이 신경계에 휘몰아쳤고,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정신차려야 한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 먼지 사이를 주시했다. 검은 안개 속에서 은빛 원반이 떠올랐다.
트로이목마였다.
아샤는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놓치면 끝이다.
정신의 가닥이 한 곳에 모여지면서, 의식이 더 명료하고, 첨예해져갔다.
공중의 바닥을 차며, 허공을 뛰어 올라간 아샤는 은빛 원반을 양손으로 잡고 매달렸다. 원반은 힘겹게 아샤의 무게를 버티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스터 권한 섹터 바로 옆이었다. 아샤는 검지 손가락으로 원반을 갈랐다. 안에는 금으로 된 아이가 활짝 웃으며 아샤를 바라보았다.
필린의 계좌ID였다. 아샤는 아이를 잡고 SOC 뭉치를 향해 들었다.
어서 들어가라. 이것들아.
손가락이 떨려왔지만, 꽉 붙잡았다. 쓰나미 같은 SOC 뭉치가 아샤를 향해 밀려들어왔다.
아이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고,
비명을 질러댔다.
아샤는 더 높게 팔을 들었다.
여기야, 여기.
굶주린 짐승처럼 SOC가 아이의 입을 향해 달려들었고, 아이의 몸은 SOC가 들어간 만큼 팽창했다. 곧 아이는 거대한 산만큼 커져 있었고,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끝났다.
"당장 나가, 아샤!"
귀가 찢어질 듯이 일경이 외쳤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장 안전한 장소로 가야 한다. 가장 가까운.
아샤는 필사적으로 굴러서 터치 다운했다.
마스터 권한 섹터로
◐
묘찬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스터 승인자 권한이 공백이 된 것까진 확인되었지만, 그 뒤로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곧 하이 소사이어티 경찰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이곳을 떠야 한다. 오는 동안 스텔스 모드를 켜둔 터라, 호버에 전력은 거의 남지 않았다. PC 박스를 챙겨, 밖으로 나간 묘찬은 호버 왼쪽에 매달린 사이드호버를 분리시켰다. 이거라면 필린이 마련해준 은신처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다. 필린에게 메시지로 상황을 보고했지만, 답은 없었다. 사이드호버에 시동을 걸었고, 낮은 신호음이 웅웅거렸다. 기회는 다시 온다. 다시 오지 않으면, 사랑하는 일경을 죽인 일이 무의미해진다.
마지막으로 외곽으로 향하기 전 하이 소사이어티를 내려보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도 할 수 있었다. 묘찬은 가슴 안에 넣은 PC 박스를 꼭 끌어안고 핸들을 돌렸다.
탕, 그때 총성이 울렸다.
사이드호버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땅으로 추락했다.
◑
피투성이가 된, 도율은 간신히 중심을 잡고 서서, 사이드호버를 저격했다. 에라22의 유산을 들고 튄 녀석들이 하이 소사이어티까지 올 거라고는, 설마 그게 Toxs 데이터 센터일 거라고는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지원팀이 해달의 민족을 제압해준 덕에, 도율은 겨우 살아나와, 이곳까지 쫓아올 수 있었다. 스텔스 모드로 비행한다고 해도, 공간 왜곡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아샤 네의 목적지가 하이 소사이어티인 것을 알고, 경찰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누구 하나 진지하게 듣는 인간이 없었다. 결국 도율은 만신창이 몸으로 데이터센터까지 쫓아왔다.
필린에게 상황을 보고했지만, 답은 없었다. 국세청 직원이라고 해도, 함부로 Toxs 기밀 시설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옥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얌전히 허가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한가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 않았다. 군용호버가 내렸는데도, 어떠한 경비태세도 없다는 것은 이미 뼛속까지 해킹당했다는 뜻이었고, 도망자 2명이 안에 있다는 뜻이었다. 서둘러야 했다. 그 자식들이 Toxs 시스템을 부수기 전에.
◑
"미치겠네."
총알이 바닥난 류미토는 서버랙을 넘어뜨려 입구를 막았다. 봇이 절단기로 문을 자르기 시작했다.
아샤의 머리에서는 땀이 비처럼 내렸다가, 온몸의 핏줄이 팽창했다. 그대로 터지면 뇌사하고 말 것 같았다.
깨워야 하나. 그러다 의식이 완전 끊기면? 넷다이브 상태의 사람을 강제로 깨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류미토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얼마 안 가, 서버랙이 모두 잘려 바닥에 무너졌다. 경비봇이 육중한 몸으로 힘껏 잔해를 밀었고, 틈이 벌어졌다. 막힌 곳에서 여러 봇과 상대하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아샤가 눈을 떴다. 류미토는 당장 아샤에게 달려가 손목 케이블을 떼어내고 어깨에 들쳐 업었다. 무너진 랙을 밀어내며, 봇들이 들어왔지만, 콘솔 때문인지 발포하지는 않았다.
'바닥..'
아샤가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샤의 말을 듣고, 류미토는 서버랙이 쓰러진 곳에 바닥 판넬의 틈이 벌어진 것을 보았다. 재빨리 벌어진 판넬 가장자리를 잡아뜯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는 에어 덕트 통로로 이어졌다. 친환경 설계 덕분에 배선도 전기 식물로 이어져 있어, 몸을 최대한 구부리면,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었다. 류미토는 천천히, 그러나 가장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통로가 작았기에, 봇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못했다. 맵을 알 수 없었기에,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달그락거리는 봇들의 발소리와 저주파음이 점점 멀어졌다.
'고마워요.'
'빌어먹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Toxs 시스템은 박살난 거고?'
'아뇨, 함정이었어요. SOC에 전세계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트로이목마가 들어 있었어요.'
"뭐야, 그럼 아직도 네가 가지고 있어?"
"아뇨, 버렸어요. Toxs 부사장 계좌에."
아샤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쪽 계좌가 터졌을 걸요."
"내 돈은?"
"무사해요."
류미토의 어깨에서 내려온 아샤가 왼쪽 손목을 툭툭 쳤다.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되네."
타고 왔던 호버는 전력이 바닥났었다. 무인으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에 사람이 탈 수 있는 호버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지금쯤 장애를 파악한 Toxs가 인력을 파견했을 수도 있다. 그걸 훔쳐타고 튀어야 하나. 류미토는 머리로 플랜을 조립했다. 덕트 내부에 부는 바람은 더 거세어졌고, 두 사람은 바람의 근원지를 마주했다. 그곳엔 거대한 팬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대로 지나가다간 몸이 찢어질 것이다. 여기서 넋놓고 있으면, 곧 서버를 지키면서 덕트를 들어낼 방법을 강구한 봇들이 위에서 절단기를 찔러댈 것이다.
끝인가.
류미토가 한숨을 쉬었을 때, 갑자기 아샤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그거 벗으면 총 맞고 바로 뒤져."
"그러니까, 팬을 잠시 멈출 수 있지 않을까요. 틈에 제대로 끼우면요."
아샤는 강화복을 잘 접었다.
무모한 짓이었지만, 여기에 온 것부터가 무모한 짓이었다. 끝까지 왔으면, 끝까지 가야지. 류미토가 씨익 웃고는 같이 옷을 벗어서 접었다.
"샐러드시티 가면, 샤워하고 깨우탕면이나 같이 먹자."
"좋죠."
류미토가 강화복 두 개를 매듭지어 커다란 밧줄을 만들었고, 카운트를 세다, 팬과 팬 사이, 팬과 벽 사이, 틈을 향해 던져넣었다. 강화복 밧줄을 팬을 따라 올라가다, 탁하고 완전히 끼였다. 팬이 멈췄고, 따각따각 모터가 헛도는 소리가 들렸다.
"뛰어."
먼저 류미토가 달려나갔고, 아샤가 뒤따라 팬 사이를 지나갔다. 두 사람이 통과하자마자, 강화복이 틈에서 튕겨져 나왔고, 다시 팬은 세차게 돌아갔다.
강화복을 벗은 덕에 몸이 가벼워졌다.
자유라는 감각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에어 덕트 끝에 다달았을 때, 수직으로 이어진 원통 배수관이 나타났다. 다행히 흐르는 물의 양을 많지 않았다. 덕트 입구 오른쪽엔 유지보수를 위해 벽에 박아넣은 철제 사다리가 있었다. 둘은 조심히 사다리를 잡고 한 칸씩 올라갔다. 튀는 물에 옷이 젖었다. 무거워진 몸을 끌고 20m를 올라갔다. 가까스로 마지막 손잡이를 잡고 올라왔고, 뒤따라오는 아샤를 잡고 올려주었다. 도착한 곳은 비상구 사이에 있는 PIT실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비상구가 보였다. 봇들이 따라오지 않은 것을 보니, 아직 강화복을 쫓고 있는 듯했다.
몸을 밀어 비상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몸을 시리게 휘감았고, 정신이 더 분명히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싱그러운 식물이 정교한 무늬로 센터 밖을 장식하고 있었다.
"어딘가, 착륙장이 있을 거야."
류미토가 낮게 읊조렸다.
"저기, 저거 우리 호버 아니에요?"
왼쪽 건물 모퉁이에 튀어나온 각진 호버의 후미를 보고 아샤가 말했다.
"아냐, 저건..."
철컥.
"움직이지 마."
뒤에서 장전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해달의 민족 기지에서 본 국세청 직원이었다.
"250억."
류미토가 말했다.
"뭐?"
"250억 줄게, 풀어줘. 국세청 직원으로 평생 일해도, 그 정도 못 벌걸."
"닥쳐. 돈은 필요없어."
"그럴 리가. 하이 소사이어티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국세청 직원이니, 본인은 언더 소사이어티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그래봤자, 하이 소사이어티가 아니면 모두가 언더야."
"헛소리, 난 니들처럼 천하지 않아."
도율은 가까이 다가와 류미토의 뒤통수에 총구를 갖다대었다.
"돈 앞에서 천박해질 자신이 없는 거겠지."
류미토가 허리를 숙이고, 뒷발로 도율의 배를 찼다. 총을 쐈지만, 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빗나갔다.
"호버로 뛰어가!"
류미토가 아샤에게 외쳤고, 아샤는 호버를 향해 달려나갔다. 도율이 아샤를 겨냥하자, 류미토가 달려들어 오른팔을 비틀었다. 도율이 무릎으로 배를 가격했고, 류미토가 휘청거렸다. 팔을 더 꺾으려 했지만, 사다리를 잡고 올라온 탓에 손이 풀렸다. 상대방도 피투성이 꼴이었고, 이미 지쳐있는 듯했다.
◐
호버는 류미토의 말대로 훔쳐 타고 온 군용 호버가 아니라, 구형 스포츠 호버였다. 국세청 직원의 호버인 듯했다. 문은 열려 있었고, 아샤는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시동을 걸지?'
'시동장치에 계좌인증을 해.'
일경이 머릿속에서 대답했다.
'그걸 누가 몰라, 계좌인증 없이 거는 법을 말하는 거잖아.'
'아니, 네 지갑으로 계좌를 인증하면 된다고.'
'무슨 소리야, 내 지갑은 계좌조차 아닌데? 변이체라고.'
'아까 Toxs 서버에서 마스터 승인 권한 자리를 공백으로 만들고 나서, --가 나왔어. 그 바람에 네 지갑은 일종의 마스터키가 되었어. 모든 계좌인 셈이지. 그러니, 오른손을 가져다 대면, 널 소유자로 인식할 거야.'
믿기지 않았지만, 아샤는 일경의 말을 따라, 오른손을 대보았다. 그러자 정말로 엔진이 켜졌다.
'그런데, 나 운전 할 줄 모르는데.'
'하,'
일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했다.
'왼쪽 아래 페달을 밟으면 떠, 그 다음에 핸들을 돌려서 이동하면 돼.'
지시 그대로 아샤가 따라했고, 호버가 떠올랐다. 핸들을 완전히 돌려 싸우고 있는 둘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류미토와 도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로의 팔을 맞잡은 채, 뒤집히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이렇게 부상을 입고도, 자신을 맞서고 있다. 현역 시절이었으면, 집어던졌을 텐데. 앞으로 술은 입도 안 대야겠군. 그전에, 목숨을 부지해야겠지만. 뒤꿈치가 조금 밀렸고,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무너지는 것을 알아챈 상대가 더 강하게 압박했다.
그때 뒤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올라타요!"
호버가 거의 칠 듯이 날아왔고, 아샤가 호버의 문을 열고 팔을 뻗었다. 류미토가 손을 잡았고, 거의 처박히듯이 호버 안으로 들어갔다. 류미토의 발에 얼굴이 맞는 바람에 핸들을 놓쳤고, 호버가 땅을 통통 튕기며 부딪쳤다가, 다시 떠올랐다.
얼얼한 뺨을 흔들며, 아샤가 핸들을 꽉 잡고 방향을 올렸다.
호버는 곧 시설 바깥으로 나왔다. 아래에서 도율이 총을 몇 발 쏘았지만, 맞지 않았다.
"너, 진짜 운전 못한다."
한 대 맞아, 얼굴이 부은 류미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줄 모르는 거예요."
아샤가 정정해주었다.
"덕분에 살았네, 빨리 경찰 뜨기 전에 튀자"
"그러기엔, 일이 너무 커졌어요. 샐러드 시티에 가기도 전에 붙잡힐 거예요."
"도무지 풀리는 일이 없군."
"마지막으로 걸어볼 만한 게, 딱 하나 있어요."
"뭐?"
"어마어마한 부자에게 뒤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거요."
"그게 가능했으면, 이 고생을 했겠냐."
류미토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제 가능한 사람 생겼어요."
"누구?"
"에라22."
"에라22?"
"네, 냉동고에 처박혀 있는 걸 구해주면, 거래가 되지 않을까요?"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고."
"일경의 잔류의식이 제 지갑에 있어요. 묘찬이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도 일경이고요."
"뭐? 일경. 에라22 끄나풀이었던 녀석을 믿는 거야? 필린 똘마니 놈한테 당한 걸 벌써 잊었어?"
"그럼,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알려줘요."
류미토가 머리를 헝클었다. 평생을 안 들키고, 샐러드 시티에서 조용히 550억을 쓰고 여유롭게 사는 법. 수가 보이지 않았다.
"가요?"
답이 없자, 아샤가 되물었다.
"그래, 가."
마른 세수를 하며 류미토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