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케이크는 달지 않아서 좋아

by 두버지

그 주말 내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날은 오랜만에 아버지를 뵈러 가는 날이었다.


아버지는 비를 싫어했다. 비가 오거나, 비가 내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아버지는 미감이 예민해지는 증상이 있었고, 유독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평소라면 맛있게 먹던 디저트도 비의 날에는 두통이 날 정도로 단 맛이 강해졌고, 이는 아버지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비의 날에는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다. 아버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버지를 만날 때면 자연스럽게 날씨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비의 날에 아버지를 만난다면, 가능하다면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집요할 정도로 아버지는 자신이 느끼는 맛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고집이 있었다.

"소스가 너무 짜, 너무 짜."

"조금 짠 거 같긴 하네요, 그래도 먹을만한 거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번에 요청드렸던 것 말이죠.."

"소스가 너무 짜서, 소스를 안 찍고 먹었더니, 너무 써, 아니 너무 달다고."


아버지는 혼자 지내고 계셨다. 어머니는 가끔 들려서 안부를 확인하면서 냉장고를 채워놓고 다시 돌아가셨다.

"좀 늦었구나."

"비가 와서 길이 막혔어요."

집에 들어섰을 때, 평소와 다르게 시큼한 냄새가 집 안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요즘도 비가 오면 맛 문제가 있으세요?"

아버지는 슬쩍 내 쪽을 쳐다보더니 물을 한 잔 마시고 대답을 했다.

"점점 더 심해져, 맛이 문제가 아니라, 나 혼자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된 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함께 살고 있을 때까지는 그 증상이 없었던 건 확실했다. 내가 집을 나오고 난 뒤, 그 이후 언젠가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못 먹을 정도인가요?"

"아니, 그건 아니야. 여러 번 말했지만 이건 맛의 문제가 아니라고"


시큼한 냄새는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견디기가 힘들었다.

"고양이 케이크는 그래도 괜찮지 않으세요?"

"그건 달지 않아서 좋구나."


"어떤 일 때문에 부르신 거예요?"

아버지가 먼저 말을 시작하지 않을 것 같아서 운을 뗐지만 한동안 아버지는 답을 하지 않았다.


처음 아버지의 변화에 대해서 들었을 때 어머니와 나는 음식 투정 이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아버지는 맛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억눌린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거나 남자다운 사람은 아니었고, 그런 남자들이 노년에 들어섰을 때 겪는 남자의 갱년기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아버지의 깊은 곳은 잘 몰랐고, 궁금해하지 않고 살았다.


아버지는 일용직처럼 기회가 닿는 대로 일을 했지만,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가장으로서 가정을 잘 지켜왔었다. 그다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었지만 주변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고, 관계 속에서 삶을 유지하는 것들을 얻어냈다. 가을이 되면 추수를 돕기도 했고, 해외로 산업 폐기물을 처리하러 떠나기도 했고, 신규 점포의 미스터리 쇼퍼를 하기도 했다. 다만 아버지는 삶에 대한 강한 열정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사니깐 살고, 시키니깐 했고,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살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


"내가 소각장에서 일했던 것 기억하니?"

"수의대 뒤편에 있던 소각장이었죠"

"지금은 없어졌어, 환경 문제니 뭐니 하면서. 덥고 냄새도 안 좋았지만, 그 일은 좋았던 거 같아."


시큼한 냄새는 아버지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진하게 코를 찔렀다.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신 냄새 같지만,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다.


"거기서 일을 하면서, 무엇인가 같이 타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그만두게 되었지. 이미 타버린 건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었나 보네요. 그 뒤로 증상이 생긴 거예요?"

"그때가 처음 고양이 케이크를 먹었을 때였지."



아버지는 수의학과 소각장에서 한동안 일을 했었다.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지만, 그 당시엔 학교마다 소각장이 있었고, 아버진 일반 쓰레기나 실험용 동물 사체를 태우는 일을 했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일을 아버지는 마냥 좋아했다기보다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거 같다.


"아마 나는 실험용으로 생을 마감한 미물들에게 미움을 사서, 저주를 받은 게 틀림없어. 쓰레기처럼 태우는 게 아니라, 명복을 빌어줘야 했던 거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보니, 아버지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물들이 불쌍했고 그래서 죽은 동물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은 아니었고, 자신의 생각대로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걸 그때 강하게 느끼신 거 같았다.


"나는 뭔가 작은 무덤을 만들어주거나, 적어도 쓰레기랑 같이 태우지 말고, 따로 태워서 뼛가루라도 뿌려주는 게 맞지 않나 싶더구나. 괜한 짓인 거 같아서 안 했던 게 잘 못이었어."


아버지는 그 일을 하면서 맛에 대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이따금씩 말이다, 사체가 뒤엉켜있으면, 중간에 낀 사체는 타지 않을 때가 있어. 탄다기보다는 빵처럼 굽혔다고 하는 게 더 맞겠구나. 소각장 청소를 할 때 그런 게 발견되면 나는 그게 꼭 케이크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버지가 그걸 먹는다는 상상을 하니 구역질이 올라왔다.

무엇이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일은 아버지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몇 안 되는 일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막상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마음이 서글퍼지면서, 그런 이상한 식습관이 생긴 걸 진작 말씀해 주시지 않았는지 따져 묻는 게 어려워졌다.


"오늘 너를 부른 건, 이제 너도 그만 찾아와도 된다는 말을 해주려고 한 거였다."


시큼한 냄새는 아버지 쪽에서, 특히 입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고, 보이지 않는 냄새의 아지랑이가 보일 지경이었고, 이젠 이 공간을 가득 채워버린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졌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후회뿐인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유골함 뚜껑을 닫고, 제자리로 올려두었다.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이 될지 몰라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시큼한 냄새는 어느샌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아무 대답이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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