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나의 육아 전쟁기
임신 10개월
모유수유 15개월
첫째를 낳고 내가 알코올을 끊은 기간이다.
그러고 이제 맥주는 지겹고 소주도 한번 마셔볼까? 할 즈음 둘째가 생겼다.
다시 임신 10개월
모유수유 6개월
기나긴 금주령을 끝내고 맥주가 나에게 왔다.
아이들이 깊은 잠이 들고 깨끗한 ( 남편이 퇴근 후 열심히 쓸고 닦은)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며 먹는 맥주는 참으로 달다.
그런데 독박의 맥주는 그렇지가 않다.
숙제처럼 남아있는 애들이 먹다 남은 반찬과 과자를 보니 맥주가 아니면 처리가 어려울 거 같아 맥주캔을 땄다.
애들 재우고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대충 치워놓은 거실에서 먹는 독박의 맥주는...
자기 연민에 빠져들기 딱 좋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남편과의 메시지에 풀어놓는다.
오늘은 첫째가 이랬고 둘째고 이랬고
(연애할 때도 이렇게 열심히 연락 안 했던 거 같은데)
공유는 했지만 함께 하지 않은 그분은 그래? 고생했네, 담에 잘 이야기해야겠다. 같은 말만 해댄다.
부럽게시리...
독박의 맥주는 그런 아이들의 하루와 나의 하루를 곱씹으며 눈물이 찔끔 날 정도의 서러움을 가져온다.
엉엉 울기엔 나의 아이에게 미안하고
나의 선택에 미안하기 때문에
정말 놀랍게도 찔끔.
엉엉 울어버리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
엉엉 울 정도의 서러움 아닌가 보다.
오늘도 잘 이겨낸 하루가 대견하고
내일도 이걸 오로지 혼자서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이 서럽다.
어이, 남편님
독박 한 달 해보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마세요.
인생의 희로애락은 독박에 다 있습니다.
독박의 맥주는 오늘도 참 멋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