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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뺨 Nov 26. 2020

진즉에 알았더라면

어제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Part 3. 명상

  입추가 지나고 가을이 되려는지 바람이 선선해서 참 좋네요. 며칠 전 밤에는 얼음 페트병을 꺼내지 않을 정도로 무덥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렇게 좋은 날씨에는 나가서 걷기 명상을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귀찮아서 나가지 않아요. 그런데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걷기 명상을 후딱 했어요.


  동네 친구가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마침 부모님 댁에 내려가야 한다지 모예요~ 그 덕에 임시 집사가 되었어요. 이 개린이는 갈색 푸들로 아직 6개월도 채 안되었대요. 혈기가 어찌나 왕성한지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 주인도 어찌나 꼼꼼한지 부탁한 일이 많아요~


아침부터 놀아주기

밥 주고 털 빗기기

산책하고 발 씻기기

함께 놀아주기


  이제 제 볼 일을 보러 나가야 하는데 고민이 되네요. 데리고 나가야 하나 어째야 하나 싶어서요. 개린이를 보고 있노라니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 아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도 개와 고양이를 키웠어요. 깜식이와 똘이. 깜식이와 똘이에게 마음의 빚을 졌어요. 특히 깜식이에게 큰 빚을 졌어요. 지금처럼 편하게 놀아주면 되는데, 어설픈 교육을 시킨다며 서열을 잡아준다며 산책할 때도 목줄을 당기고 먼저 앞서가면 혼내고 그랬거든요.


  오늘 개린이 호두와 함께 할 때는 달랐죠. 그동안 책들도 읽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학습했기 때문이죠. 특히 개통령 강형욱 씨의 영향이 컸어요.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구나. 미안하다.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가 밀려옵니다. 호두와의 아침 산책은 깜식이와 할 때와는 확연히 달랐어요. 정확히는 제가 달라졌지요. 배운 대로 목줄과 하네스 사이에 간식을 놓아주고요. 호두가 신나 할 때, 목줄을 채우고 하네스를 채웠어요.


  밖에 나가서는 제 속도가 아니라 호두의 속도에 맞춰서 산책을 했죠. 이 곳의 냄새를 맡고 싶구나? 누가 다녀갔니? 어때, 기분이 좋아? 호두가 기분이 좋으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 오우! 그건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음... 거기에는 눕지 말아 줄래... 에이, 네 마음대로 해~! 지금처럼 여유 있는 반려인이었다면 아마도 깜식이는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을 거예요. 준비 안 된 집에 왔던 깜식이에게 아직도 미안할 뿐이에요.


  호두와 산책을 마치고 강아지 임시보호를 해보려 했던 마음을 접어 버려요. 여전히 준비가 안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호두는 지금 제 옆에서 쌔근쌔근 잠들었어요. 한창 크는 중이겠죠?        

                                          

댕댕이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아끼는 인형을 가져와서 놀자고 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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