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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Dec 04. 2023

N잡러는 다음생에

단점 여섯 : 영리행위 금지

기로 : 와 형 대박. 그 기사 봤어요? 공무원 벗방?
선호 : 어어. 성인방송 그거?

<'노출 방송' 7급 공무원... 신고받은 정부부처 감사> ('23.11.14. 뉴시스)

기로 : 네. 근데 한 명만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선호 : 어. 그러니까.

<근무 중 상의 들추고 단추 풀고... '노출방송' 7급 공무원 또 있었다> ('23.11.23. 조선일보)

기로 : 이거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아니 사무실에서 어떻게 이런 방송을...
아영 : 왜 그것도 있잖아. 학교에서 성인화보 찍은 기간제 교사.

<학교에 모델 불러 성인화보 찍은 교사... '화보집' 팔아> ('23.11.23. 뉴시스)

기로 : 와 그건 또 뭐죠. 진짜 별별 사람 다 있네.
아영 : 미친 거 아냐?



선호 : 근데 난 좀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
기로 : 네? 아니, 형. 여기에 다른 생각이란 게 있을 수 있어요? 아무리 같은 공무원 입장이라 그래도 쉴드 칠 걸 쳐야죠. 이걸 어떻게 쉴드를 쳐요.
아영 : 그러게. 사무실에서 대한민국 정부 앰블럼 보이면서 성인방송 하고, 교무실에서 외부인 불러다가 이상한 사진 찍고. 이걸 어떻게 괜찮다고 하지? 말해봐라 어디 한번.
선호 : 아니아니, 그게 괜찮다는 게 아냐. 그 사람들은 백번 잘못했지. 그걸 옹호한다는 게 아니잖아. 내가 언제 괜찮다고 했어.
아영 : 다른 생각이 든대매.
선호 : 내가 다른 생각이 든다고 했던 건 이런 거야. 보통 저 얘기 들은 사람들은 다 공무원들이 잘못했다고 하고 말잖아?
아영 : 당연하지. 잘못했으니까.
선호 : 그래, 잘못한 건 맞다니까. 근데 나는 저게 엄한 데로 불똥이 튈 거 같아서 그래.
아영 : 엄한 데? 어디로?
선호 : 공무원 겸직금지.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①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아영 : 겸직금지?
선호 : 그래. 저거 대통령실이나 담당 부처에선 분명히 겸직금지 강화하라는 얘기 나온다고. 뻔하지. 공무원 개인의 일탈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결국 공직사회 기강이 해이해졌다면서 겸직금지 강화하겠다고 할걸?

<성인화보 제작에 근무중 노출방송까지…기강해이 공무원들> ('23.11.23. 노컷뉴스)

아영 : 음, 근데 겸직금지 얘기만은 아니지 않아? 그 성인화보집 찍은 교사도 뭐 돈 번 건 없대매.
선호 : 그것도 이제 어떻게든 할 걸? 뭐 하다못해 개인 방송할 공무원은 무조건 100% 다 허가받으라거나.

<인사혁신처, 공무원 인터넷방송 실태 '전면 점검'..."겸직 허가 받아야"> ('23..11.28. YTN)

기로 : 지금은 신고 안 하고도 방송할 수 있어요? 유튜브 같은 거?
아영 : 응. 그건 그냥 사생활인데? 취미잖아. 수익창출 전까지는 당연히 그냥 할 수 있지. 내 주변에도 몇 명이나 하는데?

"직무와 관련 없는 사생활 영역의 개인방송 활동(취미, 자기계발 등)은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님" (「국가공무원 복무 징계 관련 예규」, '23.10.25. 인사혁신처)

기로 : 아하, 맞네요. 겸직이 금지인 거지 유튜브 하라 마라까진 할 수 없으니까.
아영 : 그치. 퇴근하고 뭐 할지는 내 마음이지. 그거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너무한데?
선호 : 근데 이제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허가가 좀 그렇다 하면 신고라도 하라거나.
아영 : 에이, 설마.
선호 : 나도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휴, 모르겠다.



기로 : 겸직금지가 엄격하긴 해요? 잘 지키나요 공무원들?
선호 : 야, 엄청 빡세. 안 지킬 수가 없어.
기로 : 어떻게 알아요? 회사에 말 안 하면 모르는 거 아니에요?
선호 : 모르긴 왜 몰라. 통장으로 돈이 들어가는데.
기로 : 아?
선호 : 정확히 말하면, 암시장처럼 소득세 안 떼고 4대 보험 안 되고 그냥 몰래 하는 거면 통장에 돈이 들어가든 말든 모르긴 할 텐데, 합법적으로 인건비를 받으면 무조건 다 알지. 공무원 월급 말고 소득이 잡히는 거니까.
기로 : 와, 공무원 한 명 한 명 모니터링을 하는 거에요?
선호 : 그치. 대단하지 않냐? 일개 공무원 수입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거야. 보통 감사원이나 인사처, 국조실 같은 곳에서 하는데, 공무원들 수입원을 쭉 보고 월급이 아닌 수입이 있으면 바로 소명 요청.
아영 : 너도 받은 적 있어?
선호 : 어. 몇 만원 되지도 않는데 연락이 오더라고. 보통 6개월~1년 정도 시차가 있긴 한데, 어쨌든 연락이 와. 소명하라고.
아영 : 소명 안 되면 징계인가?
선호 : 아마 그러겠지? 외부 강의 신고를 안 했다거나 허가 안 받은 영리행위를 했다거나? 나는 그런 게 아니라 상관 없었지만.
아영 : 무섭다 무서워.


기로 : 오케이. 그럼 진짜로 감시는 철저하다고 치고, 얼마나 막아놓은 거에요?
선호 : 얼마나가 뭐야. 기간? 공무원 하는 내내 평생이지.

"공로연수나 휴직 중에 있는 공무원도 공무원 신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허가에 관한 규정을 적용 받음" (「국가공무원 복무 징계 관련 예규」, '23.10.25. 인사혁신처)

기로 : 아니, 얼마나 꽉 막아놨냐고요. 그래도 신고만 하면 허가는 다 해주는 건지, 아니면 안 되는 게 많은지.
선호 : 뭐 다 안 된대. 일단 신고만 한다고 다 허가해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요건에 맞아야 하는데, 그 요건이란 게 좀 애매하지. 귀걸이 코걸이 수준으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 업무의 금지)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기로 : 예를 들면요?
선호 : 그러니까 뭐 이런 거야. 업무에 지장을 주는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하거든? 이게 말만 보면 너무 맞는 말인데, 여기에 걸어서 안 된다고 하는 게 좀 이상한 게 많아. 예를 들면 저녁에 대리운전을 못 하게 하는데, 그 이유가 늦게까지 운전하면 피곤해서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거야.

단, 겸직허가는 원칙적으로 소속 기관장에게 받도록 되어 있는바, 유사한 경우여도 사안마다 판단이 상이할 수 있음.

기로 : 아니, 음. 어떻게 보면 맞는 말 같은데, 음.
아영 : 좀 다른 얘긴데, 품위 유지 조건도 있어. 공무원 품위에 안 맞는 일을 하면 안 돼. 그래서 대리운전 안 된다는 소리도 있었어.

「국가공무원법」제63조(품위 유지의 의무)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기로 : 그건 너무 직업 비하 아니에요?
아영 :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이번에 성인방송 BJ 같은 걸 보면 또 좀 이해가 가기도 하고.
기로 : 아니, 그거랑 대리운전이랑 어떻게 같아요.
아영 : 나도 너랑 똑같은 생각이야. 근데 실제로 인사팀에서는 그렇게 판단을 안 하는데 어떡해.
기로 : 아니 그래도...
선호 : 이렇다니까. 귀걸이 코걸이라니까.


선호 : 그리고 겸직허가 받았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야.
기로 : 무슨 소리에요 이건 또. 되니까 허가를 해줬겠지.
선호 : 아냐. 예를 들어서 뭐 유튜버를 하잖아? 그러면 공무원은 절대 못 하는 게 있어.
기로 : 뭔데요?
선호 : PPL.
기로 : PPL요? 그거 없이 유튜브 수익을 어떻게 내요?
선호 : 그냥 조회수로 나오는 돈만 받으라는 거야. 광고는 안 된대.
기로 : 와, 너무한다. 유튜버들 다 그걸로 먹고 사는데.
선호 : 후원도 못 받아. 슈퍼챗이나 별풍 같은 거 있잖아.
아영 : 이건 나도 몰랐네.

"업체 등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특정 물품을 홍보함으로써 금전 또는 물품을  얻는 행위(예:직·간접광고),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후원 수익을 취득하는 행위 등 금지" (「공무원의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지침」, '23.11. 인사혁신처)

기로 : PPL도 안 되고 슈퍼챗도 안 된다고요? 참나, 대체 언제 만든 규정이길래 이렇게 현실하고 하나도 안 맞죠?
선호 : 심지어 이거 올해 개정된 거야. 더 쎄졌다? 작년까진 유튜브만 그랬는데, 올해부턴 블로그도 막아놨더라.

"업체 등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특정물품을 홍보함으로써 금전 또는 물품을 얻는 행위(예 : 직·간접 광고) 등 금지"  (「공무원의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지침」, '23.11. 인사혁신처)

기로 : 형이 좀 얘기해봐요. 현실성 있게 좀 고치라고.
선호 : 얘기했지. 얘기한 게 한둘이 아닐걸? 근데 그쪽에선 안 받지. 받았다가 무슨 사단이 나려고.
기로 : 사단날 게 뭐 있어요.
선호 : 지금도 성인방송BJ때매 난리났잖아.
기로 : 그거랑 이거랑 어떻게 같애요. 다르잖아요.
선호 : 다르지. 다른데, 언론에선 그렇게 얘기 안 할 걸? PPL 풀어주면 뭐 공무원이랑 특정 기업이랑 대놓고 짬짜미할 길을 열어줬네 뭐네 할 거고, 겸직금지 풀어주면 공직기강이 해이해지고 어쩌고, 국민을 섬겨야할 공직자가 어쩌고.
기로 : 하... 속상하네요.
선호 : 뻔하다 뻔해.
기로 : 그럼 겸직허가 받아봤자 돈 별로 못 벌겠네요. 그렇게 막아놓는 게 많으니.
선호 : 거의 그렇지.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어려울 거다 아마.

연 1천만원 이상 겸직수익을 낸 공무원 수 : 56명 (겸직허가 1,410명 중 3.97%, <2019년 공무원 겸직허가 현황>, 인사혁신처)


기로 : 겸직허가 받은 사람들도 별로 안 되겠어요.
선호 : 음, 일반 공무원들만 보면 맞는 말이지.
기로 : 일반 공무원이 아니면요 그럼?
선호 : 그럼 은근히 좀 될 거 같아. 어디 무슨 임원이나 위원으로 겸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기로 : 아, 높은 사람들 얘기군요?
선호 : 그치. 그런 사람들 빼고 전체 공무원 중에 비율로 따지면 진짜 얼마 안 될 걸? 이거 해와라 저거 하지마라, 뭐 좀 많이 간섭해야지.

겸직허가 공무원 중 임원, 위원, 강사, 자문, 연구 직무 종사 비율 : 80.7% (총 3,270명 중 2,639명. '22. 인사혁신처 자료 참고)

아영 : 그래도 늘어나고는 있잖아.
선호 : 그치. 요즘 늘어나는 건 생계형 투잡들. 그래도 전체 비율은 별로 안 높으니까.

<"우리는 '투잡' 뜁니다"... 강사, 유튜버 등 겸직 공무원 증가> ('23.11.5. 아시아투데이)

아영 : 참, 부동산 하는 사람들은 좀 있어.
기로 : 공무원이 부동산요?
아영 : 건물주 같은 거 있잖아. 임대업. 그건 허가해주거든.
기로 : 하긴, 건물을 그냥 놀릴 순 없겠네요. 그건 좀 너무 위헌 같은데.
아영 : 응, 그래서 그건 돼.

부동산 입대업 겸직허가 공무원 수 : 194명 ('22. 인사혁신처)

선호 : 주식도 되고. 그래서 공무원들끼리는 무조건 주식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지.
아영 : 주식은 겸직허가 안 받아도 되잖아?
선호 : 아, 그치.
기로 : 그렇게 깐깐하게 잡으면서 주식은 왜 풀어주죠? 공무원 월급으로 주가 띄우려는 거 아닌가요? 음모론 냄새가 솔솔 나는데 이거.
아영 : 그러기에는 공무원 월급이 너무 적...
기로 : 앗...



기로 : 근데 그렇게들 공무원 월급이 적다고 하면서, 정작 저녁에 투잡 뛰는 것도 막아놓는 게 좀 그렇네요. 좀 모순 아니에요?
선호 : 그치. 그게 정확히 맞지. 왜 코로나 때 배달알바가 엄청 떴었잖아? 배민 라이더나 쿠팡 플렉스나 그런 거.
기로 : 아, 그랬죠. 뭐 배달만 해도 한달에 천만원 번다 그러면서.

<"1주일에 200만원 벌었답니다"... 너도 나도 배달!> ('21.1.3. 헤럴드경제)

선호 : 어, 맞아. 근데 그 때 초반에는 4대 보험 같은 거 없었단 말야 배달 알바가. 그래서 그 때는 라이더 해도 안 걸린다면서 투잡 뛰었던 공무원들도 있다고 들었어.
기로 : 아, 이제는 안 되나보네요.
선호 : 그치. 이제는 국세청에서 소득으로 다 잡을 수 있게 바꼈거든.
기로 :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겠네요 그 분들은. 뭐, 원래도 걸리지만 않은 거지 사실은 하면 안 되는 거였지만요.
선호 : 그러니까 더 답답한 거야 난. 공무원은 알바도 못 하냐? 아니, 돈이 없어서 좀만 더 벌어보겠다고 개인시간 희생하는 건데? 어디랑 유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부정부패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근무시간에 일을 대충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일률적으로 다 막아놓는 건 너무 행정편의주의적이잖아.
기로 : 행정편의주의적이요.
선호 : 그치. 이게 그냥 일괄로 다 막아놓으면 담당자는 편하지. 그냥 월급 말고 다른 수입 있으면 바로 보이잖아.
기로 : 그렇죠.
선호 : 그게 행정편의주의적이라는 거야. 일하기 편한 방식으로 막아놓은 거지 지금은.
아영 : 근데 지금 겸직금지하는 취지가 있잖아. 너도 말한 것처럼 어디랑 유착해서 부패할 수 있으니까 그거 막으려고 하는 거 아냐?
선호 : 그건 맞지. 근데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는 거야 난. 기본적으로 난 근무시간이 아니면 공무원이 뭘 하든지 터치하면 안 된다고 봐.
아영 : 그러다가 어떤 공무원 유튜버가 자기가 관리감독하는 회사에서 피피엘 명목으로 뭘 잔뜩 받고 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
선호 :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근데 그렇다면 그건 처벌해야지 당연히. 사후적으로 확인하고, 감사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때리고 해야지.
아영 : 음, 사후에 징계를 해야 된다?
선호 : 그치. 자유를 줬으면 그만큼 책임도 져야지. 일단 다 풀어주고, 대신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를 세게 때리자는 거야. 봐주기 하지 말고.
아영 : 흠, 그게 더 맞는 거 같긴 하네.
기로 :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선호 : 그렇게 되긴 뭘 돼. 누가 해주겠어 이걸. 일하기 더 불편해지는데 담당 부처에서 지 무덤 팔리도 없고, 어차피 윗사람들은 어디 임원 같은 거나 겸직하지 유튜버를 할리도 없고, 그렇다고 표도 안 되는데 국회에서 공무원 편들어줄리도 없고.
기로 : 아...
선호 : 요즘 N잡 안하는 사람이 어딨냐 하지? 공무원이 N잡러가 되려면 그냥 다시 태어나는 게 더 빠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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