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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Dec 28. 2023

모두가 아는 직업

장점 여덟 : 직업 인지도

기로 : 제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는 하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공무원이 되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이래도 되나.
아영 : 사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아? 나도 그랬고. 선호 너는?
선호 : 나도 똑같지 뭐. 아니, 공무원 안 해본 사람이 공무원 무슨 일 하는지를 어떻게 아냐고. 누나도 일해보니까 알겠지않아?
아영 : 맞아.
기로 : 공무원 일을 하는 공무원이 얘기를 해주면 되잖아요. 하루종일 바쁘다면서.
아영 : 그게, 하루종일 엄청 바쁘게 일하기는 하는데, 막상 밖에 설명하기는 또 어렵더라.
기로 : 설명이 왜 어려워요?
아영 : 음, 설명이 왜 어려운지도 설명하기 어렵네.
기로 : 에, 그게 뭐에요.
선호 : 진짜야. 우리도 이렇게밖에 얘기를 못 해서 답답하다. 얼른 시험 붙어라. 같이 공감 좀 하자.



아영 : 근데 그건 있다? 우리 일을 막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우리 직업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기로 : '공무원'이라는 거 말하는 거에요?
아영 : 응, 공무원.
기로 : 그렇죠. 누가 몰라요 공무원을. 범위가 좀 넓긴 해도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는 다 알죠.
선호 : 그치. 따지고 보면 교도관도 공무원, 교사도 공무원, 군인도 공무원, 다 공무원이니까 넓히려면야 엄청 넓힐 수 있지. 물론 보통 공무원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행정공무원을 생각하고 말하는 거긴 하지만.
기로 : 근데 그게 왜요? 직업을 다 안다는 게 왜?
아영 : 아니, 무슨 무슨 일을 한다는 걸 설명해야 하는 직업들도 많잖아. 그런 면에서 공무원은 좀 편한 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
선호 : 안 설명해도 되는 직업도 많지 않나? 변호사니 의사니 전문직들은 다 그럴 거 같은데.
기로 : 전문직 아니어도 그럴 거 같은데요? '저 회사원이에요'라고만 해도, 아 저 사람은 월급 받는 직장이니구나 알거고, '조그만 가게 하나 하고 있어요'해도 아, 저 사람은 자기 장사를 하는구나 하고 알건데?
아영 : 전문직은 그렇다쳐도 회사원이나 자영업은 좀 얘기가 다르지. 보통 회사원이다 하면 무조건 다음 질문이 있잖아. 무슨 일 하시냐 같은. 자영업도 마찬가지고.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어떤 가게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막 이러잖아.
기로 : 음, 맞아요. 누나 말은 어디서 '공무원한다'하면 그걸로 설명이 다 된다는 건가요?
아영 : 응응, 그거지.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대충 다 알잖아.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보통 9 to 6일거고, 월급은 안 많지만 정부에서 제 때 제 때 줄거고, 뭐 이런 것들?
선호 : 직업 인지도가 높다, 이거구나.
아영 : 맞아.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누구나 아는 직업이다 라는 거지.



기로 : 근데 직업 인지도가 높다는 게 왜요?
아영 : 나도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이게 의외로 유용하더라니까. 나 요즘 한창 소개팅하잖아?
기로 : 맞아요. 저한테도 괜찮은 사람 없냐고 그랬잖아요 누나.
아영 : 응응. 근데 소개팅 할 때도 좀 편하더라고. 그 기본적인 것들을 얼추 알고 간다는 게.
기로 : 아니 무슨 소개팅할 때 직업 얘기를 해요.
아영 :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너. 몇 살만 더 먹어봐. 결혼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지. 그러면 직업 얘기도 당연히 하고.
기로 : 아, 결혼. 그건 그렇겠네요.
선호 : 나도 아영이 누나 소개팅 두어번 시켜줬는데,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게 도움이 됐으면 됐지 안 되지는 않았을걸.
아영 : 맞아. 나만해도 친구들 소개팅 주선해줄때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편하긴 하더라.
선호 : 그러니까. 이름 대면 아는 직업들인 게 확실히 이럴 땐 좋지.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 : [1위] 일반 사무직, 45.4% [2위] 공무원 및 공사, 34.9% [3위] 의사 및 약사, 21.8% 등 ('23. 25~39세 미혼남녀 대상 조사, 결혼정보회사 듀오)

기로 : 근데 누나 맨날 야근한다면서요.
아영 : 응 맞아. 거의 맨날 하지.
기로 : 그럼 데이트는 언제 해요? 아니, 그렇게 바쁜 직업이면 소개팅이 오히려 안 되겠는데요?
선호 : 사람들은 공무원이 이런 거 모르니까.
아영 : 맞아 맞아. 주변에 공무원 친구 없으면 공무원이 일 이렇게 많이 하는 거 잘 모를걸.
기로 : 사기 소개팅 아닌가요 이건.
선호 : 으음, 미필적 사기 정도?


아영 : 선호 너도 결혼할 때 득 좀 보지 않았어?
선호 : 그치. 공무원이란 게 어르신들도 다 아는 직업이니까. 여자친구네 부모님 처음 뵐 때 분위기도 좋았고.
아영 : 아는 정도가 아니라 어른들은 공무원 좋아하잖아.
선호 : 그렇긴 해. 옛날에 그 힘 센 공무원을 보셨던 분들이라 그런 거 같아. 뭐, 내 자식 굶어죽이진 않겠다는 안심도 좀 하시는 거 같고.
기로 : 그렇네요. 우리 윗 세대들한테는 좀 먹히겠네요.
선호 : 먹힌다는 표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뭐 어쨌든 좋게 봐주시는 건 맞는 거 같아. 생각해보면 공무원 욕하는 내용들도일 안 한다, 세금 축낸다, 칼퇴한다 뭐 그런 얘기들이잖아? 근데 그게 남일 때는 욕할 거리지만 내 가족이 그렇다면 어유 그거 축하할 일이지, 안 그래?
기로 : 아 네 뭐..
선호 : 말이 좀 그런가? 어쨌든 좋게 봐주신단 소리야. 사위나 며느리로.



아영 : 난 아직 공무원 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명함 내밀 때 괜히 으쓱하는 것도 있다?
선호 : 그건 공무원이라서가 아니라 드디어 직업을 갖게 돼서 그런 거 아니야? 처음으로 명함이란 걸 쓰게 된 거잖아.
기로 : 맞아요. 수험생이 공무원 되듯이 취준생이 회사원 되면 명함 줄 때 왠지 뿌듯한 느낌이 있지 않을까요.
아영 : 그것도 그런데, 나는 공무원이라는 것도 좀 있는 거 같아.
기로 : 어떤 느낌으로요?
아영 : 그니까 내가 명함을 딱 내밀었을 때, 어쨌든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다들 아는 거잖아? 왠지 거기에서 오는 으쓱함?
선호 : 그럼 뭐해. 공무원이 존중을 받길 해, 아님 뭐 대접을 받길 해.
아영 : 그런 게 없는 건 좀 슬프지만, 그래도 인지도라도 있는 느낌?
선호 : 아, 어쨌든 인지는 해준다?
아영 : 응! 그게 어디야! 그것도 난 나름 심리적으로 만족감 드는데?
선호 : 누나는 진짜 긍정적이다. 긍정 그 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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