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자판기

by 두버지

박 씨는 회사 건물의 청소부로 일하는 직원이다.

화장실과 사무실 외부 청소는 외주 용역 업체에서 담당하고, 박 씨는 사무실 내부의 청소를 맡고 있다.

박 씨는 매일 출근하면 일을 시작하기 전, 건물 1층 흡연장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자판기 커피는 한 잔에 200원이었다.


어느 겨울, 건물 1층에 카페가 생겼다.

사무직원들의 건의도 있었고, 복지 차원에서 회사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였다.

카페가 생긴 뒤로 사무직원들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나 라테를 자주 사 마시게 되었다.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2000원이었고, 라테는 3000원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박 씨는 자판기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때 마침 카페에서 산 커피를 마시는 두 직원의 대화를 박 씨가 듣게 되었다.


"자판기 커피 기계 내부가 사실 엄청 더럽다고 하더라고."

"나는 자판기 커피는 뭔가 인위적인 맛이랄까, 프림 비린내가 나서 못 먹겠더라."


박 씨는 알 수 없는 불쾌함과 수치심에 얼굴이 발개졌다.

그는 곧장 카페 운영을 담당하는 건물 직원을 찾아가서 불만을 표출했다.


"아니, 그렇다고 멀쩡한 카페를 아저씨 때문에 닫을 순 없잖아요."

"이건 차별이야, 비싸서 마시지도 못할 걸 뻔히 알면서!"


박 씨의 월급에서 매일 2, 3천 원의 커피를 사 마시는 건 큰 부담이었다.

다만 자신도 어느 정도 억지를 부리는 걸 알지만, 그때 들은 대화로 인한 화를 어딘가에 표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그다음 주부터, 자판기 종이컵은 카페의 종이컵과 동일한 모양으로 변경되었다.

다만 종이컵의 크기나 품질이 기존보다 많이 좋아지다 보니 자판기 커피 한 잔은 800원으로 올라있었다.


박 씨의 하루는 기존과 똑같았고, 커피도 똑같았지만, 값만 올랐다. 다만 이전보다 기분은 더 좋아졌다.

박 씨는 평소처럼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800원을 내면서 이런 생각을 하며 파식 댔다.


'아무도 이게 자판기 커피인지 모를 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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