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휴가를 내면 애가 아프다.
남편이 출장 가고 친정엄마가 잠시 집에 와 아이와 임신한 나를 케어해 주었을 때 어버이날도 가까워오고 봄날도 좋아 엄마 데리고 경복궁이라도 가볼까 하고 휴가를 냈다.
휴가 내고 기분 좋게 퇴근 한 날 저녁.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아이는 거실 매트 위를 뱅글뱅글 여러 번 돌더니 갑자기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져서 손이 아프다고 엉엉 울어댔다. 다음날 소아과로 정형외과로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병원 주차장에서 가벼운 접촉사고도 나자 반나절을 병원에서 보내고 지쳐 집으로 오던 길에 엄마가 나에게 “ 괜히 휴가 내서 애만 다쳤잖아!!”하며 전혀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며 “안 다칠 거 네가 휴가 내니 병원 가라고 애만 다치고..”라고 한마디 더 붙였다.
그런데 재수 없게도 그런 일이 또 벌어졌다.
임신 막달. 유독 태동이 없고 자꾸 배가 뭉쳐 조퇴 후 병원으로 향했다. 산부인과 선생님은 아이는 이미 다 커서 지금 나와도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수술 날 받아 둔 마당에 일찍 나와 뭐 좋냐! 설마 아직도 일하냐? 쉬어라! 몸이 힘드니 자꾸 뭉친다!라는 말에 그래 좀 쉬자하며 급하게 휴가를 냈다.
건조한 탓일까 그날 밤 여러 번 코피를 쏟던 아이는 휴가 당일 어서 밥 먹여 어린이집 보내고 쉬어야지 하는 엄마 맘을 모르고 들이미는 숟가락을 자꾸 밀어내더니 급기야 배가 아프다며 드러누웠다.
가끔 떼쓰듯 배 아파 배 문질어줘 하는 날이 있어 이 눔이 또 꾀를 내내 싶어 대충 문질러주고 어서 밥 먹어 엄마 늦었어하며 보채는데
아이가 갑자기 숟가락을 밀며 울기 시작하더니 피가 가득 썩인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나는 어떻게 어떻게 하며 아이를 닦이고 그제야 어디가 아프냐고 괜찮다고 아이를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둘러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 갑자기 애가 피를 토하고... 어쩌지?”
한동안의 침묵.
“그래서? 지금 나보고 오라고?”
편도 한 시간 반 거리를 출퇴근하는 남편에게 지금 당장 갈게 라는 대답을 바란 건 아니지만 저건 아니지.. 싶은 대답을 받고 난 알았다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아이를 안고 운전을 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차에 내려 절대 걸을 생각이 없는 아이를 다시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할 여유도 없고 남편에게 괘씸한 마음도 잔뜩 부른 배로 아이를 안는 순간 몸이 힘들어 다 잊혔다.
아이는 병원에서 또 한 번 구토를 했고 다행히 피는 썩여있지 않았다. 진찰 결과 장염. 피는 아마 어젯밤에 흘린 코피가 넘어간 것이 남아있다 토를 하며 같이 뱉어낸 거 같다고 하셨다. 한숨 놓았다. 피를 토 하는 순간 눈앞이 깜깜했는데..
먹은 게 없으니 기운도 없는 아이는 병원을 나와서도 안겨 떨어질 줄 몰랐다. 약을 받고 오는 길에 지금 회사에서 나왔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병원 다녀왔고 장염이라고 한다. 혼자 해볼 테니 다시 회사로 돌아가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축 쳐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걱정이 되어 만든 미음도 두어 숟갈 먹고 다 토해버렸다.
그때 내가 괜히 쉬어서 애가 아픈가..
괜히 휴가 내서 애 다치게 했다는 엄마 말이 떠올랐다.
아픈 몸 쉬어보려고 휴가 냈는데
오히려 병간호만 한 하루.
내가 낸 휴가 때문일까 첫째도 아프도 뱃속의 둘째도 평소보다 더 힘들고
휴가를 내는 게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