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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Dec 18. 2023

공무원은 칼출칼퇴한다?

오해 넷 : 근무시간

선호의 푸념 : 저도 그러고 싶네요


오늘은 짧게 얘기할게요. 그동안 몇 번이나 했던 얘기니까요. 앞으로도 몇 번은 더 할 얘기일 거 같고요.


바로 공무원은 칼출칼퇴한다는 거에요.


이제는 아시죠? 그렇지 않다는 걸요.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우리나라에서 ‘공무원’하면 늘 자주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칼퇴’한다는 거에요.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이라는 건 경찰이나 해군 같은 특수 직군이 아니라 일반적인 행정공무원을 말할 테니, 저도 그걸 깔고 갈게요.)


공무원은 칼퇴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건 팩트죠. 요즘은 오해가 좀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다른 직업보단 낫다는 생각들은 하고 계시는 거 같더라고요.

<대기업 사원 “공무원은 칼퇴-상마이웨이 가능하죠? 진지하게 이직 생각 중입니다“> (‘23.5.6. 위키트리)


저도 그랬어요. 아니, 저는 더 했죠. 눈치 안 보고, 그냥 칼퇴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다들 그런 줄 알았어요.


제가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회사원은 다 똑같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공무원도 월급쟁이에요. 다 똑같더라고요. 출근시간 보다 일찍 나오고, 퇴근시간 보다 늦게 들어가고, 야근도 하고, 주말근무도 하고. 눈치보면서요.


이해가 잘 안 되기는 해요. 사기업이랑 다르게 공무원은 짤릴 걱정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누군가의 말대로 개쌍마이웨이를 해도 되기는 된단 말이죠.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자기 할 일을 어느 정도 소화만 한다면 딱 근무시간에만 일을 해도 될 거란 말이죠. 특수한 업무 시즌만 아니라면요.


근데 현실은 안 그래요. 문화 자체가 그렇습니다. 다들 빨리 오고 늦게 갑니다. 이것 저것 다 떼고, 수당 지급이 되는 초근만 해도 매달 이만큼 저만큼씩 합니다.

월평균 초근 : 질병관리청 24.9시간 / 기획재정부 22.2시간 / 금융위원회 16.6시간 등 (‘22. 인사혁신처 자료 참고)


공무원은 ‘시키면 합니다’

일이 많냐고요? 많긴 해요. 초근을 해야 되는 수준이냐고요? 네, 그렇기도 해요.


그런데 애초에 그만큼의 일이 생겨난 건, ‘시키면 하는 문화’ 때문인 거 같아요. 만약 모든 실무자급 공무원들이 과중한 업무를 소화 못 했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많아지진 않았을 겁니다. 근데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내거든요. 시키면 하는 게 공무원이거든요.

국가공무원법 제57조(복종의 의무)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법이 있고 규정이 있는데 직무상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요, 물리적으로 근무시간 안에 처리할 수가 없는 경우를 얘기하는 거에요. 그래도 하냐고요? 네, 합니다. 속에서는 열불이 나도, 뒤에서는 궁시렁 절시렁 해도, 결국 합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일을 처리하고 난 다음엔?


예정된 비극이죠.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많은 초근을 해야만 합니다.



자잘한 건 굳이 얘기 안 했어요. 뭐 매달 당직을 서야 된다거나(모든 일반직), 수능 때 새벽출근을 해야 한다거나(지방 교육행정직 등), 폭설이 오면 하루종일 동원된다거나(지방직, 안전직 등) 같은 것들요. 이건 힘들고 귀찮은 걸 넘어서, 어쨌든 꼭 해야하는 일이니까요. 고생한다고 생색내기가 민망한 것들이죠.


다만 그런 경우들도 많죠. 이건 굳이 지금 초근을 할 일이 아닌데 하게 되는 경우랄지, 퇴근해도 되는데 괜히 분위기 때문에 못 하는 경우랄지. 이런 건 충분히 분통터질만 하지 않아요? 모든 월급러들이 다 똑같겠지만요.


맞아요.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어요. 공무원이고 뭐고, 우리 다 똑같다고요. 월급 받는 우리들은 다 똑같다고요. 눈 앞에 있는 퇴근을 못 하고, 눈치보면서 사무실에 붙잡혀있다고요.


최소한 이건 딱 잘라 말할 수 있어요. 공무원은 칼출칼퇴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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