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맞벌이 무주택자
서울에 입성한 지 만 2년
서울에서 언니 집을 전전하며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 후 주말부부, 출산 후 육아휴직에 맞춰 남편의 직장이 있는 지방에서 집값 걱정 없이 신축 아파트 30평대에 잘 살다 내 복직에 맞춰 남편도 근무지 이동을 해서 서울에 입성했다.
사실 집값 때문에 서울에 올라오는 게 두려워 지방에서 일할 방법도 알아보았지만 남편의 직장도 근시일 내에 서울 근교로 이동이 예상되어 서울행을 확정 지었다.
처음 집을 구할 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에 곱하기 2를 해도 서울 전세금을 맞추기 어려웠다. 나의 직장 근처는 서울에서 집값이 낮은 편이었지만 빠르게 상승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차리리 집을 살까? 하고 고민을 했지만 일단 자금력이 떨어졌고 이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두고 보자는 심리와 부동산을 잘 모르니 최대한 딜레이 시켜보자는 생각이었다.
지금에 와서 나의 가장 큰 후회는 왜 그때 대출을 할 수 있는 만큼 다해서 집을 사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를 하게 된 건 9월 즈음 집주인에게 온 전화 한 통이었다.
“집을 팔게 됐어요. 부동산에서 연락 오면 집 좀 보여주세요.”
남편은 요즘 고점인데 매매가 쉽게 되겠냐며 걱정하지 말라며 날 달랬지만 역시 우리 집 대표 마이너스의 손답게 그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고 두 번의 방문으로 집은 매매됐다. 그리고 계약 종료되는 시점에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아이 초등학교 들어갈 즈음에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에 따라 이번 전세계약을 연장하고 다음 전세계약 때 이사 갈 집을 청약이든 매매든 괜찮은 지역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을 비워 달라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애들 어린이집은 어쩌지?
첫째는 아파트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을 내년에 졸업하고 근처 어린이집에 대기를 넣은 상태고 둘째는 지금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직할 생각이었다. 세대 수가 많은 아파트가 아니라 전세 매물이 많지도 않았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면 순번이 밀려 복직전에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그래 이참에 집 좀 넓히고 근처에서 2년 더 살아야지 뭐” 하고 좋게 좋게 생각했다.
그런데 참. 우리 부부는 열심히 회사 다니고 사치도 별로 안 좋아하고 남편은 꽤나 페이가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왜 우리 자금에 맞는 전세 구하기도 이렇게 힘든 걸까?
내년 2월이 계약 만료라 천천히 집을 알아볼까 하며 10월부터 부동산 어플을 들락날락했다. 2년새 전세금은 5천이 올랐다. 집을 넓히면 적어도 1억은 있어야 했다. 내 2년 연봉보다 높은 금액. 추가 대출은 필수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 같은 평수의 매매호가가 두 달새 1억이 오르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이때부터일까 내 머릿속이 이상해진 건.
부동산 뉴스를 검색하고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가점은 택도 없이 부족하지만 청약도 계속 알아보고 그러는 사이에 이 말도 안 되는 집값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도 난 경기도까지 쑥쑥 올라가는 집값을 보면서 그래 평생 전세로 살자 하다가 뭐 이렇게 올라가? 실거래가 있긴 한 거야?? 하며 현실 부정도 해보다가 뭔 규제를 할 때마다 오르는 국토부 장관을 원망도 해보고 다시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이게 정말 고점일까? 하고 원점으로 돌아와 같은 고민을 한다.
아마 난 또 전세를 구할 것이다. 이제 와서 집을 사기엔 2년 전 가격을 너무 잘 알고 있고 3-4억의 대출을 당길 만큼 용감무쌍하지도 않다. 그리고 또 2년 후에 ‘ 아, 그때 사는 건데..’ 하는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이상 집값이 오른다면 난 서울 생활을 포기할 것이다. 그리고 직장이 멀어질 테고 내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그건 참 미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