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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Dec 07. 2023

경력단절을 단절한다

장점 여섯 : 휴직제도

기로 : 형, 혹시 일을 잠깐 쉬는 건 어때요?
선호 : 갑자기 뭔 소리야 그게.
기로 : 아니, 지금 일이 너무 힘들다면서요. 그럼 잠깐 쉬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 교사처럼 방학이 있는 거까진 아니더라도.
아영 : 사실 교사도 방학이 있는 건 아니긴 한데.
기로 : 네? 학생들 쉴 때 교사도 쉬는 거 아니었어요?
아영 : 음, 그게 현실적으로 그런 경향이 좀 있긴 한데, 공식적으로는 쉬는 건 아니야. ‘자기연수’를 하는 거거든. 규정상으로는 그래. 실제로 어떤지는 좀 다른 얘기고.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

기로 : 오, 그렇구나. 하여튼 그건 그거고, 어쨌든 형 누나들도 잠깐 쉬면 되잖아요.
선호 : 뭐 어떻게 쉬라는 거야
기로 : 아니 휴직있잖아요, 휴직. 돈은 못 벌겠지만.
선호 : 아, 휴직? 야, 휴직하고 싶다고 휴직을 다 할 수 있으면, 일은 누가 해.
기로 : 돈 벌어야 하는 사람들...?
선호 : 말 이상하게 하네. 그럼 집에 돈 좀 있으면 막무가내로 쉬어도 되고? 돈 없으면 일이나 해라 이거야?
기로 :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아영 : 사실 휴직이란 제도가 있기는 한데, 너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건 아냐. 그래서 우리가 쉬고 싶다고 쉴 수는 없어.
기로 : 아, 그래요?
아영 : 응. 기본적으로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병에 걸렸다거나 하는.
기로 : 그렇구나. 아니, 누나처럼 이렇게 알려주면 되잖아요. 형 진짜, 어휴.



아영 : 그래도 이만하면 휴직제도가 꽤 잘 돼있긴 한 거 같아.
기로 : 쉬고 싶어도 맘대로 못 쉰다면서요?
선호 : 야, 그러면 그게 회사냐? 고딩이 야자 째는 것도 아니고. 돈 받고 일하면 최소한 책임감은 가져야지.
기로 : 아니, 그럼 뭐가 잘 돼있다는 거에요?
아영 : 아무래도 월급 받는 직장인이다보니까 학생 때처럼 맘대로 회사를 빠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는 비교적 편하게 휴직할 수 있지.
선호 : ‘비교적’이라는 게 민간 회사랑 비교한 거지?
아영 : 응응. 우리도 진짜 아예 막 쓸 수는 없잖아. 휴직 사유가 있다고 해도.
선호 : 그치. 남아있는 사람들한테 엄청 눈치보이지. 휴직했는데 후임자도 못 준다 그러면 진짜. 어휴.
기로 : 아, 그러네. 누가 휴직을 하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워야 되는군요.
아영 : 응. 근데 자리를 채울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지.
선호 :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 휴직 해야 후임자를 채워주고.
기로 : 그럼 그거보다 짧게 휴직하면요?
선호 : 안 주지. 6개월 이상 휴직해도 후임자 못 주는 경우가 쎄고 쎘는데.
기로 : 허어, 그럼 일은 누가 하죠.
선호 : 뭐 어떡해. 남은 사람들이 나눠 해야지.
기로 : 그래서 눈치가 보인다는 거구나.

“6월이상 휴직시 결원보충 가능”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 휴직제도>)


아영 : 그래도 공무원은 휴직을 쓸 수라도 있잖아. 이게 어디야.
선호 : 그치. 옛날에는 거의 못 썼다 하지만 요즘은 뭐.
아영 : 맞아. 우리 청 육아휴직만 해도 남자가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게 몇 년밖에 안 된대.

남자공무원 육아휴직 1년->3년 연장법 본회의 통과 (‘15.4.30. 연합뉴스)

선호 : 지금도 남자는 육휴 쓰기 좀 그렇다는 곳 많아.

‘남자 공무원 육아휴직’ 저조한 서울시... “승진 포기하는 일” (‘21.8.6. 이투데이)

아영 : 많이 바꼈잖아 그래도.
선호 : 그건 그렇지.

육아휴직 남자 공무원 5년간 2배... 여성 웃도는 부처도 (’20.10.6. 한국경제)

기로 : 그럼 지금은 휴직을 많이들 한다는 거죠?
선호 : 꽤 많이들 하지. 그래도 공무원 생활하면서 한 번쯤은 다들 하지 않을까?

국가공무원 일반직 휴직 현황 : 총 11,642명 (전체 180,024명 중 6.47%, 인사혁신처 <2023 인사혁신통계연보>)

아영 : 음, 그런가?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휴직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선호 : 하긴, 안 하는 사람도 꽤 되겠네.
아영 : 응, 모든 공무원이 한 번씩 겪는 일은 아닐 거 같아. 근데 우리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꽤 편하게 휴직을 쓸 수 있다는 증거인듯?
선호 : 인정. 내가 민간회사 다니고 있었으면 휴직은 얘기도 못 꺼냈지. 육휴고 뭐고.

육아휴직자 비율 공무원과 민간근로자 격차 4.2배나 차이나 (‘21.2.19. 뉴스워커)

기로 : 음, 공무원이 휴직하기가 왜 더 좋은 거에요?
선호 : 안 짤리는 게 제일 크지. 나한테 뭔가 타격이 별로 없다는?
아영 : 맞아. 최소한 다시 복직했을 때 내 책상이 없어져있을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기로 : 에이, 요즘 민간에서도 그렇게 함부로 못 짤라요.
선호 : 법이랑 현실이랑 같냐.

“육아휴직? 그럼 사직서를 쓰세요”... 여전한 불이익 현실 (‘23.10.20. SBS)

아영 : 하다못해 일단 회사에 복직을 했다치더라도 그 다음이 또 문제잖아. 휴직하고 있는 동안 감이 떨어져서 더는 회사에서 못 버틸 거 같은 느낌.
기로 : 네 뭐 그정도는 있겠죠. 아니면 승진이 한참 뒤쳐질 거 같다거나. 회사에서 눈치를 준다거나.

1/3은 결국 퇴사... 너무나도 잔혹한 ‘육아휴직’ (‘23.9.25. 오마이뉴스)

아영 : 근데 공무원은 그런 게 별로 없으니까.
선호 : 승진은 좀 느려지겠지만.
아영 : 응. 그건 당연히 감수해야지.



기로 : 휴직은 언제 쓸 수 있는 거에요?
아영 : 휴직 사유말하는 거지?
기로 : 네. 휴직하려면 필요한 조건?
아영 : 일단 아프면 돼. 회사에 못 나오고 치료를 해야한다거나.

국가공무원법 제71조(휴직) ①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임용권자는 본인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휴직을 명하여야 한다.
1. 신체ㆍ정신상의 장애로 장기 요양이 필요할 때

선호 : 제일 많은 건 육휴지. 육아휴직. 애가 있으면 돼.

② 임용권자는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휴직을 원하면 휴직을 명할 수 있다. 다만, 제4호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휴직을 명하여야 한다.
4.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필요하거나 여성공무원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

아영 : 가족돌봄휴직도 있고.

5. 조부모, 부모(배우자의 부모를 포함한다), 배우자, 자녀 또는 손자녀를 부양하거나 돌보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후략>

선호 : 아, 동반휴직도 있잖아. 진짜 완전 누구나 꿈꾸는 휴직.

6. 외국에서 근무ㆍ유학 또는 연수하게 되는 배우자를 동반하게 된 때

아영 : 맞아. 정말 제일 부러워. 근데 난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유학휴직이나 연수휴직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

2. 국외 유학을 하게 된 때
3. 중앙인사관장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연구기관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연수하게 된 때

선호 : 난 자기개발휴직이라도.

7. 대통령령등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재직한 공무원이 직무 관련 연구과제 수행 또는 자기개발을 위하여 학습ㆍ연구 등을 하게 된 때

아영 : 자기개발휴직을 해줘? 우리 청은 한 명도 쓴 사람이 없다던데.
선호 : 우리 부도 그래. 아, 있긴 있는데 고시 사무관한테 해준 적은 없다더라.
아영 : 아이고, 선호 화이팅!

국가공무원 일반직 휴직사유별 주요 현황 : 육아 7,625명(65.5%), 장기요양 2,182명(18.7%), 가족돌봄 1,059명(9.1%) 등 (인사혁신처 <2023 인사혁신통계연보>)


기로 : 근데 월급은요? 육아휴직은 나오죠? 내년부터 육아휴직에는 월급 전부 다 준다는 기사를 보긴 봤는데.

육아휴직급여, 휴직중 100%준다... 급여상한 ‘최저임금 수준’ 인상 (‘23.12.1. 동아일보)

아영 : 그러게. 나도 기사 봤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일단 지금은 다는 안 주고 일부만 줘. 상한액도 있고.
기로 : 그럼 공무원 입장에서는 되게 좋아지는 거네요.
선호 : 사후지급 없앤다는 소리도 있고.

저고위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폐지 검토 중... 확정된 것 아냐” (‘23.12.1. 뉴시스)

아영 : 지금은 육아휴직 동안 받는 수당 중에 일부를 당장 안 주고, 나중에 복직하고 반 년인가 더 일을 하면 그 때 주거든. 몇 달 동안 묶여있는 예치금 느낌?

“육아휴직으로 산정한 금액의 15%에 대해서는 수당지급 시 제외하였다가 육아휴직 복직 후 6개월 이상 계속근무 한 경우 일시불로 지급”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 휴직제도>)

기로 : 아, 약간 먹튀방지법 같은 건가 보네요?
아영 : 맞아. 딱 그거야. 육휴 끝나자마자 퇴직하는 사람들 막는 용도.


기로 : 혹시 육아휴직 말고 다른 휴직도 월급 나와요?

육아휴직 : 1년 이내 수당 8할 지급하되 상한 150만원, 하한 70만원. 단, 동일자녀 대상 두 번째 육아휴직자는 첫 3월은 상한 250만원 월 봉급액 지급.

아영 : 음,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 육휴 말고 질병휴직이나 유학휴직도 좀 나온다고 하더라.

질병휴직 : 1년 이내 봉급 및 수당 7할, 1년 초과 5할 지급. 단, 연봉 적용자는 1년 이내 연봉월액 6할, 1년 초과 4할 지급.

유학휴직 : 2년 이내 봉급 및 수당 5할 지급. 단, 연봉 적용자는 2년 이내 연봉월액 4할 지급.

선호 : 가족돌봄휴직이나 자기개발휴직은 안 나오고.

가족돌봄휴직 및 자기개발휴직 : 봉급 및 수당 지급안함 (이상,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 휴직제도>)

기로 : 음, 그래도 공무원이 이건 괜찮네요. 무슨 사정이 생겼을 때 휴직도 할 수 있고, 조금이지만 돈도 나오고.
아영 : 맞아. 사회보장제도 같은 느낌?
선호 : 그거라도 나와서 다행이긴 하지만, 확실히 휴직하면 수입이 확 줄어드니까 힘들긴 할 거 같어.
아영 :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휴직이란 걸 쓸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다행인 거 아냐? 민간 회사에서는 가족돌봄한다고 휴직하긴 힘들잖아.
선호 : 뭐, 확실히 일반 회사보다 공무원이 낫긴 하지. 휴직자 비율이 아예 다를 거 같은데. 공무원이 훨씬 많이 할 거 같아.

민간근로자 중 주요 휴직 유경험자 비율(’21.) : 육아휴직 11.4%, 가족돌봄휴직 3.1% (‘23.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 참고)

기로 : 근데 혹시 이런 건 아닐까요? 공무원은 어차피 월급이 얼마 안 돼서 휴직해도 포기하는 돈이 적은데, 민간은 포기해야 되는 돈이 많아서?
선호 : 설득력 있는데...?
아영 : 설득 되긴 뭐가 돼! 누가 들으면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겠다.



선호 : 어쨌든 좋은 거지 뭐. 약간 신분보장이랑 비슷한 맥락인 거 같긴 한데, 휴직을 하고 확실히 복직을 할 수 있으니까, 더 편하게 휴직을 쓸 수 있는 거 같아.
아영 : 맞아. 경력단절을 걱정 안 해도 되는 느낌? 민간에서는 보통 몇 년 정도 일을 안 하면 경력단절이라고 걱정하잖아? 아까 했던 말이긴한데 복직하고 나서도 짤릴 걱정을 하고, 아니면 이직이 안 되고 그러잖아. 근데 공무원은 휴직 끝나면 무조건 복직이 되고, 복직하고 나서도 일 못 한다고 짤리진 않으니까.

“10명 중 2명은 육아휴직을 쓰고 돌아와서 동일한 직장을 1년 이상 다니지 못했습니다. ‘퇴사’하거나 ‘해고’당했습니다.” (‘20.2.7. SBS 보도 중)

기로 : 이건 확실히 매리트 있네요.
선호 : 야, 너는 뭐 휴직 생각하면서 공무원 준비하냐?
기로 :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영 : 그래, 그래도 이건 장점이지 확실히. '경력단절'이란 걸 단절시키는 느낌?
선호 : 하긴, 부부 공무원이 동반 육휴쓰는 거 보면 괜찮긴 하더라.
아영 : 그러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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