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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Oct 30. 2023

녹을 먹는 사람

프롤로그

6년이란 시간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강산이 변하려면 십 년은 있어야 하고, 어디 나가서 전문가라고 행세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로 십 년은 필요하니까요. 그에 비하면 거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 짧디 짧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도전했던 직업. 공무원이 되어 공직에 입직한 지 6년. 녹을 먹으며 살아온 지난 6년의 세월은 공무원을 준비하던 5년의 세월보다 몇 배는 더 길었습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참 많은 생각이 바꼈습니다.


하나만 짧게 얘기할까요. 지금 저는 일을 안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못 하고 있다고 해야겠네요. 진단명 주요우울장애. 마음에 큰 병이 생긴 탓입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꿈꿔왔건만, 정작 공무원 일을 하다 사무실에서 병을 얻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고작 6년만에요.


공무원을 그만 두었냐 하면, 그건 아직 아닙니다. 휴직 중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 사표는 못 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글쎄요, 다시 공무원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휴직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건 제가 그리는 미래엔 없는 그림입니다. 트라우마가 잔뜩 생겼거든요.


누가 공무원 되라고 칼들고 협박한 적 없습니다. 고작 사무직 일을 하면서 왜 그렇게 징징대냐고 저를 혼내실 분도 계실 수 있고요. 그렇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도 한번쯤은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으실걸요? 어느 어느 부처 몇 급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신규 공무원 몇 퍼센트가 공직을 때려친다고.


최근 공무원 인기가 나락을 가고 있다고 하죠. 경쟁률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낮은 임금을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뭐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를 얘기 안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분명한 건, 결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애초에 돈 벌려고 공무원 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돈 많이 벌거면 공무원 하면 안 되죠. 옛날 옛적은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지금 세대는 ‘돈 많이 받는 공무원‘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럴까요? 왜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은 점점 적어지고, 공무원인 사람은 마음의 병을 얻어 현직을 떠나게 될까요?


이제 펼쳐질 이야기들은 6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얘기들입니다. 현직 공무원 둘과 예비 공무원 하나, 세 사람의 대화를 통해 공무원의 단점과 장점,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흔한 오해들이 낱낱이 풀릴 거에요. 최근 공직사회에서 ’이래도 공무원 한다고?‘ 또는 ’탈출은 지능순‘ 같은 얘기들이 일파만파 번지는 이유를 공무원의 단점을 알면서 이해하실 수 있을 거고요, ’이러니까 공무원 하지‘ 쪽의 입장도 공무원의 장점을 알면서 끄덕이실 수 있을 겁니다. 아울러 ’이런 게 공무원 아니야?’라는 오해도 자연스레 해소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세 사람이 우리나라 100만 공무원의 모든 상황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행시 출신 중앙부처 사무관으로서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을 바탕으로 하는 거니까요, 소속 기관이나 직급이나 직무에 따라 달라지는 모든 일들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공무원도 있구나 정도로 귀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선호(32, 남)
6년차 사무관. 20대 중반에 일찌감치 소년급제에 성공했지만 본인이 예상했던 것과는 딴판인 공무원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늘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 세종시 소재 중앙부처에 근무 중.


조아영(33, 여)
2년차 사무관. 10년이 넘는 수험생활을 거치고 공직에 입문했다. 매사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대전시 소재 중앙행정기관(청)에 근무 중.


이기로(25, 남)
2년차 수험생.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나 최근 급락하는 공무원 인기와 공무원에 비판적인 뉴스들을 보며 갈팡질팡 마음이 흔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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