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마스크가 필요해

마스크 사회, 변화된 거리, 휴대폰 감옥

by 김이울

올해 세계 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뭘까?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지구 상에 출현한 지 9개월 지났고, 2020년 9월말 현재 세계적으로 누적 확진자는 3천3백만 명, 사망자는 1백만 명을 넘겼다. 독감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독감보다 전파력도 세고 사망률도 높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공포감이 증폭된다. 그 결과 지금은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5천만 국민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국민 1인당 1주일에 1개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25억 개, 개당 천 원이면 2조 5천억 원어치다. 필자도 지난 1월 말부터 9월 말 현재까지 8개월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징글징글하다. 거리에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마스크만 보인다. 사람 대신 마스크가 둥둥 떠다닌다.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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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없으면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마스크를 놓고 왔다면, 지갑이나 핸드폰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집어 와야 한다. 엘리베이터, 지하철, 버스, 기차, 택시, 편의점, 마트, 약국, 식당, 카페, 사무실 등 어디라도 마스크 없이는 못 들어간다. 간절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낀 채로 키스를 한다. 옷은 벗어도 마스크는 벗지 못한다. 이상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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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스크 사회(M사회)에 살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마스크 세대(M세대)라고 불리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마스크는 코로나를 막아내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다. 마스크는 방탄조끼다. 숨어서 날아오는 총탄, 보이지 않는 침방울을 다 막아낸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수훈갑은 마스크다. 노벨평화상이나 노벨의학상을 줘도 아깝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나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왔다. 그러다 보니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거기에 덧붙여 잘 구축된 보건의료 시스템과 정보화 인프라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코로나19를 잘 막아내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장점도 물론 있다. 얼굴을 가려주는 익명성 덕분에 몸과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남의눈을 의식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화장을 하는 시간도 줄었고, 화장품 소비도 줄었다. 아프로디테의 질투처럼, 마스크로 인해 미녀와 미남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잘 생긴 얼굴, 높은 코, 미인, 이런 표현들이 사라졌다. 미남 미녀들의 코가 납작해졌다. 그 대신 눈이 예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 성형이 증가하지 않았을까? 마스크 덕분에 얼굴의 주름을 비롯한 각종 노화 증세가 다 가려지니, 나이가 덜 들어 보여서 좋은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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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는 불편하다. 걷다 보면 숨쉬기도 불편하고 여름엔 더 답답하다. 강의하거나 회의할 때, 그리고 통화할 때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검은색 마스크를 쓴 사람과 같이 비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있다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총기 소지가 허용된 미국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거부하는 이유도 거기서 기인한다. 게다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자기도 모르게 날아온 총탄에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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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인해 도시의 거리가 많이 변했다. 표정 없는 도시의 거리는 불안하다. 마스크 시대에 거리는 안전할까? 너와 나의 거리는 안전거리일까? 2미터라는 안전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 불안하다. 종각이나 명동의 화려했던 거리는 흑백텔레비전의 시대로 돌아가 버렸다. 사방을 둘러봐도 숨 쉴 곳이 없고, 숨을 공간이 없다.

마스크 시대에 보이지 않는 전파와 휴대폰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온통 가로 8센티, 세로 16센티의 손바닥 감옥(휴대폰) 속에 빠져있다. 마스크에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 속으로 들어가고, 혼밥과 포장음식과 배달음식을 선호하고,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일하는 풍경들이 흔해졌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집에 있는 아이들이 저녁에 귀가하는 아버지를 보더니 마치 바퀴벌레처럼 제 방으로 후다닥 사라져 버린다. 불안하고 불온한 시절이다.


누드 마스크가 필요하다. 흰색 마스크는 병원에서 환자나 의사가 쓰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검정 마스크는 강력범과 함께 자주 등장해서 그런지 공포를 유발한다. 시중의 마스크는 대부분 흰색과 검은색이다. 사람의 표정을 읽을 수 있고, 누군지 금방 식별할 수 있도록 실리콘 재질로 만든 마스크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마스크에 대한 공포가 사라질 수 있다. 실리콘 재질의 누드 마스크가 먼지나 바이러스까지 차단하도록 만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지휘자가 마스크에 색깔과 무늬를 입히고 귀 부분에 날개를 달아서 소리는 더 잘 들리도록 공연용 마스크를 만들었다고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으니 얼굴이 다 보이는 '누드 마스크'도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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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채로의 스킨십은 권장할 때가 되었다. 9월 말 현재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당 500명 이하니까, 1만 명 가운데 5명 정도가 걸린 셈이다. 90퍼센트는 완치되었고, 치료 중인 확진자는 10%에 불과하다. 5천만 인구 가운데 2천5백 명 정도가 치료를 받고 있다. 초기 상황도 아니고 9개월이나 지났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방역 모범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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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의 야구장에서 마스크를 끼고 응원할 수 있는데 무관중은 너무 과하다. 청중이나 관객들이 조용하고 얌전하게 음악이나 연극, 영화를 관람하는 것 정도는 풀어줘야 한다. 도서관 박물관 등 공공시설도 마찬가지고 학교나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쓴 채로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어깨동무는 권장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블루’도 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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