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자 친구는 시즌에 유행하는 음식/간식을
종종 만들어 먹는다.
주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요리나
다이어트식이지만 맛있는 것,
혹은 건강과 무관하게 진짜 맛있는 것이다.
2.
여자 친구가 해준 음식들 중에,
우삼겹으로 만든 갈비탕이나,
알배추와 전자레인지용 찜기를 활용한 나베,
닭가슴살을 넣은 마녀수프, 양배추쌈밥 등은
맛도 있고 간편하고, 건강해서 기억에 남는다.
3.
예전에 달고나 커피가 유행할 때, 달고나용 국자와 재료세트를 사서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요아정이 유행했는데, 비싼 값에 비해 맛은 대단치 않았고, 딱히 우리 스타일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엔 야오야오가 아이스크림계를 점령했다.)
지난번엔 크리스피 도넛을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것이 유행해서 따라 해 봤고
탕후루가 유행하던 시절에 나는 탕후루에 푹 빠져서,
집에도 몇 번 만들어봤는데, 여자 친구가 솜씨가 좋아서 잘 만들어주었던 기억이 있다.
(달고나도 여자친구가 훨씬 잘 만들었다.)
4.
작년쯤이었나, 두바이 초콜릿이 유행했을 때,
팀원 중 두바이에 여자 친구가 있는 분께 부탁해서, 하나 구한 적이 있다.
여자 친구는 인생 최고의 초콜릿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올해 두쫀쿠의 유행이 왔을 때,
여자 친구는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5.
두쫀쿠의 생명은 재료의 계량과 불조절이라고 강조하면서
여자 친구의 지휘아래 둘이서 역할 분담을 해서 열심히 두쫀쿠를 만들었다.
총 2번을 만들었는데, 고생한 것 대비 첫 번째 결과물은 중박이었고,
두 번째는 훨씬 발전된 프로세스로 빠르게 만들었고, 맛은 원조를 넘어선 정말 제대로 대박을 쳤었다.
여자 친구는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는데, 카다이프가 그 부분을 충족시킨 것 같았다.
6.
최근에 유튜브를 보다가, 상하이 버터떡을 만들어먹는 영상을 보게 됐다.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고, 맛은 고소하면서 담백해서,
까눌레를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분명 좋아할 것 같았다.
흑백요리사 시즌 2를 기점으로 요리에 눈을 뜬 뒤,
나도 유행하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7.
레시피와 재료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다만 차갑지 않도록 상온에 보관한 우유와 계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포인트가 있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간 김에, 재료가 있어서 같이 샀다.
며칠 전, 여자 친구가 도시락을 준비한다고 퇴근 후 요리를 할 때,
나는 부엌 한편에서 버터떡을 준비했다.
8.
막상 시작하려니, 계량부터 준비까지 정신이 없었다.
레시피가 간단하다고 우습게 본 것 같았다.
요리든 뭐든 직접 해봐야 그 마음을 알게 된다.
결과물이 어떻든 그 과정을 겪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볼 땐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다.
9.
여차저차해서 준비된 반죽을 틀에 넣고, 에어프라이기에 30분 정도 굽고 나니,
영상에서 본 것과 비슷한 버터떡이 4개 완성됐다.
여자 친구는 하나를 맛보더니 너무 만족스러워하면서
식감과 맛에 대한 디테일한 피드백을 줬다.
그리고 하나를 더 먹었다.
(다음 날 여자 친구는 회사에서 친구와 함께 남은 2개를 나눠 먹었는데, 바삭함은 유지되지 못했지만 맛있었다고 했다)
10.
내가 가끔 요리를 하거나, 이번처럼 간식을 만들면
여자 친구는 참 맛있게 먹어주고, 칭찬도 많이 해준다.
그 진심이 참 잘 느껴진다.
감사와 칭찬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번에 또 해주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매번 만들고 나면 자신감이 없어지는 건 왜일까)
11.
나는 여자 친구가 만들어주는 식사와 간식에
다소 익숙해져 있어서 인지,
매번 맛있다고 말을 하고, 고맙다고 하지만,
그 말에 진심을 다 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기분 좋았던 여자 친구의 행동은, 어쩌면 여자 친구가 받고 싶었던 나의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 저녁엔 진심을 담아서, 말해주고 싶다.
째끄마, 저녁 만들어줘서 고마워, 많이 힘들었지! 정말 맛있었단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