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뺨 Nov 25. 2020

심각해지지 마

어제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Part 3. 명상

  제주도 취다선(醉茶禪)의 아침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됩니다. 어젯밤 미리 맞춰 둔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응가를 하고 양치를 하고 취다선의 새벽 명상 프로그램에 가요. 취다선의 주인장 일소 안대진 선생님께서 웃는 얼굴로 다정히 맞아줍니다. 그리고 명상을 위해 마련하신 다실로 안내해주시네요.


  친구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병풍처럼 네 짝으로 맞춰진 창문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아요. 억새풀과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게 돼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일소 선생님께서 다실로 들어오십니다. 그렇게 세 존재가 모여서 명상을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질문이 주어지고 답문이 건네 집니다. 때때로 침묵의 고요함이 떠돕니다. 보성에서 오늘 아침에 올라온 녹차라며 차를 우려네 건네주십니다. 다 함께 차를 마십니다.


  갓 올라 온 녹차를 두고 일소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대들이 이 차를 제일 처음 마시는 사람들이니 이것은 그대들의 복이다.”


  그렇다고 하시니 그런 줄 알고 마음껏 기뻐합니다. 팽주가 따라주고 팽객이 마십니다. 눈을 감고 그윽하게 퍼지는 향을 들숨에 맡습니다. 들숨이 백회까지 날숨이 몸의 뿌리까지 닿습니다. 녹차의 향이 몸과 마음에 퍼져 나갑니다. 그렇게 오 분간 명상을 합니다. 들숨과 날숨 사이로 숱한 생각이 들고 납니다. 짧고도 긴 오 분은 이렇게 끝납니다.


"심각할 거 없어~ 심각할 거 없다고. 행복하자고 하는 거잖아~"


  일소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이전 22화 우울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