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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Dec 29. 2023

공무원은 결혼시장 강자다?

오해 다섯 : 배우자 선호도

아영이의 분석 : 강자까지는 아니고 평균 정도?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한국인이 학생 때 제일 많이 듣는 거짓말 3개.


중학교 때는 ‘잘 먹어라. 살은 나중에 다 키로 간다‘는 거짓말을 듣고 자라고, 고등학교 때는 ‘공부 열심히 해라. 대학만 잘 가면 연애하려고 줄을 선다’고 사기당하고, 마지막으로 대학교 때는 ‘취업만 잘 하면 결혼하려고 줄을 선다’고 하고. 돌이켜보면 진짜 뻔한 거짓말이었는데 왜 그걸 막연히 믿었는지 모르겠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할 때도 저 얘기는 진짜 많이 들었거든요. 시험만 붙으면 바로 마담뚜 아주머니들한테 전화 받는다고요. 특히 저는 행시를 준비했었으니까 더 그랬던 거 같아요. 결혼시장에서 거의 전문직급 대우를 받는다고 막 그러고.


저, 공무원 된 지 벌써 3년째니까요, 이 정도면 딱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공무원이 결혼시장 강자라는 소리가 맞는지 아닌지.



공무원 인기는 추락 중

우선 전통적으로 공무원이 인기가 많았던 건 맞는 거 같아요. 결혼하는 상대방 직업으로요. 일단 안정적이잖아요. 짤릴 걱정도 거의 없고, 연금이라는 강제 저축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있고.

이상적 배우자 직업 1위 : 공무원 및 공사 (‘04~’21년 기간 중 18년 연속, 듀오)


특히 ‘공무원 호시절’이라는 옛날을 사셨던 어르신들께는 더 어필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사위는 공무원, 며느리는 교사’ 같은 말이 거의 속담처럼 오가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신붓감 직업 1순위는 교사... 신랑감은 공무원”> (‘12.12.13. 연합뉴스)


근데 요즘에는 확실히 바뀐 거 같아요. 공무원 연금은 막 칼질당하는 와중에 박봉이다, 초근많다, 승진안된다 등등 배우자 직업으로 안 좋은 점들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떨어졌어요.

이상적 배우자 직업 1위 : 일반사무직 (‘22~’23년 기간 중 2년 연속, 듀오)


게다가 요즘엔 워낙 지금 당장의 수입을 많이 보니까 공무원을 더 안 좋아하고요. 평생 수입은 평균 이상 된다하더라도 어쨌든 그건 평생 일을 해야 된다는 거잖아요? 근데 요즘에는 젊었을 때 확 많이 벌고 그걸로 재테크도 하고 해서 얼른 일을 그만하고 편하게 인생을 즐기는 파이어족을 꿈꾸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연차가 낮을수록 월급이 낮은 공무원은 당연히 인기가 안 좋을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신랑 연봉 6000만원은 돼야죠”... 미혼 남녀 ‘이상적 배우자상’ 물어보니> (‘23.12.6. 서울경제)


배우자가 공무원이면 뭐가 안 좋을까

결혼 중계 회사에서 직업별로 등급을 나눈 인터넷 짤이 돈 적이 있었는데요, 행시 출신 사무관도 등급이 그렇게 안 높았거든요? 근데 여자는 더 그렇더라고요. 똑같이 행시 붙어서 사무관을 하고 있어도 남편 직업으로는 그나마 나은데 아내 직업으로는 선호도가 더 떨어진다는 거죠. 아마 야근도 많고, 퇴근해서도 계속 회사 연락 받아야 되고, 주말처럼 쉬는 날도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가정을 챙기기가 더 힘드니까요. 실제로 어떤 자리들은 아예 미혼 전용 자리에요. 기혼자들을 안 앉혀요. 상시 초근이 필요한 자리들이요. 어떻게 보면 기혼자들에 대한 배려?

공무원 직업 등급 : [행시 일반행정] 남 4등급, 여 8등급 / [9급 공채] 남 13등급, 여 12등급


중앙부처에서 일하면 좀 덜하긴 한데요, 특히 지방직들은 지역을 막 이동하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 경기도 지역직으로 일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하면, 저 위쪽 포천도 경기도고 저 남쪽 의왕도 경기도잖아요? 근데 막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 거에요. 순환근무는 공무원 인사 관리의 핵심 중 하나라 어떻게 할 수도 없어요. 특수한 경우지만 군인들은 전국을 돌아다니고요, 외교쪽 사람들은 전세계를 돌아다녀요. 내 남편이 이렇다 하면 진짜 난감하죠.


공무원에 대한 규제가 많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죠. 사실 사람이 살다보면 월급만으로는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땐 이런 일 저런 일 하면서 부수입을 좀 얻기도 해야되는데, 일단 공무원은 그런 게 완전히 막혀있어요.


그거 뿐만이 아니라 내 배우자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도 전부 등록해야 돼요. 보통 4급 이상이면 무조건 해당되고요, 5급이나 6급, 7급이라고 해도 특정 업무를 맡는다거나 특정 부처에 있으면 또 공개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국토부에서 주택 관련 업무를 한다거나, 아니면 회사가 국세청이라거나 하는 경우에요.

공직자윤리법 제3조(등록의무자)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직자(이하 “등록의무자”라 한다)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재산을 등록하여야 한다.
3.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을 포함한다) 및 지방공무원과 이에 상당하는 보수를 받는 별정직공무원(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별정직공무원을 포함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조(등록의무자) ⑤법 제3조제1항제13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정 분야의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직원”이란 다음 각 호의 사람을 말한다
8. 국세청 및 관세청 소속 공무원 중 5급 이하 7급 이상의 일반직공무원(이에 상당하는 전문경력관을 포함한다)과 이에 상당하는 별정직공무원


그래도 이런 단점들이 있어도 결국 돈이면 커버가 될 거 같거든요? 요즘은 옛날보다 더 자본주의니까요. 근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공무원은 현재 소득이 낮아요. 당장 굴릴 수 있는 수입이 없다는 건 요즘 같은 재테크 시대에서 진짜 큰 단점이죠.

<“안정적 직장은 무슨.. 박봉에 욕먹고 공황장애” 공무원이 떠난다> (‘23.6.26. 머니투데이)


그래도 공무원인 배우자가 이건 괜찮다더라

그렇다고 배우자가 공무원인게 완전 별로냐 하면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분명히 장점들도 있어요. 공무원이 진짜 그렇게 별로면 공무원 부부가 많을 수가 없잖아요? 제발 내 남편만은 공무원이 아니어라 하면서 진짜 열심히 다른 직업 남자를 찾아다녔겠죠. 근데 그게 아니니까 장점을 보고 공무원끼리 많이 만나는 거라 생각해요.


공무원 하면 뭐니뭐니 해도 안정적이라는 게 제일 크죠. 경기의 영향을 안 받고 일정 정도의 수입이 매달 있다는 건 심리적으로도 엄청 큰 거 같아요. 특히 결혼을 하면 경제 공동체가 된다는 건데, 그런 면에서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다면 되게 든든하죠.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더 그렇고요.


아이 얘기하니까 생각난 건데, 육아할 때 휴직 쓰는 걸로는 공무원이 확실히 좋은 거 같아요. 아직 기관마다 좀 다르다고는 하지만 아이 1명 당 거의 1년씩은 육아휴직을 쓰는 거 같고요, 회사 다닐 때도 유연근무나 육아시간을 쓰면 애 키우기에는 좋다고 하더라고요. 육아시간 같은 건 아직 못 쓰는 곳이 많긴 하지만요.


그리고 순환근무랑 좀 상충되는 얘기 같기는 하지만,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 같아요. 미시적으로 보면 당장 오늘 저녁에 야근을 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당장 다음 인사 때 어느 지역으로 갈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강 몇 년차 때 어느 직급을 달고, 그럼 그 때 수입이 얼마고, 몇 살 때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고 하는 것들은 얼추 짐작이 되니까요. 전문직이 아닌 직업 중에는 공무원이 제일 예측 가능성이 클 거 같아요.


약간 부수적이긴한데요, 운 좋으면 외국에 갈 기회가 있다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공무원이 외국 유학이라도 가게 되면 배우자나 자녀한테까지 수당이 좀 나오거든요? 그럼 그게 경제적으로 은근 도움이 된다 하더라고요. 게다가 자녀 나이만 잘 맞아떨어지면 어렸을 때 외국어 체득시켜 주기도 좋을 거고요. 뭐, 이건 모든 공무원들의 장점은 아니고 운 좋은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긴 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에요. 공무원은 ‘결혼시장 강자’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결혼시장 약자’는 아니다!

<“결혼 후 가장 속 안 썩일 배우자의 직업 ‘공무원’”> (‘17.3.23. 이데일리)


요즘 공무원이 별로라는 인식들이 막 퍼져가면서 인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공무원이 가지는 직업적 장점도 분명 있거든요. 그리고 그게 배우자의 직업으로서 매력적인 부분도 있고요. 그러니까 다 종합하면 ‘결혼시장 평균 이상‘은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근데 한 마디만 덧붙이면요, 물론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사람 아닐까요? 아무리 으리으리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나랑 케미가 안 맞으면 같이 사는 게 고역일 거고, 평범한 직장인이어도 내가 사랑하고 서로 마음이 통하면 하루 하루가 얼마나 달달하겠어요. 그러니까 우리, 직업이 아닌 사람을 보자고요! 직업 등급을 따져가며 결혼을 하는 건 왠지 좀 서글프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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